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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이토록 다채로운 블랙,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②

: file no.2 : 멋으로 점철된 공간

2010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피스피스’를 전개했던 박화목 대표는 2018년에 한섬 발렌시아가 MD출신 이수현 감사와 함께 손을 잡고 ‘마르디 메크르디’를 설립한다. 브랜드 론칭 직후인 2019년에 4억 7000만 원대였던 매출액은 수백억대로 증가해, 지난 2023년에는 68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오픈한 일본 도쿄의 다이칸야마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 매출 1억 원을 달성하며 성공적인 일본 진출을 증명했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인 마르디 메크르디가 한남동에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를 지어 올린 건 누군가에겐 과감한 선택으로 보였을 테다. 패션 브랜드가 옷이 중심이 아닌 문화 공간을 선보인 건 낯선 흐름이기 때문. 박화목 대표는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소개하며, ‘브랜드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멋있는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그가 정의하는 ‘멋’은 무엇일까? 그는 왜 카페와 레코드숍, 리빙 편집숍이 한데 어우러진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를 오픈했을까?

Interview with

박화목 마르디 메크르디 대표

ㅡ 5월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의 오픈 후, 약 3개월 정도 흐른 지금은 어떤 피드백들이 오가고 있나요?

방문객들은 입구의 마르디 메크르디 로고를 보고 들어왔다가 공간이 패션과의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 있어서 놀라고 신기해합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카페나 레코드숍 운영이 처음이다 보니 아직 풀리지 않은 고민이 있어요. 차차 해결해 가는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ㅡ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편인가요?

마르디 메크르디 의류 브랜드를 전개할 때도 변수에 대해 미리 철저하게 계획하고 고민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진행하고, 발생하는 문제들은 순발력을 다해 해결하면서 여기까지 왔죠. 이번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공간을 운영하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공간을 오픈하고 가장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 중 하나는 1층의 화장실이었어요. 1층은 좌석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용도가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방문객들이 화장실만 사용하고 나가는 경우가 잦았어요. 따라서 자주 변기가 고장 나고, 금방 더러워지는 문제가 발생했죠. 즉각적으로 화장실 문에 번호 키를 설치하는 식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중이에요.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차후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ㅡ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는 한남동에 마르디 메크르디의 이름으로 오픈한 다섯 번째 매장입니다. 연이어 한남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남동에서 성장한 브랜드여서 그런지 이 지역에 마치 고향 같은 정서를 느낍니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한 단계 성장한 도전을 할 때에는 무조건 한남동에서 일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굳이 다른 지역을 찾아볼 필요가 없었죠. 그저 한남동에 입지가 괜찮은 자리가 나는지만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ㅡ 요즘의 한남동 분위기는 어떤가요?

외국인 관광객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어요. 로컬 문화를 형성하고 싶은 입장에서 이런 기조가 우려스러운 점이 있어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기존 로컬 분위기를 조성했던 상권이 다른 동네를 찾아 떠나거든요.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죠.

 

ㅡ ‘스튜디오 언라벨’과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공간 기획을 시작하면서, ‘멋있었으면 좋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요. 어떤 의미로 한 말인가요?

2020년 한남동에 첫 매장을 오픈했고, 2021년 1월 두 번째 매장을 오픈하면서부터 계속 스튜디오 언라벨과 함께 작업했어요. 그들은 마르디 메크르디 공간의 핵심을 만들어온 이들이에요. 마르디 메크르디가 해외 진출을 하면서 파트너들이 매장을 꾸릴 때 봐야 하는 매뉴얼 북도 스튜디오 언라벨에서 제작했을 정도죠. 돈을 버는 것이 목표인 회사가 돈을 안 버는 일을 도모할 때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멋있는 거 하자’는 이야기가 마르디 메크르디의 심볼인 꽃 대신에 블랙으로 공간을 칠하고, 옷 판매가 중심이 아닌 공간으로 구현됐어요. 시각적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 검은색 나선형 중앙 계단을 1층 중심에 두었죠. 공간 효율 측면에서는 합리적이지 않았지만, 멋있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어요.

ㅡ 스튜디오 언라벨과 지속적으로 공간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협업하면서 합이 잘 맞는다고 느껴지고, 좋은 관계가 맺어지면 굳이 다른 업체를 찾지 않는 편이에요.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는 건 인간적으로 이들과 친밀감이 형성됐다는 의미인 동시에 그들의 실력을 인정했다는 뜻이죠. 신뢰가 쌓이고 능력이 증명된 이들과 지속적으로 작업을 쌓아 나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ㅡ 신뢰가 쌓인 관계를 중요시하는군요.

네, 우리 회사 내부 팀원들의 성향도 저와 비슷해요. 마르디 메크르디 초기에 위태롭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 저희와 거래했던 협력 업체 공장이나 원단 업체와 지금까지 계속 거래를 이어가고 있어요. 서로 신뢰가 쌓인 업체라면, 끝까지 함께 하자는 신념이 있어요.

ㅡ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를 소개하며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멋있는 사건’이라고 표현했어요. 어떤 관점에서 이 공간을 두고 멋있다고 표현한 건가요?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며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해야 모두에게 인정받는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을까?’예요. 대중 지향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패션 분야의 관계자들처럼 패션 신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거든요. 이러한 흐름을 바꾸고 싶었어요. 의류 브랜드가 의류 판매와 전혀 무관한 문화를 퍼뜨리는 목적으로 건물을 만들었다는 게 저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죠. 상업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문화를 함께 향유하는 목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건물로 선포한 거니까요.

 

ㅡ 패션 브랜드가 문화를 형성하는 일이 왜 중요할까요?

브랜드의 가치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려면 결국 옷만 잘 만든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인생에 얼마나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느냐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죠. 그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요소들도 함께 있어야 하고, 그것들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에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시작을 저희는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라는 건물을 통해 알린 겁니다.

 

ㅡ 오프라인 공간에는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거대한 차이가 존재해요. 온라인에서는 대부분의 행위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귀결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일을 벌일 수 있거든요.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의도가 없는 행위조차도 설명이 가능해요. 예를 들어,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에서 공연을 벌이면 오로지 구경만 하다가 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모객이나 판매를 위한 목적으로 하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의도 없는 일을 벌이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만든 공간이기 때문이죠.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가 문화를 공유하고, 제공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ㅡ 카페, 리빙 편집숍, 레코드숍 등 다양한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기에 방문객들이 각자 즐기는 방법도 다양할 테죠. 방문객들이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를 어떻게 즐기고 기억했으면 좋겠나요?

누구나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한남동 사람들은 이렇게 노는구나’라고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요. 지난달에 연남동 ‘나카스하이볼클럽’이라는 바를 초대해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에서 행사를 열었어요. 록 밴드 ‘크라잉넛’의 공연을 함께 진행했는데, 아기를 안고 오기도 하고, 반려견과 함께 가볍게 산책 나온 분들이 어우러져 노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어요. 꼭 MZ세대가 아니더라도 멋있게 ‘우리답게’ 노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ㅡ 앞으로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는 어떻게 변화할 예정인가요?

지하의 레코드숍은 자리를 옮겨 2층의 카페와 함께 하게 될 예정이에요. 지하 공간에 프래그런스 브랜드 ‘나디스’ 매장을 운영하려 하거든요. 이제 지하가 아닌 1층과 2층에서 공연이 계속될 테죠.

ㅡ 마르디 메크르디는 어떤 브랜드로 사람들의 마음에 기억되길 바라나요?

역시나 ‘멋있는’ 브랜드요. 대중 지향적인 브랜드이다 보니, 패션 시장을 이끄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일은 적었어요. 최근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는 이유는 브랜드를 한결 더 멋있게 만들기 위해서예요. 해외에서 성장하고 인정을 받게 된다면, 역으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마르디 메크르디를 판단하는 시선이 달라질 거라 믿어요.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국내에서 매장을 무분별하게 확장하지 않았어요. 한남동 매장을 제외하면, 백화점 매장은 국내에 단 두 곳밖에 없죠. 단기적인 매출 증가를 위해서 브랜드의 방향성이나 신념을 잃지는 않을 거예요.

 

ㅡ 앞으로의 마르디 메크르디는 어떤 멋있는 일을 벌이게 될까요?

지금은 해외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일에 집중되어 있어요. 물론, 국내 시장에서는 하던 대로 열심히 할 거고요. 일본에서는 도쿄를 넘어 다른 지역까지 공략할 예정입니다. 8월에는 홍콩에 두 번째 매장을, 10월에는 대만에 세 번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에요. 모두 플래그십 스토어로 준비하고 있어요. 나라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거점 삼아 해당 국가의 톱 브랜드로 우뚝 서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로컬 브랜드로서 한남동을 재미있는 동네로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어요.

TPO

박화목 마르디 메크르디 대표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

해당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되며, 동네의 문화를 형성하는 공간에 매력을 느낍니다. 최근 방문했던 공간 중에서는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농림회관이 인상 깊었어요. 홍콩의 타이쿤과 서울의 로우클래식 미래빌딩에서도 유사한 매력을 느꼈죠. 이처럼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도 한남동 중심의 로컬 문화를 선보이는 공간의 일부가 되길 바라요. 

성채은 기자

사진 이현지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마르디 메크르디(피스피스스튜디오)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이토록 다채로운 블랙,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 file no.1 : 카페, 레코드숍, 리빙 편집숍이 한 건물에

  ▶ : file no.2 : 멋으로 점철된 공간

        : file no.3 : 한남동 로컬 문화의 중심이 되는 꿈

프로젝트
[Post-It]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장소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5
시간
11:00 - 21: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크리에이터
공간 기획 | 마르디 메크르디, 스튜디오 언라벨
시공 및 공간 디자인 | 스튜디오 언라벨
성채은
희망과 다정함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는 낙천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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