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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1

영화 위에 쌓아 올린 복합문화공간, 명필름아트센터 MFAC ②

: file no.2 : 언제나 영화와 함께하는 사람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스틸컷이 담긴 액자

새로운 슬로건 중 하나인 ‘Culture Diversity, A Better World’는 이은 대표가 직접 지은 슬로건으로 명필름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담고 있다. 명필름의 콘텐츠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이 좋아지는 것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영화감독에서 제작자, 후배를 양성하는 선배 영화인. 영화를 중심에 두고 전방위로 활동을 펼쳐 나가는 명필름 이은 공동대표와 만나 명필름아트센터 MFAC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은 대표

Interview with

이은 명필름 공동대표

 

영화 제작자이자 다섯 편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의 연출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 대표적 독립영화단체인 ‘장산곶매’를 이끌며 운동권 영화 <파업전야>(1990)를 제작·기획했다. 장산곶매에서 인연을 맺은 장윤현, 오창환, 두 사람과 함께 ‘장이오 프로덕션’을 만들었으며, 우리나라 최초 영화 마케팅사 ‘명기획’의 심재명 대표와 결혼하고 그 이듬해인 1995년, 영화 제작사 ‘명필름’을 설립했다. 2015년, 파주로 터를 옮기고 명필름 사옥, 예비 영화인들을 위한 영화 학교 명필름랩, 복합문화공간 명필름아트센터 MFAC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 영화 학교부터 문화 공간까지, 명필름에서 행하는 다양한 활동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명필름’이라는 영화사는 심재명 대표와 저, 두 사람만의 힘으로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좋은 감독들과 영화인들이 함께했어요. 관객들이 도와준 거고요. 후배 영화인들을 키우는 게 우리들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궁극적으로는 명필름의 지속성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명필름 정신으로 영화를 만드는 후배가 있고, 관객들도 변화하는 명필름의 영화를 계속 즐기고요. 꼭 명필름 영화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공간에서 영화와 문화를 즐길 수 있길 바랐습니다.

 

— 당시 파주로 향한 이유가 있나요?

파주는 출판인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책을 만드는 일은 사람의 정신에 도움을 주는 일이에요. 출판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책을 만들면서 굉장히 이상적인 공간을 공동체적으로 구현했어요. 우리는 영화가 막 좋아지던 시절에 스크린쿼터* 운동을 했어요. 미국의 압력에 의해 스크린쿼터가 줄어 한국영화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오지 않게 하려고 10여 년간 거리에서 싸웠습니다. 그런데 그 10년 동안 출판인들은 여기 파주에 멋진 도시를 만들었더라고요. 되게 충격을 받았어요. 물론 한국영화 르네상스가 있었지만, 영화인들은 보이지 않잖아요. 그러다 영화계가 추진하던 상암동으로의 이전이 무산되며 대안으로 찾은 것이 파주출판도시 2단계입니다. 그래서 오게 됐습니다.

 

* 스크린쿼터는 1년에 자국 영화를 일정 일수 또는 편수 이상 영화관에 상영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과거 외화 상영과 한국영화 상영에서 얻는 수익의 차이가 컸던 시기에 적은 수익에도 한국영화가 꾸준히 제작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두고 미국의 스크린쿼터 폐지 요구를 일부분 받아들여 73일로 축소되었다.
(좌) 3층 아카이브 룸에 있는 전시대. 영화 〈접속〉에 사용된 소품이 전시되어 있다. (우) 명필름 사무실

— 현재는 이곳이 영화 마을로 불립니다.

2단계 지역을 3개로 나눠서 1단계와 가까운 곳은 책 마을, 그 중간인 이곳이 영화 마을, 그리고 인쇄소 쪽이 활자 마을입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든 도시니까 저희가 이름을 지었어요.

— 영화 마을에는 어떤 업체들이 있나요?

영화 산업이 부침이 심합니다. 명필름과 같이 들어왔다가 중간에 사옥을 못 짓거나 안 짓고 나간 곳들도 있어요. 처음부터 같이 시작해 남아 있는 곳은 사운드 회사인 ‘블루캡’과 특수효과 회사 ‘데몰리션’. 특수분장 회사도 있고요. 특수효과 회사는 지금 여기에 3곳이 있는데, 한국 특수효과 시장을 주름잡는 건강한 회사들이에요.

— 건축 설계를 맡은 승효상 건축가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저희가 정하지 않았어요. 파주출판도시 2단계 사업의 코디네이터**한테 부탁을 했죠. 어떤 분이 좋을지 정해달라고. 그랬더니 그분이 승효상 선생님을 추천해주신 거죠.

** 파주출판도시는 출판인과 건축가와 함께한 프로젝트로, 국내외 건축가들이 도시의 마스터플랜과 개별 건축을 위한 설계지침 수립에 참여했다. 건폐율 50% 미만, 건축 및 조경 재료와 구역별 형태를 제한했으며, 건축가 또한 코디네이터가 제시하는 일정 수준 안에 있는 건축가 그룹 안에서 함께하도록 했다.

— 건축가에게 특별히 요청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우선 저희가 여기 와서 하려고 하는 일들을 설명드렸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후배 영화인들을 육성하고, 관객들이 우리의 콘텐츠를 포함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그 세 가지 기능을 담아야 한다고요. 그다음 우리가 해왔던 것들을 보여드렸죠. 내가 살고 있는 집, 세 들어 살던 영화사. 영상원(한국예술종합학교)에 모시고 가서 교수님들 방과 강의실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여드리고 설명했어요. 그리고 일본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이 있습니다. 자기 콘텐츠로 관객을 만나는 공간이 우리나라에는 없으니까 건축가들을 모시고 일본에 가서 그 미술관을 보여드렸어요.

명필름아트센터 MFAC의 근사한 구석들

— 설계를 의뢰하는 방식이 독특해요.

개념을 명확히 한 거죠. 그런 설명을 정확하게 드린 다음에 실제 설계에는 관여를 안 했어요. 건축가를 존경하되, 그 용도를 알고 건축을 설계했으면 좋겠던 거예요.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 도시를 설계하셨어요.

— 대표님께서도 ‘도시’라고 말하시네요.

건축가의 표현에 의하면 콘셉트가 작은 도시잖아요. 파주출판도시에서 명필름이 하려고 하는 건 도시 속의 도시구나. 그래서 이 안에 다 있는 거죠. 영화를 만드는 곳도 있고, 학생을 가르치는 곳도 있고, 생활하는 곳도 있고요.

산책 나가는 길에 마주친 이은 대표와 머털이
해 질 무렵의 명필름아트센터 MFAC

— 기능적인 레퍼런스 외에 이곳을 만들며 참고한 공간이 있다면요?

여기 이 공간을 짓기 전 마지막으로 간 여행지가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살면서 작업하던 공간이었어요. 외국 바이어들한테 <마당을 나온 암탉>을 소개하기 위한 출장이었는데, 그 일정만 하고 돌아오는 게 허무해 마침 핀란드에 있던 영국인 후배한테 핀란드 안내를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라며 시벨리우스의 공간을 소개했어요. 주변의 산책로, 일하던 공간을 보면서 좋은 공간은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오랫동안 영화를 하고 이제 파주에 들어가서 뭘 짓는데, 건폐율, 용적률 꽉 채워서 작업 공간 하고 세주고 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영감을 받고 갔으면 싶은 거죠. 명필름이 어떤 취지로 영화를 작업했고, 어떤 이유로 이런 공간을 만들었구나. 그럼 그 사람도 똑같이 이것 참 괜찮구나, 나도 어디 가서 멋진 작업을 해야 되겠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지하 1층 영화관

— 명필름아트센터는 무엇보다 영화관이 유명합니다. 명필름에서 만든 영화관이니 처음부터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은데요.

다른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훌륭한 건축가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잘 해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설계 과정에서 블루캡의 김석원 대표가, 블루캡은 우리나라에서 사운드를 제일 잘하는 회사인데, 우리가 지분을 투자한 관계 회사이자 오랜 파트너예요. 김석원 대표가 작업이 끝난 영화를 최종적으로 틀어볼 때, 이상적인 극장에서 틀어보는 게 가장 좋은 기술 시사다, 가급적 가장 이상적인 영화관을 만들면 자기들도 도움이 되고, 명필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거예요. 그래서 원래 설계보다 조금 늘렸습니다.

— 규모가 커야 조금 더 이상적인 소리가 구현되나요?

그렇죠. 어느 정도 크기와 깊이를 확보해야 해요. 사운드는 그분의 조언을 듣고 돌비 애트모스를 하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같은 영화들이 여기에서 몇 번씩 점검하고 나갔죠.

3층 아카이브 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코로나19와 OTT의 성장으로 영화관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저는 꼭 영화관만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영화관마다 규모도 다르고 집에서 보는 방식도, 심지어 휴대폰의 사이즈도 여러 가지죠. 그러니까 저는 그 모든 게 다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 그럼에도 명필름아트센터의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희도 영화를 보고,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려고 정성 들여 만든 공간입니다. 그러니까 좀 정확한 소리로 영화를 즐기러 오시지 않나 싶어요. 관람 문화도 음료 외에는 음식물 반입이 안 됩니다. 영화가 끝나면 대부분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앉아 있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꽤 좋아하는 극장입니다. 저도 기쁘게 보고 있고요.

1층 카페 & 펍

— 지난해 연말 명필름아트센터 MFAC으로 리뉴얼했습니다. 왜 이 타이밍이었나요?

건축물은 잘 만들어 놨지만 사람들을 초대하는 데에는, 그러니까 마케팅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주변이 공사 중이고, 위험했어요. 그래서 좀 수세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주말에 영화관을 이용하는 마니아 고객과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는 인근 회사의 직원들 위주로요. 그런데 이제 거진 공사가 다 끝났습니다.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프로그램도 활발히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작년부터 그런 생각을 시작해 하반기에 리뉴얼을 진행했습니다.

— 영화를 중심으로 한 공간이라는 것이 단번에 느껴졌습니다.

크게 보면 영화에 문화를 더한 것이죠. 저희가 사람들을 만나려면 여기에 와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멀고, 대중교통이 좋지 않아요. 영화를 보러 오는 것 외에도 일상적으로 찾아올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와서 만족할 수 있는 문화적 체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스크리닝 룸 같은 것도 무언가를 체험할 수 있게 한 거예요. 날이 풀이면 석양을 볼 수 있도록 옥상도 개방할 예정입니다.

3층 아카이브 룸
4층 스크리닝 룸

— 명필름아트센터 MFAC과 관련해 올해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리뉴얼도 했으니 올해는 이곳을 조심스럽게, 단계적으로 잘 알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주변에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과 ‘콩치노콩크리트’라는 음악 감상실이 있습니다. 명필름아트센터 MFAC과 두 곳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어요. 1박2일 내지는 하루 종일 세 군데를 돌아보면, 영화와 미술, 음악 분야에서 굉장히 특별한 체험이 될 거예요. 이런 식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구상 중입니다. 그러다 보면 이제 다른 지역에서도 거기 한번 가볼 만해, 하고 여기게 되지 않을까요.

TPO

명필름의 이은 대표가 영감을 얻은 장소

이곳이 인연이 되어 승효상 선생님이 꾸린 건축 스터디 모임인 ‘동숭학당’을 함께했습니다. 건축가, 건축학과 교수, 출판인, 영화인, 디자이너 등 50~60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공부하고, 1년에 한 번씩 열흘간 여행을 갔어요. 아프리카, 유럽 등 6년을 그렇게 다녔는데, 거기서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물론 이곳을 지은 이후이긴 하지만요. 그리스 섬을 주제로 간 적도 있고, 유럽의 아름다운 묘지만 찾아간 적도 있고, 르코르뷔지에의 명작만 찾아간 여행도 있어요. 세계에서 좋은 곳은 거진 다 가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최고는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있는 카페입니다.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온 그 카페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카페 주인 같은 마음으로 맥주 한 잔 마시고, 대화하고, 분위기는 좀 있고. 우리 공간도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3편에서 계속됩니다. 

 김혜원 기자

사진 Hae Ran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명필름아트센터 MFAC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영화 위에 쌓아 올린 복합문화공간, 명필름아트센터 MFAC

      : file no.1 : 파주출판도시 속 시네마 천국

▶ : file no.2 : 언제나 영화와 함께하는 사람들

      : file no.3 : 영화로 확장하는 세계

프로젝트
[Post-It] 명필름아트센터 MFAC 리뉴얼 프로젝트
장소
MFAC(엠팩)
주소
경기 파주시 회동길 530-20
시간
지하 1층 영화관 10:00 - 4회차 (주말 및 공휴일 상영)
1층 카페 & 펍 10:00 - 24:00 (10:00 - 18:00 카페/18:00 - 24:00 펍)
2층 쇼룸 및 3층 아카이브 룸 10:00 - 18:00
4층 스크리닝 룸 10:30 - 17:30
기획자/디렉터
명필름아트센터 황다진·김희주 매니저
크리에이터
건축 이로재 (홈페이지 iroje.com), 브랜딩 디자인 윙크WNK (인스타그램 @ wnk__official), 인테리어 소프soff (인스타그램 @soff.log)
김혜원
물건과 공간 뒤 사람들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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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에 쌓아 올린 복합문화공간, 명필름아트센터 MFAC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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