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2023-10-25

모두를 위한 디자인,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제2회 공공디자인을 위한 축제
공공디자인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리고 넓게 일상 속에 녹아 있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공적 공간에 적용된 디자인의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는 행사다. 지난 20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서울, 경기, 충청, 경상, 전라 등 전국 160여 개의 공공디자인 거점과 올해 공공디자인 특구로 선정된 부산광역시 일대에서 진행 중이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포스터와 전국 주요 거점 분포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올해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흔히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초기에는 장애인과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차원에서의 디자인을 일컫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린이부터 노약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를 아우르는 디자인이라는 확장된 의미로 사용 중이다. 이번 행사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집단을 위한 배려의 디자인이 아니라 모두의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해 줄 디자인을 조명한다. 공공부터 민간까지 사회가 당면해 온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 온 공공 디자인의 사례를 공유하며 그 역할과 가치를 이야기한다.

올해의 공공디자인 특구, 부산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의 공공디자인 특구로 지정된 부산광역시

지난해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특구로 지정된 서울특별시 성수동에 이어 올해는 부산광역시가 특구로 선정됐다. 부산은 도시문화부터 해양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디자인을 추진 중이다. 부산 공공디자인 특구에는 40여 곳의 주제 거점이 참여한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공공디자인 투어 코스’에 포함된 공간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울러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개막식이 열렸던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 내 석천홀에서는 주제 전시 <모두를 위한 디자인: 우리가 꿈꾸는 보통의 일상>이 열리고 있다. 여섯 가지의 일상 영역에서 경험하는 공공디자인의 사례를 관객 친화형 전시로 소개한다.

부산 공공디자인 여행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을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공공디자인 특구인 부산 내 주제 공간을 탐방하는 것이다. 주제 공간은 크게 세 개의 권역(북동부, 남부, 서부)으로 구분되어 분포한다. 동과 서로 길게 뻗은 부산 안에서 보다 수월한 공공디자인 여행을 위해서는 홈페이지에서 제안하는 여섯 가지 코스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산 시청 열린 도서관 들락날락 공간 모습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부산 특구의 주요 거점인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 과거 고려제강의 철강 공장을 리노베이션 했다.

부산 공공디자인 여행을 제안하는 여섯 가지 코스는 도시재생, 로컬 문화, 지역공동체, 해양도시경관, 어린이 친화, 무장애 시설이라는 주제로 구분되어 있다. 부산시청 열린 도서관, 부산워케이션거점센터, 부산시민공원, 영주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등 공공 영역뿐만 아니라 밀락더마켓, 오초량, 프루터리 포레스트, 어반브릿지, AREA6, 꿀꺽하우스, 모노루가 등 개인 브랜드 공간까지 아우른다.

 

부산의 역사와 문화, 산업과 자연을 반영한 공공 디자인 사례와 더불어 이미 알고 있던 브랜드와 공간을 ‘공공디자인’이라는 렌즈를 통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부산역을 중심으로 수영구의 ‘F1963’과 영도의 ‘AREA6’를 이어주는 ‘공공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공공디자인 여행을 알뜰하게 즐길 수 있는 팁이니 놓치지 말자.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주제전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은 각해마다 주제전을 선보여 왔다. 첫 회였던 2022년의 주제전 제목은 <길몸삶터>. 홍익대학교 안병학 교수가 기획해 서울역 284에서 선보였다. 올해 전시는 두 명의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했다. 디뮤지엄 부관장을 역임한 한정희 큐레이터와 계원예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권정민 큐레이터가 함께했다. 전시 제목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 우리가 꿈꾸는 보통의 일상>으로 집, 동네, 학교, 일터, 쇼핑, 대중교통 등 여섯 가지 일상 공간에서 누리는 공공디자인 주요 사례를 소개한다.

주제전 '모두를 위한 디자인: 우리가 꿈꾸는 보통의 일상' 전경

특히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 평범한 일상의 흐름을 바탕으로 공간을 구획해 자칫 고루해질 수 있는 일자형 전시 공간의 제약을 극복했다. 전시 초입에서는 다소 생소한 ‘컬러유니버셜 디자인’을 소개했는데,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인지 다양성을 고려해 삼화페인트에서 개발한 컬러유니버셜 디자인을 전시장에도 반영해 눈길을 끈다.

 

두 번째 섹션은 출근길에 마주하는 동네의 풍경을 전시장에 끌어들여왔다. 아이부터 노약자까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세대 통합 놀이터부터, 사람과의 조화를 고려한 동네 고양이 급식소,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디자인한 독일의 신호등 캐릭터 ‘암펠만’까지 일상 환경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공공디자인을 소개한다.

3D로 제작한 카탈로그
(왼쪽)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우수 사례 수상작들 모습 (오른쪽) 2023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수상작 '북아현동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사업'

세 번째 섹션과 네 번째 섹션은 ‘학교’와 ‘일터’에서 마주하는 공공디자인 사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3D 카탈로그와 3D로 제작한 촉각 명화 그리고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브랜드 ‘베어베터’의 업무환경이 대표적이다. 또한 전시장 한편에서는 2023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수상작인 ‘북아현동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사업’을 비롯한 우수 사례 수상작을 만날 수 있다.

식품 브랜드 오뚜기가 개발한 점자 표기 식품과 휠체어를 탄 이들을 위한 쇼핑 카트 디자인
전시 마지막 섹션에서는 관객이 직접 공공디자인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할 수도 있다.

학교와 일터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고, 가게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 온다.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 섹션은 이처럼 가게, 대중교통 등 귀갓길에서 마주하는 풍경 속 공공디자인을 소개한다. 식품 브랜드 오뚜기의 점자 표기 제품과 휠체어용 쇼핑 카트는 ‘모두를 위한 보통의 가게’를 위한 사례로 주목해야 한다. 임산부 배려석, 하트 스티커, 청각 장애인이 운전하는 고요한 M 택시, 부산 표준화 관광안내 시스템도 다시 한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연스럽고 익숙한 나머지 그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공공 디자인 예시를 통해 인식을 환기시키고 나아가 일상 속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킨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견한 ‘모두를 위한 디자인’

공공디자인 전국 주요 거점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은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내 전국 주요 거점에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농부시장 마르쉐’, ‘어반스케쳐스 서울’, ‘모두가 환영받는 우리동네: 연희동’이 대표적이다. 부산과 서울 양 도시에서 진행하는 농부시장 마르쉐 프로그램은 건강한 바다 먹거리 소개부터 지구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까지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배경으로 연희동 내 차별과 배제 없는 문화 상업 공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부산으로 공공디자인 여행을 떠나기 어렵다면 서울 안 연희동으로 짧은 디자인 투어를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진행된 '농부시장 마르쉐' 풍경
충북 충주 탄금 힐링 레포츠 파크

이외에도 인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충북 충주 탄금 힐링 레포츠 파크,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 숲이 오래 키즈 아카데미, 전북 진안군 마령 활력 센터, 제주 안전체험관 유니버설 디자인 체험관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거점이 자리한다. 특히 한국 최초의 문자 전문 박물관으로 유니버셜 디자인을 표준으로 조성한 전시 공간을 지닌 국립문자박물관과 자연 속에서 디자인의 원리를 찾는 ‘바이오필릭’ 개념을 적용해 벌집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국립수목원은 다양한 영역에서 공공 디자인을 이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함께 놀 수 있으면, 함께 살 수 있어요.(play together, live together)”. 놀이 운동가이자 장난감 디자이너 캐스 홀먼(Cas Homan)의 말이다. 증오와 불신이 팽배해진 현대 사회에서 제약 없이, 차별 없이, 경계 없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다루는 <공공디자인 페스티벌>과 공공디자인이 필요한 건 단순한 이유가 아닐까. 우리 모두 함께 살기 위해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메인 포스터 이미지

이정훈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프로젝트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장소
부산광역시 및 전국 공공디자인 거점 165곳 (*주제행사장: 부산 F1963)
일자
2023.10.20 - 2023.10.29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모두를 위한 디자인,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