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9

현직자가 꼽은 2025년 트렌드 키워드

올해의 브랜드·페어·굿즈까지, 기억에 남는 오프라인 경험은?

매년 새로움을 찾는 기획자들에게 물었다.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오프라인 경험과 브랜드, 굿즈는 무엇이었는지. 이제 페어는 ‘많은 브랜드를 만나는 자리’를 넘어, 취향을 발견하는 장으로 진화했다. 뾰족한 기획과 감도 높은 설계, 세심한 고객 경험이 맞아떨어질 때 사람들은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한다. 그렇다면 2025년, 트렌드를 기민하게 포착하는 이들이 꼽은 올해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올해의 페어 │ 인벤타리오: 2025 문구 페어

인벤타리오: 2025 문구 페어 ©변유진

업무상 올해도 새로운 브랜드를 탐색하기 위해 수많은 페어를 방문했다. 코엑스에서 열린 대형 페어들을 시작으로 DDP의 디자인페어, 매년 빠짐없이 방문해온 북서울시립미술관의 언리미티드 에디션까지. 그중에서도 올해의 페어를 꼽으라면 단연 ‘인벤타리오’가 아닐까 싶다. 29CM와 포인트오브뷰가 공동 주최한 인벤타리오는 티켓 오픈 전부터 행사 마지막 날까지 꾸준한 관심을 모았다. ‘문구’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축제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풍성한 라인업과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었고, 특히 여러 창작자의 도구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주제관은 문구가 창작의 매개임을 다시 한번 환기했다. 여기에 3인의 문구인과 3개의 브랜드가 협업한 리미티드 제품까지 더해져, 인벤타리오만의 차별점을 만들었다. 첫해인 만큼 운영상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해 2026년도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변유진 LCDC SEOUL 공간 기획자·땡땡노트(@oo.note)

올해의 오프라인 경험 │ 카페쇼 모모스커피

카페쇼 모모스 부스 ©트렌드라이트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커피 전시회인 카페쇼. 올해 처음 경험한 카페쇼는 어느 박람회보다 붐비는 공간이었다. 그가운데 다소 외진 곳에 자리 잡은 모모스커피는 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느껴졌다. 스페셜티 커피를 온전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혼잡한 곳을 피해 일부러 한적한 곳을 선택한 영리함이 돋보였는데, 방문한 이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또 모모스는 브랜드의 지향점과 부스의 기획 의도를 직접 설명해 준 유일한 부스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 커피를 시음하는 경험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유독 이곳의 커피 향이 진하게 느껴졌던 건 그런 친절한 설명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곳이 오래도록 좋은 인상으로 남는 게 아닐까.

기묘한 트렌드라이트 운영자

올해의 브랜드 │ 젠틀몬스터

하우스 노웨어 성수 ©김주황

올해의 브랜드는 ‘젠틀몬스터(gentlemonster)’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젠틀몬스터’를 만들어온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다양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올해 9월 성수동에 ‘하우스 노웨어 서울’이라는 공간을 선보였다. 마치 우주선이 불시착한 듯 낯선 모양의 외관이지만 젠틀몬스터, 누데이크, 탬버린즈와 같은 브랜드를 담아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이곳에서는 기존 브랜드뿐 아니라 최근 론칭한 모자 브랜드 ‘어티슈’, 키친웨어 브랜드 ‘누플랏’, 디저트에서 티브랜드로 확장한 ‘누데이크 티하우스’까지 경험할 수 있다. 공간을 감싼 특유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은 직접 방문하지 않고는 온전히 체감하기 어렵다. 

 

이들을 올해의 브랜드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을 지켜가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의 성공 공식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각기 다른 카테고리 안에서 입지를 굳혀가는 모습은 그 방향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이 공간을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김주황 브랜드 만드는 남자 운영(@brandmakerman)

올해의 미디어 파사드 │ 〈The biggest Lifeguard〉

해운대에 펼쳐진 〈The bIggest lifeguard 〉캠페인 ©이노션

올해 옥외매체에서 화두는 ‘자유표시 구역’이었다. 코엑스 이후 광화문·명동·해운대 등으로 확장되면서 초대형 스크린이 도시 곳곳에 펼쳐졌다. 그중에서도 부산 최초 자유표시 구역인 해운대스퀘어 ‘그랜드 조선 미디어’의 〈The biggest Lifeguard〉는 장소의 상징성을 영리하게 풀어낸 사례다. 구남로 보행자 동선과 해수욕장 전역이 한눈에 들어오는 지점에 초대형 스크린(25m×31m)을 세우고, 실제 구조대원을 모델로 한 3D 라이프가드를 화면에 띄웠다. 날씨·파고 등 실시간 정보를 연동해 바다 상황을 안내하며, 육성 안내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안전 메시지를 ‘보는 정보’로 보완한 셈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 한복판에서, 초대형 스크린이 상업 콘텐츠를 넘어 시민과 방문객을 위한 안전 인프라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승현 이노션 MX 비즈니스팀 팀장

올해의 로컬 │ 통영

쑤파클링 레모네이드 제품 출처: 쑤파클링 레모네이드 인스타그램

흔히 ‘로컬’이라 하면 손에 잡히는 것들을 떠올린다. 오래된 유적이나 시설물, 혹은 그 지역의 토산물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로컬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갖추고 싶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로컬 브랜드가 있다. 통영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반해 구옥을 고쳐 살게 된 크리에이터 ‘쑤’가 전개하는 ‘쑤파클링 레모네이드’다. 그는 자신의 일상에 낭만을 더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한 레몬 모양의 도자기를 빚었고, 곧 브랜드로 확장되었다. 통영에서 느낀 영감을 사람들에게 나누되 자신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쑤파클링 레모네이드처럼 자신만의 관점으로 로컬을 해석하고 전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해리 패치워크 대표

올해의 굿즈 │ 국립중앙박물관 뮷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국립중앙박물관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 붐이 왔다. 1945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연간 관람객 500만 명을 넘어섰다. 박물관 상품 브랜드 ‘뮷즈(MU:DS)’ 역시 이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뮷즈는 ‘뮤지엄(museum)’과 ‘굿즈(goods)’를 결합한 이름으로,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소품으로 재해석한다.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은 올해 국중박은 이를 기념해 일러스트레이터 ‘최고심’과 협업한 한정판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마음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뮷즈의 킥은 포즈다. 수줍은 사랑을 전하는 ‘볼하트’, 따뜻한 응원을 담은 ‘양손하트’, 격려를 보내는 ‘엄지척’ 자세까지. 국립중앙박물관만이 품을 수 있는 전통적 아이콘에 시대의 제스처를 매끄럽게 더했다. 문화유산 위에 오늘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얹는 것, 국중박과 뮷즈가 붐을 맞이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정세정 마케터·컬라마트 커뮤니티 운영

올해의 밈 │ 갈테야 갈테야

출처: X계정 J13K0

2025년에도 다양한 밈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갈테야테야’는 ‘가고 싶은 마음’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 말이었다. X를 중심으로 ‘갈테야테야, 콘서트에 갈테야’ 같은 짤이 퍼지며, 콘서트와 경기장 등 가고 싶은 곳을 티켓이 없어서 가지 못할 때 슬픈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되었다. 이후 장소에 한정되지 않고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질 때 등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할 때 사용되는 말로도 확대되며, 다양한 브랜드 카피에도 활용됐다. K-컬처 즐기러 갈테야테야 혹은 ‘너무 좋아서 하늘나라 감’이라는 뜻의 ‘하룰라라’와 함께 응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밈의 출처는 꽤 오래됐다. 2007년 지식인에 올라온 “나는나는 갈테야, 연못으로 갈테야”가 2025년 다시 소환된 것이다. 가볍게 소비되는 말처럼 보이지만, 시간을 건너 유행하는 밈의 생명력은 흥미롭다. 

심풀 트렌드어워드 에디터

정리 헤이팝 편집부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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