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열리는 전시 〈Second Cycle〉은 아파트먼트풀의 본격적인 활동을 알린다. 전시부터 렌탈 및 마켓 서비스, 스테이 사업에 이르는 프로젝트와 빈티지 가구의 가치와 시장의 흐름까지. 아파트먼트풀을 운영하는 이아영, 김성민 공동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with 아파트먼트풀
이아영, 김성민 공동 대표
개인적으로 빈티지 가구 전시를 보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요. 직관적으로 아름다운 형태를 포착했지만 가까이 다가갔을 때 정작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되더라고요. 빈티지 가구 전시를 감상하는 팁이 있을까요?
모든 전시가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먼저는 본인의 취향 파악이 중요한데요. 이 경우에는 목적성이 분명할수록 좋아요. 예컨대, ‘우리 집 식탁과 함께 사용할 의자가 지금 필요해’라든가 혹은 ‘나는 가구 컬렉터니까 소장용 가구를 구매하겠어’라는 구체적인 상황과 목적 말이죠. 자신의 취향을 파악했다면 그다음은 공부해야 해요. 그래야 첫 번째 체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갑을 열어서 돈을 써 보고, 실패도 해보고, 그리고 가구를 자신의 공간에 이리저리 놓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체어를 가진다’라는 표현이 쏙 마음에 들어요. 처음으로 구매한 가구도 기억나는지?
물론이죠. 빈티지 가구로 처음 구입한 피스는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의 ‘모스퀴토 체어(Mosquito Chair)’이에요. 당시가 20대 중반 정도였는데 친구들이 합판으로 만든 의자를 60만 원이나 주고 샀냐고(웃음) 그들에게 아마 독특한 소비로 보였겠죠? 백화점이나 갤러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의 체취나 흔적에서 전해지는 가구의 온도가 있어요. 그게 마음에 들어서 단숨에 구매를 결심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그 모스퀴토 체어는 가지고 있어요.
말씀을 들어보니 ‘빈티지’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의 첫 번째 콘셉트와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퍼스트 에디션을 ‘빈티지’라고 이야기해요. 가구도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서 세대를 거치며 조금씩 변형되어 가는데요. 초창기 디자이너 아이디어에서 달라진 가구를 빈티지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예컨대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의 판텔라 조명(Panthella)의 퍼스트 에디션을 보면 플로어 램프와 테이블 램프가 있는데 기존에는 헤드가 엄청 컸거든요. 지금은 헤드 크기도 작아지고, 컬러도 알록달록해요. 최초의 디자인에서 벗어난 현재의 형태를 보고 빈티지 조명이라고 부르지는 않아요. 또, 빈티지에서는 무엇보다 ‘파티나(Patina)’의 개념이 중요한데요.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남는 무늬와 흔적을 말해요. 나무의 경우는 어떤 나무 수종인지에 따라서 익어가는 모습도 다르거든요. 파티나가 없다면 빈티지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최근 빈티지 가구의 선순환을 표방하는 플랫폼 ‘아파트먼트풀(Apartmentfull)’을 오픈했어요. 원오디너리맨션에 이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가 원오디너리맨션을 7, 8년 운영하면서 한국에 들인 빈티지 피스가 약 3만여 점 정도 되는데요. 그간 피스를 구매한 고객들의 재판매 니즈가 있더라고요. 취향이 바뀌거나 혹은 새로운 공간으로 옮기면서 기존의 가구가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한 거죠. 한데 원오디너리맨션에는 나름의 컨디션 기준이 있거든요. 고객이 한참 사용한 가구의 컨디션은 저희 기준에서는 취급하기가 어렵고, 또 타 업체에서 구매한 가구는 저희 취향이 아니니까 거래할 수 없죠. 그래서 아파트먼트풀 플랫폼을 통해 개인 간 가구 거래가 가능한 장을 만들었어요. 아울러 저희가 소장하고 있는 가구도 아파트먼트풀의 전시, 렌탈, 스테이 사업을 통해 순환될 수 있게 된 거죠.
빈티지 가구 시장에도 일종의 흐름이 존재할 것 같은데요. 빈티지 가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순환시키는 플랫폼을 지금 이 시점에 시도하는 이유도 혹시 있을까요?
지금 돌이켜보면 팬데믹을 지나온 시기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디자인 붐이 일었던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때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라이프 스타일과 가구에 관심이 많았잖아요. 지금은 그 시기를 지나오면서 강박적으로 소비했던 것과 자신의 취향을 잠시 돌아보는 때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재판매에 대한 니즈도 증가했다고 봐요. 특히 빈티지 가구는 개인이 그 가치를 판단하기 쉽지 않아요. 가구의 금액이 다른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거든요. 원오디너리맨션 운영 경험을 토대로 제품의 오리지널리티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그 가치를 읽어주는 텔러(Teller) 역할을 아파트먼트풀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빈티지 피스를 경험하기까지 그 문턱이 여전히 높다고 생각했는데, 말씀대로면 아파트먼트풀이라는 플랫폼이 그 높이를 낮춰줄 수 있을 것 같네요.
한국에서는 보통 30대가 넘어서 독립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고, 결혼을 할 때가 되어서야 가구를 직접 골라보고 구매하는 경험을 하게 되잖아요. 그전까지는 아무래도 금액적인 면에서 부담이 되다 보니까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고요. 원오디너리맨션만 하더라도 예약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사실은 문턱이 꽤 높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아파트먼트풀을 통해서 쉽고 다양한 형태로 빈티지 가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성수동이라는 지역을 선택한 이유도 있지 않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성수동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잖아요. 저희가 광교에서 시작해서 판교 그리고 자곡동까지 옮겨왔는데 사람이 몰리는 지역은 아니거든요. 처음에는 성수동이 낯설어서 정을 붙이기가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이곳만의 분위기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과는 다르게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인 점도 좋고요. 아파트먼트풀을 처음 생각했을 때의 모습과 비슷한 풍경이라 지금은 성수동에 잘 왔다 싶죠. (웃음) 아울러 TPZ 대표님들과 일하는 방식, 태도 그리고 가치관이 저희가 지향하는 바와 잘 맞더라고요. 사실 성수동이라는 이유보다 파트너를 보고 먼저 결정했어요.
아파트먼트풀에서 소개하는 빈티지 가구의 선별 기준도 있을까요? 원오디너리맨션과는 결이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했거든요.
사실 거의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파트먼트풀에서는 원오디너리맨션과 다르게 렌탈 서비스와 마켓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는데요. 빈티지 가구 선별 기준은 렌탈 서비스에서만 적용해요. 1층과 2층에 걸쳐 소개하는 이번 전시 〈Second Cycle〉은 렌탈용 가구를 전시한 것이고요. 저희가 소장한 가구 중 20세기를 대표하는 피스를 선보이고 있어요. 반면, 개인이 아파트먼트풀에서 피스를 자유롭게 사고파는 마켓 서비스는 별도의 기준이 없어요.
전시 중인 피스 옆에 카탈로그를 배치해 둔 점도 눈길을 끌더라고요.
카탈로그만큼 오리지널리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인터넷에서 찾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고 많은 정보가 담겨 있죠. 저희가 공부할 때 가장 많이 기대는 매체이기도 하고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카탈로그를 참고했는데요. 가구를 소개하는 정확한 정보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편 빈티지 가구를 수급하는 방법도 궁금한데요. 주로 해외에서 구매하시는 건가요?
다양한 경로로 구매해요. 경매로도 사기도 하고, 현지에 나가서는 지역 신문도 찾아봐요. 지면 광고로 빈티지 가구 판매 소식을 접할 수도 있거든요. 개인 딜러를 통해서도 빈티지 가구를 사기도 하죠. 발품을 많이 팔수록 좋은 피스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의 빈티지 가구 시장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겠죠?
한국에서는 유행이 빠르고 얕게 스쳐 지나가잖아요. 반면 가까운 일본만 해도 빈티지 문화가 생활에 녹아 있어요. 물론 빈티지 문화와 그 가치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팬데믹 기간이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실내 활동이 증가하면서 그만큼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고민도 깊어졌고, 취향도 다채로워졌어요. 또한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소비자의 니즈가 바뀌는 시점이라 저희를 포함한 2차 마켓이 하나 둘 생기고 있잖아요. 이런 흐름과 함께 국내 빈티지 가구 시장의 앞으로 모습도 더 흥미로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가구와 공간 혹은 제품을 두고서 ‘감도가 높다’는 표현을 사용하잖아요. 대표님들께서 생각하는 감도는 무엇인지, 감도가 높다는 말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가구 디자인에 다양한 사조가 있는 만큼 ‘감도가 높다’라고 부르는 그 지점이 다를 텐데요. 예컨대 데니쉬 모던 가구는 사람 손을 많이 거쳐 완성되거든요. 따라서 공예적인 요소가 두드러지죠. 이처럼 얼마나 수고스럽게 만들었냐가 감도의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보다 빈티지 가구에서 말하는 감도는 앞서 이야기 한 ‘파티나(Patina)’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해요. 파티나는 오래되고 아름다운 고색(古色)과 멋스러움을 말하는데 파티나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이 빈티지 가구의 감도 기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애정 하는 빈티지 가구와 디자이너는 누구인지도 궁금합니다.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BCC 라인. 샤를로트 페리앙은 저희에게 뮤즈와 같은 디자이너예요. 건축이 남성들의 필드였던 시기에 유리천장을 뚫고 활동했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데요. 2차 세계 대전으로 금속 수급이 힘들었을 때 디자인한 BCC 라인의 스툴을 가지고 있어요. 스크루 드라이브가 없다 보니 핑거 조인트(Finger Joint)로 맞춘 가구인데 전시 중에 나온 가구들이 특징도 뚜렷하고 아름답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