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4

국내 최초 ‘논픽션’ 북페어가 열립니다

NO 굿즈, NO 문학 ㅡ 그럼에도 매진된 이유는?
얼리버드 단계에서 입장권이 매진됐던 〈2025 서울국제도서전〉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대형 도서전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지역과 장르를 세분화한 소규모 북페어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은 굿즈와 이벤트, 체험 프로그램 등을 더하며 책을 둘러싼 경험의 범위를 확장해 왔다. 그런 흐름 속에서 다른 방향을 택한 이들이 있다. 북페어에서 흔히 중심이 되는 장르인 문학을 제외하고, 필수로 여겨지던 굿즈 역시 없다. 대신 독자와 편집자가 편히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텍스트 기반의 읽을거리를 전면에 둔다. 국내 최초 논픽션 북페어인 디스이즈텍스트는 어떤 방식으로 ‘텍스트 중심’의 시간을 설계했을까.

국내 최초 ‘논픽션’ 북페어

왜 논픽션인가?

디스이즈텍스트는 인문·사회·과학·철학 등 인문교양 논픽션에 집중한 북페어다. 문학과 실용서, 자기계발서는 취급하지 않는다. 논픽션으로 범위를 좁힌 이유는 뭘까. 논픽션은 도서전에서 직관적으로 선택되기 어려운 장르다. 제목과 표지만으로 내용을 가늠하기 힘들고, 책 한 권이 가진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디스이즈텍스트는 이를 ‘어렵다’고 규정하기보다,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마련하기로 했다.

 

공식 소개에서 강조한 ‘논픽션 출판 생태계’라는 표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독자와 출판사, 편집자와 서점, 리뷰가 연결되는 흐름이 약해지면서 한 권의 책이 제대로 읽히고 이야기될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진단이다. 디스이즈텍스트는 논픽션을 중심에 두고, 텍스트를 매개로 한 대화의 자리를 다시 만들고자 한다.

디스이즈텍스트를 기획한 도서출판 이김은 얼마 전 10주년을 맞았다 출처: 도서출판 이김

그렇다면 이런 북페어를 기획한 이들은 누구일까. 디스이즈텍스트는 도서출판 이김이 준비한 행사다. 이김은 과학 교양서를 중심으로, 질문의 밀도가 높은 논픽션을 꾸준히 출간해온 출판사로 알려져 있다. 40가지 사고실험을 통해 과학적 사고의 지형을 훑는 『사고실험』, 동물의 마음과 의식의 진화를 다루는 『후생동물』, 과학 연구의 흐름을 데이터로 읽어내는 『과학의 과학』 등이 이김의 목록에 포함된다. 기획자는 지난 10년간 여러 북페어를 경험하며 ‘작고 진지한 책이 놓일 자리’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행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디스이즈텍스트의 새로운 시도들

시간별 정원제, NO 굿즈, 디렉토리북, 대화 카드

디스이즈텍스트는 시간별 정원제로 운영된다. 양일간 하루 5회차로 진행되며, 각 회차 관람 시간은 70분이다. 한 회차당 사전 예약자 50명과 현장 입장자 10명만 받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60명으로 제한된다. 회차 사이에는 10분의 간격을 두고 입·퇴장을 진행한다. 공간 제약에서 출발한 운영 방식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혼잡을 줄이고 텍스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장치가 된다.

굿즈를 취급하지 않겠다는 선택도 과감하다. 굿즈의 비중이 커지면서 책 이외 요소들이 관람의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소규모·1인 출판사에게는 준비 과정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 디스이즈텍스트는 굿즈에 쓰일 시간과 에너지를 텍스트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서 출발한 결정이다.

디스이즈텍스트가 굿즈 대신 선택한 장치는 ‘디렉토리북’이다. 참가사 목록을 나열하는 안내서가 아니라, 북페어의 또 다른 텍스트이자 기록물로 기획됐다. 출판사 소개와 편집자 인터뷰를 중심으로 각 출판사가 어떤 문제의식과 태도로 책을 만드는지, 그 과정이 어떤 선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담는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독자가 오래 곁에 두고 다시 펼칠 수 있는 형태를 목표로 한다. 구성은 ‘읽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필사, 교정·교열 체험, 퍼즐 등의 섹션을 통해 독자가 텍스트를 직접 다뤄보고 개입하는 경험을 제안한다. 디스이즈텍스트가 말하는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현장에서뿐 아니라 종이 위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시도다.

좋아하는 출판사 앞에서도 말문이 막힌 경험이 있다면, 대화 카드가 도움을 준다. 북페어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편집자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망설여지는 상황을 고려해 대화를 여는 키워드를 카드 형태로 마련했다. ‘우리 출판사의 대표 책’, ‘주목을 덜 받은 책’처럼 출판사마다 개성을 담은 키워드를 준비 중이다. 독자는 카드 한 장으로 대화의 시작점을 만들고, 편집자는 그 질문을 바탕으로 책을 소개할 수 있다.

함께하는 사람들

열 여섯 개의 출판사와 후원사들

디스이즈텍스트에는 총 16곳의 출판사가 참여한다. 너머북스, 두번째테제, 들녘, 롤러코스터, 마티, 빨간소금, 서내(펜젤), 아르테(필로스), 오월의봄, 원더박스, 이김, 이음, 틈새의시간, 한티재, 현실문화, 힐데와소피가 독자들을 맞는다. 주최 측은 다수의 신청 팀 가운데, 디스이즈텍스트의 문제의식과 맞닿은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망원동 시모어(seemore)는 행사장에서 재생될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이번 행사는 알라딘, 페이퍼링크, 시모어, 도토리랩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알라딘은 행사 공간을 지원하고, 페이퍼링크는 디렉토리북 제작에 필요한 용지를 후원했다. 시모어는 행사장에서 재생될 플레이리스트를 큐레이션하며, 도토리랩스는 홈페이지 운영을 위한 기술 자문을 맡았다. 추가로 디스이즈텍스트는 독자들의 ‘후원 채널’도 별도 마련했다. 네이버 예약 페이지 내 9시 타임은 ‘단순 후원’ 회차로, 해당 시간에는 전시장 입장이 어렵다. 사전 예약과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기수 기자

자료 출처 디스이즈텍스트

프로젝트
〈디스이즈텍스트: 논픽션 북페어〉
장소
알라딘 빌딩 1층
주소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89-31
일자
2026.01.31 - 2026.02.01
시간
토요일 - 일요일 10:30 - 17:30 (시간별 정원제)
주최
디스이즈텍스트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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