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2021-12-14

골칫덩어리의 무한한 변신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의 아이디어를 만난다
최근 몽블랑 광고에 등장하는 페기 구(Peggy Gou)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 수퍼 스타 DJ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녀는 2019년 <포브스>에서 30세 이하의 영향력 있는 아시안 리더로 선정되었으며 자신의 곡을 직접 프로듀싱하고, 패션 브랜드까지 운영한다. 지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전시 ‘The Waste Refinery’에 눈길이 간 건 사실 그녀를 앞세운 간판 비주얼이 눈에 띄었기 때문.
DJ 페기 구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페기 체어’, Space Available (좌), 컨템퍼러리 감성을 입은 싱가포르 디자이너 Hans Tan의 도자기 (우).

 

‘The Waste Refinery’란 제목은 말하자면 쓰레기 정제소라는 의미. 오늘날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지속 가능성을 테마로 한 전시다. 지구촌의 쓰레기 문제는 향후 30년간 그 양이 70%까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있을 만큼 해결이 시급하다. 전시는 디자인싱가포르협회(DesignSingapore Council)와 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키네틱 싱가포르(Kinetic Singapore)에 의해 마련되었으며, 19세기 수녀원 건물의 재생 사례인 싱가포르 국립 디자인 센터(National Design Centre)에서 진행된다.

 

‘The Waste Refinery’ 전시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국립 디자인 센터.

 

전시는 산업 디자인뿐 아니라 패션, 아트, 크래프트, 소재 개발 분야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럼에도 관람 포인트는 딱 하나다. 쓰레기를 얼마나 가치 있는 오브제로 만들어내었느냐 말이다.

 

가지 타입 재활용 재료로 만든 가방을 선보인 Sonnet155 (좌), 생분해가 가능한 투명한 과일 가죽 소재 가방 (우).

 

베를린 기반의 회사 소넷155는 두 가지 종류의 쓰레기를 사용했다. 하나는 주스를 만들고 나서 남은 과일 껍질, 다른 하나는 직물 공장에서 버려진 짧은 섬유소다. 그 결과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는 핸드백이 완성되는데, 투명 과일 가죽 소재 가방의 경우 사용 기간이 지나면 물에 용해시킬 수 있으며, 흙으로 보내어 식물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생분해성 가방인 것.

 

아이의 성장에 맞춰 함께 자라는 Petit Pli의 옷 (좌), 성인용 사이즈도 마련되어 있다 (우).

 

런던의 디자인 회사 쁘띠 플리(Petit Pli)는 ‘자라는 옷(Clothes That Grow)’을 제안했다. 버려진 플라스틱 병과 재활용 패브릭을 소재로 만들어진 옷인데, 놀랍게도 인체 사이즈의 변화에 따라 최대 일곱 번까지 커진다. 이는 리사이클 재료를 사용한 그들의 특허 기술로 인해 가능해지는 것.

 

Indosole에서 제작한 플립플롭.

 

인도네시아 브랜드인 인도솔(Indosole)은 혁신적 아이디어에 더해진 매력적 디자인으로 <뉴욕 타임즈>, <보그>에서도 주목 받은 바 있다. 이들의 주 아이템은 ‘솔 엔지니어링 타이어 테크놀로지(Sole Engineering Tire Technology)’를 이용한 신발이다. 질긴 고무 타이어 및 버려진 신발에서 나온 고무를 소재로 하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내구성이 특징이다. 샌들과 슬리퍼로 만나볼 수 있다.

 

건설 현장에서 버려지는 재료를 조합해 만든 홈 액세서리, LAAT (좌), ‘Monolith’ 컬렉션에서 선보인 주얼리 트레이, LAAT (우).

 

그런가 하면, 브랜드 라트(LAAT)리노베이션과 건설 현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이용해 가구와 액세서리를 만든다.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란크(LAANK)의 대표와 아트 앤 디자인 콜렉티브 푼크(PHUNK)의 설립자는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에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고, 줄이지 못할 바에는 재사용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2020년 첫 컬렉션으로 탄생시킨 ‘클라우스(Klaus)’는 메탈 막대와 타일, 유리 패널, 욕실 부품을 조합한 조명과 테이블, 벤치였고, 순식간에 품절되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두 번째 컬렉션 ‘마너리스(Monolith)’는 주얼리 트레이, 거울 등의 아기자기한 구성이 돋보인다.

 

페기 구와 함께 선보인 페기 체어, 의자 하나를 만드는데 20kg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사용된다.

 

지속 가능한 가구를 만드는 창작 플랫폼 스페이스 어베일러블(Space Available)에서는 ‘웨이스티드 코(Wasted Co.)’ 컬렉션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가구, 디자인, 의상 등을 선보여왔다. 프로젝트의 일부로 탄생한 ‘페기 체어(Peggy Chair)’는 바로 DJ 페기 구와의 콜라보로 탄생한 아이템이다. 하단에 LP를 보관할 수 있게 고안된 이 의자 한 피스를 만드는 데 쓰레기 매립지, 강과 바다에서 나온 무려 20kg의 폐플라스틱이 사용된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에 동참하기 위해 의자를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까지도 의자의 용접에 활용한다. 추가적인 재료나 접착제 사용이 없음은 물론이다.

 

공사 현장에서 버려지는 나무를 활용해 만든 주방용품. 싱가포르 브랜드 Roger & Sons의 부스.

 

로저 앤 손즈(Roger & Sons)는 싱가포르에서 잘 알려진 가족 경영 회사다. 공사 현장에서 잘려 버려지거나 쪼개진 나무들을 이용하여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구와 오브제를 만든다. 도마는 그들이 즐겨 제작하는 아이템 중 하나. 로컬 비즈니스와의 협업을 도모하는 이들은 현재 우유병 같은 새로운 쓰레기 재료에 대한 업사이클을 추진하고 있다.

 

파인애플 잎을 소재로 하여 천연 직물을 만드는 Ananas Anam의 부스. 가죽 같은 텍스처를 지닌 Piñatex 소재 패션용품.

 

필리핀 회사인 애나나스 애남(Ananas Anam Ltd)농업 부산물에 주목했다. 파인애플 잎은 파인애플 산업계에서 매년 약 7천6백 만 톤이 태우거나 버려진다. ‘피나텍스(Piñatex)’는 그 잎을 이용해 동물 가죽의 대안이 되는 천연 직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가죽처럼 유연한 텍스처와 마감을 갖출 뿐 아니라 블랙과 브라운, 메탈릭 실버 등 여러 컬러로 제시되어 일반 소비자가 패션 혹은 인테리어 업홀스터리용으로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필리핀의 파인애플 농부들은 부수입이 생기게 되니 일석이조다.

 

리투아니아 재료 디자이너 Agne Kucerenkatie의 부스.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리투아니아 재료 디자이너 아그네 쿠세렌케이티(Agne Kucerenkatie)는 ‘모르는 게 상책(Ignorance is Bliss)’이란 타이틀로 파인 오브제들을 소개한다. 그것은 아연 재(zinc ash)를 유약으로 입힌 도자기들. 아연 재는 여러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유독성 부산물이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디자이너는 컬러 염료로 개발했다. 세라믹 컬렉션에 사용된 컬러 유약은 오직 산업 잔여물로 남은 금속만을 활용한 결과다.

 

Zen The의 사진 조각. 버려진 인테리어 석재를 사용했다.

 

사진과 회화를 위주로 작업하는 싱가포르 아티스트 젠 더(Zen The)는 이번 전시에서 ‘가든 스테이트 팔림세스트(Garden State Palimpsest)‘란 사진 조각 시리즈를 내놓았다. 건설 현장과 공장에서 버려진 울퉁불퉁한 대리석과 화강암 등을 기본 재료로 활용한다. 그 위에 겹쳐지는 사진 속 풍경은 노스탤지어를 자아내는 싱가포르의 목가적 전원 풍경. 그 풍경과 도시에서 버려진 스톤 소재가 대비되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싱가포르 디자이너 Hans Tan의 부스. 고리타분한 도자기가 현대적 모티프로 변신했다.

 

한편 싱가포르의 스타 디자이너 한스 탠(Hans Tan)재고로 남겨진 중국의 전통 도자기를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시킨다. 여기에 사용된 도자기들은 노포나 중고 판매점에서 구한 것들. 파괴에 저항하는 특수 테크닉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리지널 유약의 일부가 벗겨지며 새로운 컨템포러리 모티프를 탄생시킨다. 

 

Préssec 스튜디오의 ‘퐁(Pong)’.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에 팝한 컬러를 입혔다.

 

마지막으로 호주 시드니의 디자인 스튜디오 프레섹(Préssec)에서 선보이는 ‘퐁(Pong)’은 주간 디자인 챌린지를 통해 개발된 아이템이다. 인조석 테라초 같은 느낌을 내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트를 이용해 탁구 라켓을 만들었다. 새하얀 바탕 위에 컬러풀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곁들여 디자인적 포인트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세 겹으로 이루어진 기존 라켓의 구성을 싱글 피스로 만들고 핸들을 깎아내면서 디자인을 훨씬 더 가볍고 간결하게 개선했다.

 

쓰레기를 풍부한 자원으로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이번 전시는 11월 6일에 시작되었고 1월 16일까지 이어진다.

 

 

 

한예준

자료 협조 DesignSingapore Council

장소
싱가포르 국립 디자인 센터(National Design Centre)
일자
2021.11.06 - 2022.01.16
링크
홈페이지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골칫덩어리의 무한한 변신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