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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09-29

생생하게 예술을 만나는 카페&바, 온더홀 ②

작품 같은 온더홀 메뉴 비주얼

온더홀은 지금 느끼는 맛과 기분에 집중하기를 권하는 카페 겸 바(bar)다. 온더홀 팀이 ‘총체적으로’라는 뜻을 품은 온더홀(on the whole)이라는 말을 이름으로 삼은 까닭은 명확하다. 어떤 맛을 두고두고 떠올리는 데는, 혀로 느끼는 맛뿐 아니라 향기, 질감, 모양부터 그날 함께한 사람과 날씨, 기분까지 두루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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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게 예술을 만나는 카페&바, 온더홀 ①
▼ 1편에서 이어집니다.

온더홀의 메뉴를 소개해 주세요. 어떻게 분류하고 구성했어요? 맛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들려주세요.

손영준 브라운, 그린, 화이트 파블로바. 이름은 모두 파블로바지만 맛과 모습은 굉장히 달라요. 그리고 가든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브라운 파블로바 | 사진 제공: 온더홀

브라운 파블로바는 생강 아이스크림과 크럼블, 부라타 치즈가 주재료지만, 맛을 완성하는 건 위스키 시럽입니다. 코를 찌르는 위스키 향기가 달콤하고 고소한 맛에 또 다른 레이어를 쌓아주거든요. 또 옥수수 껍질을 태워 만든 가루를 사용하는데, 이 가루는 판매하는 곳을 찾기 어려워요.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옥수수 껍질 구하기’라는 막중한 과제를 만나기도 했죠.

그린 파블로바 | 사진 제공: 온더홀

그린 파블로바 재료로는 오직 그린 토마토를 고집했어요. 그 식감과 너무 달지 않은 맛 때문이었죠. 워낙 일정한 퀄리티로 수급받기 어려운 재료라 지금은 판매를 중단했지만, 온더홀의 가치관을 잘 보여주는 메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린 토마토를 주재료로 하되, 블랙 올리브를 오븐에 구운 후 갈아서 만든 파우더로 산미를 더했어요.

화이트 파블로바 | 사진 제공: 온더홀

화이트 파블로바는 일반적인 파블로바에 쓰이는 크고 폭신한 머랭 대신, 얇고 바삭한 머랭 샤드를 이용했어요. 그리고 매일 아침 만든 크림치즈 무스와 곁들여 냅니다.

가든 아이스크림 | 사진 제공: 온더홀

가든 아이스크림은 직접 만든 바질 아이스크림에 치즈 튀일을 곁들입니다. 너무 짜지 않도록, 튀일의 두께와 배합의 비율을 정하기까지 많은 공을 들였어요.

워크숍 현장. 흥미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 사진 제공: 온더홀

온더홀은 생강, 위스키, 블랙 올리브, 바질 오일 등 디저트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여럿 사용합니다. 디저트를 통해 여러 번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복합적인 맛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요리’를 한다는 생각으로 굉장히 많은 재료를 준비하고 수없이 실험했어요. 버섯, 대파, 하몽, 두부와 같은 재료도 후보에 올랐었답니다. 결국 탈락했지만요. 맛을 만들고 찾아가는 과정 역시 참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 일련의 과정을 재현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온더홀 고객과 함께하는 워크숍이었고요. 그곳에서 저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조합을 떠올렸던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디저트 비주얼 | 사진 제공: 온더홀

디저트의 모양도 하나의 작품 같아요. 비주얼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요?

김영지 식기부터 메뉴까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여러 차례 연구했어요. 디저트를 포장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지만, 아직 포장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포장 용기에 담긴 메뉴들이 매장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거든요. 훌륭했다고 기억되는 식(食)경험에는 맛 외에도 많은 감각과 감정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비주얼 역시 그 요소 중 하나겠죠.

디저트 비주얼 | 사진 제공: 온더홀

디저트의 비주얼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구체화해 나가나요?

김영지 영준 님이 메뉴에 들어가는 재료를 구상하고 조합하면, 저는 이렇게 저렇게 쌓아 보면서 요리 놀이(?)를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같은 재료라고 해도 어떤 순서로, 어떤 비율로 조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후보를 같이 맛보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쳤어요. 맛과 비주얼, 그리고 식기와의 조화 부문에서 모두에게 합격 점수를 받은 메뉴만을 론칭했습니다. 꽤 다양한 메뉴들이 후보에 올랐는데도, 결국 네 가지 메뉴만 남은 건 그래서예요.

디저트를 주문하면 제공되는 카드 디자인 | 사진 제공: 온더홀

메뉴와 함께 맛이나 감정을 살필 수 있는 테이스팅 카드를 함께 제공해요. 온더홀의 정체성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같군요.

김영지 온더홀의 메뉴를 주문하면 맛에 대한 느낌을 기록할 수 있는 카드 한 장과, 감정을 기록할 수 있는 카드 한 장을 제공합니다. 맛에 대한 카드는 온더홀 기획 초창기부터 꼭 만들려고 했어요. 지인이 기획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당시 내가 느낀 맛이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면서, 감각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험을 했거든요. 더 많은 분이 이 경험을 해보기를 바랐어요.

맛 기록 카드 일부 | 사진 제공: 온더홀

감정 기록 카드는 영준 님 아이디어였어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먹는 경험은 단지 맛만으로 좌우되지는 않거든요. 공간에서 느끼는 기분과 상태를 직접 표현할 수 있게 가이드를 주자는 아이디어였어요. 흥미로웠던 건, 고객들이 이것은 맛 카드, 이것은 감정 카드라는 식으로 두 카드를 따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이런 모습을 보고 ‘맛의 절반은 심상’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었죠.

감정 기록 카드. 자기가 느낀 형용사에 점을 찍고 이어가다 보면 어떤 형태가 완성된다. | 사진 제공: 온더홀

수많은 형용사가 쓰인 카드를 직접 디자인했죠. 섬세함과 정교함이 요구되는 작업이었을 텐데요, 카드를 디자인하며 특히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요?

김영지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불어에는 맛을 표현하는 단어가 오백 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무수한 감각과 감정을 중복되지 않게 표현하는 단어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또 테이스팅 카드 위에 표현하는 방식 역시 깊게 고민했어요. 정석적인 테이스팅 세션에 참석하면, 보통 산미와 당도 등 몇 가지 카테고리에 대해 그 정도를 표기하게 돼요. 어쩌면 이러한 방식이 표현에 제약을 두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가끔 생각했어요. 순간의 감정과 감각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바라던 중, 이전에 같이 작업했던 손하은 디자이너가 점과 선의 형태를 제안해 주었어요. 그래서 온더홀의 테이스팅 카드는 점의 형태로 이루어진 형용사들을 자유로운 선으로 잇는 형태예요. 선을 잇고 나면 자연스레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고요.

온더홀 내부 곳곳에 로파 서울이 엄선한 오브제가 놓여 있다. | 사진: 모디스트 필름 박지우 @eenomsiki

로파 서울과 온더홀은 어떤 관계로 지속해 나가려 해요?

손영준 로파 서울은 로파 서울대로, 온더홀은 온더홀대로 가장 잘하는 일들을 하며 나아가면서도, 두 공간이 연결되는 행사를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이를테면 로파 서울이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소개하면, 온더홀에서는 직접 체험하도록 돕는 식으로요.

온더홀에서 보이는 풍경 | 사진: 모디스트 필름 박지우 @eenomsiki

앞으로 예정된 계획이나 미래 바람을 물을게요.

김영지 가까운 계획으로는 얼마 전 로파 서울에서 전시를 진행한 아트 디렉팅팀 ‘디 어스룸’과의 핼러윈 케이터링 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는 맛의 영역을 담당하고, 디 어스룸은 본인의 색을 유지한 작업을 확장하는 형태로 협업하려고 검토 중이에요. 본의 아니게 온더홀은 파블로바 전문점처럼 알려지고 있어요. (웃음) ‘먹는 것을 주제 삼아 전시 경험을 제공하는 팝업 카페&바’라는 소개처럼, 더 다양한 기획과 체험을 준비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분을 만나고 싶어요.

김유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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