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도시는 평일과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알람 없이 일어나는 아침, 평소보다 한적한 버스, 일부러 먼 동네까지 향하는 발걸음, 그리고 그 길 끝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맛이 있다. 최근 주말에만 문을 여는 푸드 팝업들이 시선을 끈다. 평일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이어가다 작은 가게나 카페 한켠을 빌려 자신만의 메뉴를 선보이는 식이다.
한정된 시간은 맛의 경험에 작은 긴장감을 더한다.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은 예약 알림을 기다리게 하고, 오픈 시간에 맞춰 동선을 짜게 만들며, 한 접시를 조금 더 또렷하게 기억하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브랜드를 가장 먼저 접하는 자리이고, 누군가에게는 요리하는 사람의 취향과 태도를 가까이에서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짧게 열리고 금세 사라지지만, 그래서 더 부지런히 찾아가고 싶은 푸드 팝업을 모았다. 이번 주말 약속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이 리스트가 작은 목적지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얼켘벸샵 찬드위치
얼스케이크베이크샵
얼스어스의 세컨드 브랜드 ‘얼스케이크베이크샵’이 돌아왔다. 이번 팝업은 4월 26일부터 5월 24일까지, 매주 일요일 아침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단 두 시간만 운영된다. 얼스어스는 국내 최초 제로웨이스트 카페로 알려진 공간이다. 2024년 헤이팝 인터뷰 당시 “외국에 살아보고 싶다”는 계획을 조심스럽게 꺼냈던 길현희 대표는 이후 실제로 영국 런던으로 떠나 바리스타로 일했다.
이번 팝업에는 런던에서 보낸 시간과 한국적인 재료를 바라보는 감각이 함께 담겼다. 메뉴는 ‘찬드위치’. 밥반찬처럼 익숙한 재료를 샌드위치 안으로 불러온 이름이다. 미나리 포카치아 위에 머위 페스토, 수제 후무스, 친환경 버섯, 레몬, 들기름, 그라나 파다노를 올린다. 처음에는 낯선 조합처럼 보이지만, 향긋한 나물과 고소한 들기름이 만나 익숙한 맛의 결을 만든다. 함께 준비한 고사리 햇감자 스프는 길현희 대표가 제주에서 맛본 고사리해장국의 기억에서 출발한 메뉴다. 고사리 특유의 향에 햇감자의 포슬하고 녹진한 질감을 더해, 이른 아침의 속을 따뜻하게 달랜다. 현재 예약은 마감된 상태지만, 매주 목요일 테라스 좌석이 추가로 열리며 소량의 워크인도 가능하다.
끝없이 펼쳐질 이야기
재료의 산책 x 큔
요나의 ‘재료의 산책’이 서울에서도 이어진다. 요나는 요리책 『재료의 산책』의 저자이자, 같은 이름의 채소 요리 식당을 운영해 온 사람이다. 최근 전남 구례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서울 종로구의 큔에서 팝업을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발효와 채소를 탐구하는 공간 큔은 요나가 ‘친정집’이라 부를 만큼 애정을 드러낸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 팝업의 첫 이름은 ‘끝없이 펼쳐질 이야기’다. 앞으로 이어질 다양한 시도의 워밍업처럼, 이번에는 기존 방식대로 런치 코스를 준비했다. 메뉴는 아스파라거스 스프와 토마토 감자 스프를 시작으로 작은 봄요리 3가지와 봄꽃 샐러드, 풋마늘 미소의 죽순 닭고기 리조또, 딸기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하귤 파운드 케이크로 이어진다. 제철 채소를 중심에 두지만 비건 메뉴는 아니며, 요리에는 유제품과 육류가 사용된다.
NIGHT RIDERS!
TAK! × Kiru 2nd store
경주 베이커리 카페 TAK!이 서울로 올라온다. 팝업 이름은 ‘NIGHT RIDERS!’. 아직 어둠이 짙은 새벽, 차에 빵을 싣고 이동하는 TAK!의 팝업 시리즈다. TAK!은 그동안 서촌 에디션덴마크 쇼룸, 천안 리무소 등 각지에서 비정기적으로 ‘NIGHT RIDERS!’를 열어왔다. 경주까지 쉽게 갈 수 없었던 이들에게는 TAK!의 대표 메뉴를 가까운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반가운 기회다.
이번 목적지는 연남동에 위치한 Kiru 2nd store다. 음료는 키루의 기존 메뉴로 운영되며, 베이커리는 TAK!이 준비한 메뉴로 구성된다. 브레드 앤 버터, B.M.O, 카다멈 번, 데니시 페이스트리, 사워도우 등 TAK!의 베스트 아이템으로 추린 구성인 만큼,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브랜드의 맛을 또렷하게 경험할 수 있다.
커리와 함께 봄 소풍을
커리부타 X 오브오브라이트
커리부타와 서순라길 칵테일 바 오브오브라이트가 다시 만난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여는 팝업이다. 커리부타는 천연향신료를 직접 배합해 스파이스 커리를 만드는 브랜드로, 현재 온라인 스토어를 중심으로 운영하며 비정기적인 팝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커리와 함께 떠나는 ‘봄 소풍’이다. 커리부타의 시그니처인 스파이스 커리를 김밥, 샌드위치, 타코처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피크닉 메뉴로 풀어냈다.
메뉴는 봄달래미소키마 김밥, 팟카파오당근라페 샌드위치, 포크페퍼후라이 타코, 짜이 위스키 등이 준비된다. 봄나물의 산뜻함, 고수와 당근라페의 향, 팟카파오의 이국적인 풍미가 커리부타의 감각과 어우러진다. 커리를 한 그릇 식사로만 떠올렸다면, 이번 팝업에서는 조금 더 경쾌한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다. 장소는 돌담길의 정취를 품은 서순라길의 오브오브라이트다. 5월 16일 토요일 낮 12시부터 재료 소진 시까지 진행되며, 별도 예약 없이 워크인으로 운영된다.
출장 오니기리 스탠드
호구레 오니기리 × 포스트 포에틱스
출장 오니기리 스탠드 호구레 오니기리(Hogure Onigiri)가 포스트 포에틱스를 찾는다. 호구레 오니기리는 하시모토 에이지(Eiji Hashimoto)가 이끄는 오니기리 기반 프로젝트다. ‘호구레’는 입안에서 밥알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부드러운 질감을 뜻한다. 하시모토 에이지는 오니기리에 맞는 쌀과 재료를 찾기 위해 일본 각지의 생산지와 시장을 직접 다닌다. 특히 그가 자란 사가현의 쌀 ‘사가비요리’를 중요한 기반으로 삼는다. 단맛, 큰 쌀알, 윤기, 안정적인 품질이 만들어내는 맛과 질감이 호구레 오니기리의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손으로 쓴 메뉴, 하나하나 고른 초롱, 나무 밥통 같은 도구들이 더해지며 오니기리를 만드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고정된 매장 없이 여러 장소를 찾아가 갓 지은 밥으로 오니기리를 쥐어온 호구레 오니기리. 이번에는 5월 23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서울 중구 소월로에 있는 포스트 포에틱스에 머문다. 일본의 일상적인 음식 문화가 지닌 섬세함과 손으로 만든 음식의 온기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글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얼스케이크베이크샵, 커리부타, 오브오브라이트, TAK!, Kiru, 요나, 큔, 포스트포에틱스, 호구레오니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