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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미래를 수확하는 농촌, 뤁스퀘어 ②

: file no.2 : 카이스트 졸업생이 농사를 지은 이유는?
© 516 Studio

만나CEA의 전태병 대표는 대학교 4학년 때, 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스마트팜 기업을 창업했다. 아쿠아포닉스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농업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스마트팜을 짓고, 재배한 작물을 공급하며 사업을 키웠다. 그리고 이제 농촌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농촌에 문화를 더하고, 농촌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 뤁스퀘어를 선보인다.

Interview with 만나CEA 전태병 대표

ㅡ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셨더라고요. 공학도가 농업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남들이 기피하지만, 반드시 필요하고 사라지지 않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중 하나가 농업이었죠.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대학교 시절 교수님의 제안으로 대기업에서 의뢰한 식물 농장 리서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부터예요. 미래 유망 산업이 되겠다는 생각에 만나CEA를 창업했습니다.

ㅡ 만나CEA는 아쿠아포니스와 스마트팜 시스템을 연구하고 판매하는 회사인데, 문화를 결합한 뤁스퀘어를 세웠어요. 왜 농촌에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농사를 지으면 돈을 버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농사를 짓지 않고 농촌으로 오지 않는 이유는 문화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도시에는 박물관과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를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지만, 농촌에는 없어요. 그렇다면 농촌에 필요한 문화시설을 미래의 농촌을 미리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면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공간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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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농촌을 주제로 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 새롭다고 느껴졌어요. 농업도 경험을 전달하는 문화 공간의 주제가 될 수 있구나 싶었거든요.

뤁스퀘어는 문화 공간을 넘어 농업 기술을 전파하고,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공간이 되고 있어요. 지자체 공무원과 농업 관계자는 저희 기술과 시스템을 보기 위해 스마트팜 투어와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오시거든요. 그 시간을 통해 저희는 회사 기술을 홍보하고, 투어 참여자들은 동종업계 종사자끼리 네트워크를 맺어요.

ㅡ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도 오나요?

네. 저희가 농장 체험 프로그램이나 스테이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가 수입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어 가는 분도 있어요. 이처럼 뤁스퀘어에서는 앞으로의 농업에 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저희 경험을 토대로 한 컨설팅도 하고 있습니다. 농업과 관련된 많은 활동이 벌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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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자동차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더라고요. 근데 대중교통으로 오기엔 조금 불편한 점이 있던데… 왜 진천에 뤁스퀘어를 세우셨나요?

뤁스퀘어는 3년 전에 기획했지만, 실제로 만나CEA가 진천에 자리 잡은 건 10년 전이예요. 저희는 카이스트 내 창업보육센터에서 시작했는데, 마침 저희가 필요했던 유리 온실이 진천에 딱 하나 매물로 나와 있더라고요. 위치를 보니까 서울과 대전 사이에 있고, 비용도 적당해서 큰 고민없이 온실을 매매하고 진천에 자리를 잡았죠. 그런데 10년 사이에 진천 인구 수가 2배 증가하면서 문화 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생겨났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뤁스퀘어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ㅡ 한 인터뷰에서 뤁스퀘어를 짓기 전에 주민, 직원들과 인터뷰를 했다고 하셨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으셨나요?

농촌에 필요한 공간을 짓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구체화할수록 왜 지어야 하는지, 만약 짓는다면 진짜로 갖춰야 할 공간은 무엇인지 고민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여기서 살고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기로 했어요. 주민과 직원 간의 의견이 살짝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문화 시설이 부족하고 사람들이 모일 공간도 없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대부분 주말이 되면 여가를 즐기기 위해 다른 지역에 가더라고요.

ㅡ 그렇다면 뤁스퀘어의 라운지는 주민과 직원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인가요?

맞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네트워크를 하는 공간으로 카페와 라운지를 마련한 거예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카페는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모임과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입니다. 그래서 테이블 구성을 다양하게 했어요. 뤁스퀘어 카페와 라운지에는 6인석도 많고, 테이블 크기도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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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농촌에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 별로 없다는 건 의외예요. 제가 생각하는 농촌은 동네 주민끼리 모여서 오순도순하게 지내는 모습이거든요.

많은 사람이 농촌에서 좋은 일이 있으면 동네 주민이 한 자리에 모여서 음식 나눠먹고 재미있게 지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오히려 도시보다 농촌이 더 단절되어 있었어요.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 공간이 없거든요. 이는 단순히 진천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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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그래서일까요? 뤁스퀘어에서는 일일 클래스, 전시회, 음악회 심지어 결혼식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어요. 혹 콘텐츠를 기획할 때, 특별히 고려하는 점이 있나요?

뤁스퀘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이벤트는 외부에서 제안해서 열린 거예요. 결혼식 같은 경우도 진천 주민 분이 스템가든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메일을 주셔서 진행했고요. 저희가 예상한 스템가든의 용도 중 하나가 결혼식이긴 했습니다. 그래서 나무 데크를 길처럼 디자인한 거예요. 피아노 연주회도 원래 전공자였지만 결혼하고 가정을 돌보느라 피아노 연주를 하지 못했던 분이 스템가든에서 연주회를 하고 싶다는 메일을 주셔서 진행한 거고요. 이처럼 저희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모든 제안을 다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조건이 맞고 좋은 아이디어면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논하고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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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농촌이라는 특별한 주제가 있지만, 뤁스퀘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도 있어야 하죠. 저는 그것이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활용한 F&B라고 생각해요.

스템가든에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저희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활용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고, 인포메이션에서도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채소와 모종을 구매할 수 있어요. 특히 채소와 모종은 굿즈처럼 구매하는 분들이 많아요. 뤁스퀘어를 오픈하고 1년 간,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채소와 양식장에서 기른 장어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운영했어요. 하지만 저희가 F&B의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고 운영도 서툴렀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레스토랑은 외부 브랜드를 입점시켜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처음에는 뤁스퀘어만의 특색이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죠.

© mannacea

ㅡ 삼촌농장에서는 농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러한 농장 체험 프로그램은 다른 농촌에서도 많이 진행되는데 뤁스퀘어에서도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농장 체험은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농촌의 부가 산업입니다. 저는 그 이유가 자연과 가까이 있고 싶은 인간의 DNA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에서 느끼는 한적함과 편안함이야말로 농장 체험에서 얻어가는 즐거움이예요.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농장 체험하는 아이들은 농작물을 얼마나 수확했는지 보단 흙 만지고 냇가에 자갈 던지면서 노는 걸 더 좋아하고 오랫동안 기억해요. 그러므로 농장 체험은 돈을 내고 농작물을 수확하는 경험이 아니라, 자연을 보고 즐기면서 느끼는 편안함에 더 집중해서 기획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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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하우스비전 2022를 개최하면서 뤁스퀘어가 세상에 알려졌죠. 어떻게 주거에 관한 전람회를 개최할 생각을 하셨어요?

뤁스퀘어를 구상하면서 인연이 있었던 보마켓의 유보라 대표의 소개로 김대균 건축가와 나훈영 디자이너를 만나게 되었어요. 뤁스퀘어의 취지를 말씀드리며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공감하시면서 하우스비전 전람회 유치를 제안하시더라고요. 전람회를 통해 농촌을 주제로 한 주거를 보여주면 취지가 더 잘 전달될 거라고요. 좋았지만, 한 가지 조건을 내세웠어요. 전람회가 끝나면 사라지는 건물은 싫다, 비용이 들어도 좋으니 행사가 끝나도 활용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거였죠.

ㅡ 덕분에 누구든지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설계한 집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각 집에서 하루씩 머물고 싶어요.

하우스비전에 참여한 건축가, 디자이너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 역시 농촌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고, 농촌 주거에 높은 관심과 각자 자기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심지어 참여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더 많았는데 아쉽게도 예산 문제로 다 초청할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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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건축과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실천한 이유가 궁금해요.

대학교 때, 디자인이 좋은 제품은 기능은 물론 가치도 높다는 걸 배우면서 건축과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었어요. 또, 해외의 농촌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디자인까지 신경 쓴다면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농촌 문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건축가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ㅡ 대표님이 생각하는 미래 농촌 주거는 어떤 모습인가요?

5도 2촌처럼 4~5일은 도시에서 보내고, 2~3일은 농촌에서 보내는 삶이 일반적이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렇기에 농촌은 더욱 도시가 주지 못하는, 농촌에서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가치에 더 집중해야 해요. 주거 방식도 그에 맞춰서 변해야 하고요. 현재 뤁스퀘어에 있는 집들이 이러한 미래를 잘 반영했고,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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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최근 지역소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요. 우리나라 특성상 지역 소멸은 곧 농촌 소멸과 연결되는데요. 무엇이 해결되어야 농촌 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요?

매우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도 예전에는 농업의 생산성이 높아져서 농민이 돈을 벌면 농촌이 부유해질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10년간 농촌에서 살며 일하고 보니, 농촌 소멸은 거스를 수 없는 중력이며 세계적인 흐름인 걸 깨달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농촌 소멸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산업단지가 형성되거나, 기업을 유치하는 등 농업과 새로운 산업이 어우러져서 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농업 생산만으로 농촌이 부흥하는 건 어려워요.

© mannacea

ㅡ 이런 현실에서 만나CEA는 어떠한 미래를 그리고 있나요?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기후에 영향받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본업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농업은 반복 노동을 줄이는 대신 이야기가 뒷받침되는 마케팅과 새로운 유통 방법을 고안하고 부가산업을 창출하는 등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겁니다. 뤁스퀘어는 이런 농업의 미래를 보여주고 알리는 공간으로써 운영될 거예요.

TPO

전태병 대표가 인사이트를 얻었던 공간

© 516 Studio

해외의 성공적인 농촌 사례를 찾아보면서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레스토랑 노마(NOMA)를 알게 되었어요. 직접 재배한 재료로 요리해서 그 본연의 맛을 살리고, 다양한 실험을 펼친 요리로 새로운 맛을 찾아내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환경이나 문화에 맞게 변형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한국의 농업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자랑스러운 곳이 될지도 모르죠. 한편으로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허영은 객원 기자 

사진 김잔듸(516 Studio)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만나CEA, 뤁스퀘어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미래를 수확하는 농촌, 뤁스퀘어

      : file no.1 : 이렇게 핫한 농촌이라니!

▶ : file no.2 : 카이스트 졸업생이 농사를 지은 이유는?

      : file no.3 : 농촌도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다

프로젝트
[Post-It] 뤁스퀘어
장소
뤁스퀘어
주소
충북 진천군 이월면 진광로 928-27
시간
월-토 10:00 - 20:00 | 일 11:30 - 20:00
기획자/디렉터
만나CEA
크리에이터
컬티베이션 하우스(스템가든) : 김대균(착착 건축사무소) | 메타 팜 유닛 : 민성진(SKM 건축사사무소) | 교감하는 집(양의 집) : 하라 켄야(NDC) | 작은 집 : 최욱(원오원 아키텍츠) | 여가 : 조성진(페노메노)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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