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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도쿄에서 만난 마세라티, 올 뉴 그란투리스모

라이프스타일이 된 브랜드
마세라티(Maserati)가 새롭게 돌아온 그란투리스모(GranTurismo) 출시를 맞아 아태본사(APAC)가 위치한 일본 도쿄에서 공개하는 아시아 프리미어 행사에 헤이팝을 초대했다. 이탈리아 예술과 공예의 정수를 담은 디자인 철학과 새로워진 그란투리스모의 면면은 물론 도쿄 오너스클럽과의 만남까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된 브랜드, 마세라티를 소개한다.
도쿄의 도로를 달리는 MC20. 제36회 국제자동차페스티벌(FAI)에서 '올해 가장 아름다운 슈퍼카'로 선정된 차다.

조각가이자 자동차 마니아인 권오상 작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르네상스 시절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같은 엄청난 조각가들이 있었잖아요. 이런 대단한 민족의 후손들이 지금은 뭘 만들고 있나 생각해 보니, 디자인을 하고 있더라고요. 자동차나 오토바이 디자인은 인체나 동물에게서 그 형태를 찾기 마련인데 그것 또한 조각의 근원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맞다. 우리가 아는 하이엔드 슈퍼카 대부분은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성능과 기술력은 물론 압도적인 디자인은 가끔 예술의 경지처럼 느껴질 정도다.

*오!크리에이터 인터뷰 <지구인이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사물>

“좋은 차를 고르는 방법은 만져보는 거예요. 냄새도 맡아보고요. 신체 감각에서 느껴지는 것들도 있거든요.” 자동차 역사가이자 마세라티 오너스클럽 회장인 신이치 에코는 명차를 여럿 소유하고 있다. 다비드 상의 섬세하고 다부진 팔근육을 코팡고*에서 느낄 수 있을까. 예전에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차에 대해 대단히 알진 못해도 좋은 차는 물기를 닦을 때 굴곡과 촉감, 결이 다르다는 거다. 2007년 제네바 오토쇼에서 처음 등장한 그란투리스모는 이탈리아 건축과 공예를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2019년 단종 되었는데, 올해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콘셉트카 3종을 공개하며 새로운 그란투리스모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민병윤 디자이너가 새로운 그란투리스모의 외관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소식도 물론 화제였다.

*코팡고(cofano&parafango)는 이태리어로 자동차 보닛과 펜더 부분을 뜻한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그레칼레 트로페오 (오)와 그레칼레 GT (왼)

위대한 여정, 그랜드투어의 맥 잇는 ‘그란투리스모’

마세라티의 아태 본사(APAC)는 일본 도쿄에 있다. 새롭게 돌아온 그란투리스모는 아시아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되었다. 그란투리스모(GranTurismo)의 어원은 ‘Grand+Touring’에서 온 것으로 이탈리아어로 ‘먼 여정을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차량’을 뜻한다. 요즘 GT라고 불리우는 차량이 여기서 기인한다. 

 

서양미술사에서 그랜드투어(Grand Tour)는 17~19세기 귀족 자제들이 신문물을 익히기 위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일대를 견문하는 장거리 여행이었다. ‘그란투리스모’에는 유럽 전역을 질주하며 새로운 문명을 보고 느끼는 여행의 DNA가 흐른다. 스포츠카이지만 오래 여행해야 하니 ‘반드시 편안해야 한다’는 필수조건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세라티는 스포티함과 편안함,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조건을 균형감 있게 담는 데 성공한 독보적인 브랜드다. 75년 전 ‘A6 1500’을 시작으로 ‘3500 GT’, ‘5000 GT’, ‘세브링’, ‘미스트랄’, ‘기블리’, ‘보라’, ‘캄신’, ‘3200 GT’처럼 상징적인 모델을 선보여온 것이다.

지난 11월, 도쿄에서 열린 마세라티 아시아 프리미어에서 공개된 올 뉴 그란투리스모.

 

Meet with 클라우스 부세(Klaus Busse), 마세라티 디자인 총괄

클라우스 부세(Klaus Busse), 마세라티 디자인 총괄

ㅡ 마세라티의 디자인 철학은?

마세라티의 디자인 철학은 5가지의 챕터로 소개할 수 있다.

첫째, 변함없는 비주얼(Visual Longevity) 마세라티는 타임리스 디자인을 추구하는데, 깔끔하고 단순해보이지만 사실 이런 디자인이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법이다. 낮은 그릴과 높게 위치한 헤드라이트는 1947년 초부터 이어온 디자인으로, 불필요한 장식 없는 순수한 상부 디자인과 성능에 초점을 맞춘 하부디자인의 조합이 아름다운 비율로 존재한다.

둘째, 고유한 디자인(Unique by Design) 마세라티의 엠블럼인 삼지창은 브랜드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마세라티가 탄생한 이탈리아 볼로냐 분수대에 있는 포세이돈의 삼지창처럼 이는 지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있지 않나. 새로운 그란투리스모는 MC20 모델과 같이 휠, 그릴과 엔진 커버에 삼지창을 형상화하며 디자인 DNA를 공유한 점이 특징이다.

셋째, 대조적 요소들의 균형(A Balance of Opposites) 이탈리아산 최고급 가죽과 마감의 섬세함은 마세라티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다. 여기에 기존에 부족했던 첨단 기능들을 도입했다. 특히 내장된 ‘소너르 파베르’의 음향 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차량 오디오 시스템으로 3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넷째, ​색상(Colours) 자연에서 유래한 색상을 인테리어에 적용했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빛과 물질 사이에 지속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색을 찾는다. 지금 공개된 차량의 경우 후면은 원색 알루미늄으로 시작해 전면은 마세라티 블루로 전환되는데, 이야말로 이탈리아스러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섯째, 본질의 혁신(Innovative by Nature) 새로운 그란투리스모는 전기차와 내연차 중 선택할 수 있다. 배터리, 성능,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전동화를 적용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다.

그란투리스모는 490마력 3.0리터 V6 네튜노 트윈 터보 엔진이 장착된 모데나, MC20 네튜노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550마력의 고성능 V6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트로페오, 800V 기술 기반의 엔진을 사용하는 완전 전동화 버전 폴고레 3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

새로운 그란투리스모의 특징은?

역사적으로 ‘그란투리스모’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두 번째 차량이다. 마세라티만큼 이 콘셉트에 충실한 브랜드는 없다고 본다. 75년 전에는 레이싱차와 일반적인 로드카가 구분되어 있지 않았나? 마세라티는 이를 하나로 합친 것으로, 트랙에서 레이스를 즐기나 집으로 타고 올 수 있는 차다. 차량의 그릴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F1 레이싱카에서 유래한 것으로 깔끔한 실루엣과 아름다운 볼륨은 환상적인 디자인이다. 별다른 장식이 불필요한 이유다.

외관 디자인은 전작과 유사해 보인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전작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새로운 그란투리스모는 예전 디자인을 더욱 완벽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더욱 정교하고 균형 잡힌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또 2열 뒷좌석이 생겼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내 키가 2미터인데, 뒷자석에 앉아도 편안할 정도다. 트렁크도 꽤나 넓어 짐을 적재할 수 있는데,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것이 그란투리스모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컬러를 입은 세상에 하나 뿐인 올 뉴 그란투리스모.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사실 마세라티를 디자인할 때 큰 책임감을 느낀다. 눈을 감고 마세라티를 떠올리면 길이 꽉 막힌 도로가 아닌 토스카나에서의 환상적인 드라이브나 레이스 트랙을 달리는 장면이 펼쳐진다. 이를 위해서는 40년, 5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우아함을 가진 차를 만들어야 한다. 스케치하기 전부터 많은 토론을 거치며 철학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디자인을 대량생산 하는 AI와 다르다. 마세라티는 인간에 의한 디자인을 적용한다.

어디에서 가장 영감을 많이 받는가?

미켈란젤로와 같은 이탈리아 예술가 그리고 공예가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마세라티의 외관과 인테리어 디자인은 이탈리아 공예 혹은 건축을 재해석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마세라티는 누가 탈까?

이번 도쿄 여정에는 마세라티 오너스클럽을 만날 기회도 있었다. 일찍이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일본이라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마세라티 오너스클럽은 30년 전 설립되었고 현재는 1,050명이 활동 중이다.

도쿄 쓰키지 혼간지에서 만난 마세라티 오너스 클럽 회장 신이치 에코(오)와 류이치 나가야마 총무과장(왼)

Interview with

신이치 에코(Shinichi Ekko) 마세라티 오너스클럽 회장, 류이치 나가야마(Ryuichi Nagayama) 총무과장

신이치 에코 회장은 PR 컨설턴트이자 회사대표다. 이탈리아의 모데나와 토리노에서 폭넓은 인맥을 가진 자동차 역사가로 저서로는 <Maserati Complete Guide I, II,>, <Giorgetto Giugiaro, the Car Designer of the Century>, <Branding that Creates the Legend of Ferrari, Lamborghini, and Maserati> 등이 있다.
류이치 나가야마 총무과장은 병원에서 근무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고령자 간호 컨설팅회사를 운영 중이다. 이탈리아의 자동차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직접 이탈리아에 거주하며 문화유산, 자연, 도시 경관, 요리 등을 경험하며 알리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마세라티 오너들이 보유하고 있는 차를 함께 소개했다. 3200GT(왼)과 3500GT(오)

마세라티 오너스클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에코: 35년 전쯤인가. 당시 마세라티 오너였는데 한 이탈리아 친구가 일본에서 오너스클럽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귀찮을 것 같아 하기 싫다고 생각했었다. 어느 날 기회가 되어 이탈리아에서 개최한 오너스클럽 이벤트에 참여하게 됐다. 단순히 자동차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오페라, 음식 문화를 즐기는 점이 좋았다. 당시 일본에 있던 오너스클럽은 대부분이 남자 회원이고, 남성향의 이벤트가 대부분이었다. 이탈리아의 가족 문화를 느끼고, ‘아 이런 클럽이라면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가야마: 병원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는데, 대단히 바빴다. 24시간 계속 일을 할 때도 있었고 한 달에 이틀밖에 쉬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마세라티를 만났다. 중고 시장에서 만난 222E라는 모델이다. 그때가 38살쯤이었으니 오너스클럽에 가입한 지도 벌써 28년째다.

에코 회장이 기자단에게 보여준 마세라티 디자인 가이드북. 시대별로 기종과 특징을 자세히 기록해 둔 것으로 자동차 역사가인 그가 저술한 책이다.

회원들이 모여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에코: 일본 오너스클럽은 지역별로 서부, 중부, 동부로 나뉘어져 있다. 이벤트 미팅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갖는다. 서킷을 같이 달리거나 교토처럼 전통 있는 지역에서 만나 투어를 같이 하고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공연을 본다. 오늘 가져온 잡지도 오너스클럽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책이다. 우리 클럽에 모이는 사람 중 가장 어린 사람은 몇 살 정도라고 생각하나? 정답은 ‘0살’이다. 마세라티 오너스클럽은 아기들도 같이 와서 즐길 수 있는 모임이다. 이제 30년이 넘다 보니, 부모님 따라 참여하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는데, 이런 문화를 계속 이어가게 하고 싶다.

나가야마: 우리 아들도 스무 살이 넘었는데 매번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런 일도 일반적이라고 하더라. 아버지의 자동차를 아들이 물려받는 것. 자동차라는 것은 내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 내가 맡아서 쓰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가 다음 사람에게 문화로 넘겨주는 거다.

에코 회장은 1971년 출시한 마세라티의 보라(Bora)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런 클래식카는 보통 언제 타는가?

에코: 어제도 타고 나갔다. (웃음) 일상에서 자주 모는 편이다. 젊을 땐 도쿄 시내도 나가곤 했다. 이런 클래식카를 유지하는 방법은 신뢰감 있는 정비소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일본은 예전에 비해 올드카 문화가 점점 축소되고 있긴 하다. 차의 오너와 서비스 공장 주인 모두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주문을 해서 받아오기도 한다.

마세라티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가야마: 다른 사람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처음 내가 마세라티를 구입했을 때만 해도 거리에서 나와 같은 차는 만날 일이 없었다. 지금은 좀 많아져서 곤란하지만. (웃음)

에코: ‘그란투리스모’ 개념을 생각하면 역시 마세라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자동차여야하고 브랜드로서의 헤리티지라든가 매커니즘도 좋아야 한다. 또 무엇보다 스타일리쉬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에코: 마세라티 디자인의 계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디자인회사인 피닌파리나(Pininfarina)와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제아로(Giorgetto Giugiaro)가 큰 영향을 끼쳤고 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오늘 안에 못 끝낼 정도다.

나가야마: 마세라티는 어느 연대에 차라도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보다 디자인이 차분하다. 그런데 각 부위를 앞에서나 뒤에서 봤을 때 자세히 보면 힘이 넘친다. 외관은 현대적일지라도 인테리어는 클래식하다. 그런 점이 매력적이고, 그동안 여러 가지 마세라티 차량을 타왔지만 저기 전시되어 있는 3200GT가 가장 궁극의 차라고 생각한다. 조르제토 주제아로가 디자인한 차다.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마세라티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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