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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1

남해 폐 냉동창고의 변신,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미조

재생 건축으로 남해의 아름다움까지 공간에 담았다.
친환경이 늘 화두에 떠오르고 있는 요즘 재생 건축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옛 건축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현재의 실용 가치를 더하는 일. 부수고 새로 지어 올리기보다 죽어 있는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어 사람들을 끌어모은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가. 4월 8일 오픈하는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미조’를 소개한다.
전면 창으로 남해 미조항의 아름다운 전경이 내다보인다. ⓒ 노경 작가
재생 건축으로 탄생한 스페이스 미조

 

남해 미조면 미조항 바로 앞, 낡고 허름한 외관이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어우러진 고건축이 어색함이 없다. 이곳은 최근 새롭게 오픈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미조’로 버려진 냉동창고를 활용한 재생 건축이다. 이는 미조항을 오가는 어민들에게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옛 모습을 그대로 남겨두되 지역예술가와 다양한 창작자를 잇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장소를 만드는 목적에서 기획된 곳. 2018년도부터 건축가를 포함한 공간 기획팀이 오랜 논의를 거쳐 공간을 구성했으며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청정 남해의 자연에 둘러싸인 어업의 전진기지 미조항에 위치한 ‘스페이스 미조’는 예술과 문화의 허브이자 지역과 환경이 상생하는 공간을 모토로 한다. 연면적 1,815m2 총 4층 규모의 이곳에는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은 물론 카페, 레스토랑, 편집숍이 있어 한곳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기 좋다. 열교환기가 공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모습이 이색적인데, 실제로 냉동창고였던 건축물의 용도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으면서 설치 미술 작품 같은 느낌이 들도록 일부로 그대로 뒀다.

 

재생건물의 취지를 살려 재활용 플라스틱 판재와 재생 폼, 재생 목재를 사용했다. ⓒ 노경 작가
냉동 코일과 일부 내장재를 남겨두어 냉동창고의 추억을 남겼다. ⓒ 노경 작가
예술과 문화를 소통하는 장소

 

1층의 카페 ‘플랫포트 Platport’에는 남해의 로컬 식자재를 재해석한 식음료를 선보인다. 맑고 깨끗한 남해의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참다래청 에이드에 손수 채취한 꿀 해당화 얼음을 띄운 ‘다래와 해당화 에이드’가 시그니처 메뉴. 4층의 오션 뷰 레스토랑 ‘오스모스 Osmos’에도 남해 특산물이 가득한 요리들을 준비했다. 이외의 공간에서 개관 전시가 펼쳐지는 1층의 ‘Warp.1’ 전시장, 관련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집숍 ‘플랫포트샵 Platport#’과 예술가들이 머무르며 영감을 얻고 교류할 수 있는 레지던시 ‘셀 Cell’이 2층에 자리했다.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는 3층 ‘와프 플러스 Warp+’는 미조항의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음악회, 강연, 상영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

카페 플랫포트와 레스토랑 오스모스는 남해의 로컬 식자재를 재해석한 식음료를 선보인다.
4층의 오션 뷰 레스토랑 ‘오스모스 Osmos’에서 남해 특산물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개관 전시 〈미조〉는 미조항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고 오늘날의 미조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전달한다. 전시관 Warp.2에서는 파도 소리와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김해민 작가의 <연평도 조기잡이배는 떠났나요?>를 관람할 수 있으니 함께 챙겨보자.

개관 전시가 펼쳐지는 1층의 ‘Warp.1’ 전시장.
열교환기가 공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모습이 이색적인데 실제로 냉동창고였던 건축물의 용도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은 것.
남해 미조항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집숍 ‘플랫포트샵'.
미조항과 냉동창고 이야기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은 보존 가치가 충분한 국내 항구를 선정해 그곳을 수산물 유통기지이자 주민들의 편의 시설로 발전시켜 오고 있다. ‘스페이스 미조’가 위치한 미조항은 1971년 정부가 지정한 1기 국가 어항으로 풍부한 어족 자원을 자랑하는 곳. 여기에 선박의 출어와 수산물 가공을 위해 1986년, 4층 규모의 냉동창고가 지어지게 된 것이 탄생의 배경이다. 수산물을 하루 600톤 얼리고, 100톤의 냉장 처리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제빙, 냉동, 수산물 판매가 한 번에 이뤄졌다. 미조항의 활발한 수산 유통을 책임지던 냉동창고는 23년 동안 알차게 사용되었지만 한순간 쓸모를 잃어버린 공간으로 전락했다고. 어업 인구와 어획량의 감소로 활기 넘치던 어항의 장면은 잊혀져 갔다. 활력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고 그러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스페이스 미조의 파사드 전경.

스페이스 미조는 변화를 위한 행정, 건축, 문화, 그래픽, 요리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친 결과물이다. 폐 냉동창고에 사람이 붐비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문화와 예술이라는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장기간의 기획과 설계, 시공 과정을 거쳐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주변의 경관을 고려해 외부의 변화는 최소화하고 냉동 코일과 일부 내장재를 남겨두어 냉동창고의 추억을 남겼다. 특히 재생건물의 취지를 살려 재활용 플라스틱 판재와 재생 폼, 재생 목재를 사용했다. 앞으로 스페이스 미조는 예술에 대한 소통의 장이자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수용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남해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예전의 에너지 넘치는 미조항의 새 모습이 기대된다.

기획  남해군, 헤테로토피아

건축 설계  남해군, 네츄럴시퀀스 건축사무소

인테리어  윤여춘 건축사사무소

공간 기획 총괄 및 디자인  양지, 아랑지

김소현 기자

자료 제공 스페이스 미조

김소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ENFP. 그저 잡지가 좋아 에디터가 되었고 글 쓰기가 좋아 몇 년 째 기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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