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부산에 가면 꼭 가봐야할 38곳의 디자인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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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0

고민을 털어놓는 어른에게 ‘선물’을 드려요

사랑과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전시〈선물교환센터〉

어른이 된다는 건 고민의 세상이 넓어지고, 무거워지는 일이 아닐까. 놀이터와 교실을 맴돌던 고민은 어느새 일과 삶, 미래와 정체성, 우정과 사랑까지… 경계 없이 범위를 넓힌다. 고된 일상에 지쳐 고민을 들여다보기 버거웠다면 낯선 이, 그것도 어린아이에게 털어놔 보는 건 어떨까? 복잡한 전선처럼 얽힌 고민일수록 의외로 단순한 접근이 더 유효하다. 어린이 큐레이터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특별한 선물까지 받을 수 있는 전시 〈선물교환센터〉에 다녀왔다.

“당신은 어린이인가요, 어른인가요?”

〈선물교환센터〉전시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신은 어린이인가요, 어른인가요?” 당연히 어른으로 살아가던 이도 잠시 고민에 빠진다. 나는 언제부터 어른이 된 걸까? “가장 최근에 어린이를 만나 대화를 나눈 시기는 언제인가요?”, “당신이 기억하는 선물에 대한 첫 경험을 자세히 적어주세요.” 유년의 감각을 깨우는 질문에 차례로 답한 후에는 나의 현재를 마주하게 된다. 정체성, 번아웃, 미래 등으로 분류된 서른 개의 항목 중에서 현재 상태와 가장 밀접한 고민 다섯 개를 선택하면 된다.

작성을 마친 접수증을 리셉션에 제출하면 번호가 적힌 열쇠 하나가 제공된다. 왼편에 있는 선물 교환함을 열 수 있는 열쇠다. 교환함 안에는 나를 위해 준비된 기프트 가이드가 있다. 가이드에는 고민에 대한 어린이 큐레이터의 코멘트와 아이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함께 동봉된 퀘스트 카드는 트레이 위에 놓인 토큰으로 긁어 보자. 한 문장으로 적힌 단순한 미션이 의외로 명쾌한 해결책으로 다가온다.

어린이와 어른, 서로의 세계에 노크하다

전시의 마무리는 어린이 큐레이터의 고민을 읽고, 그에 맞춰 선물과 코멘트를 전달하는 일이다. 관람자에서 또 다른 큐레이터로 역할이 전이되는 순간, 이 전시는 비로소 완성된다. ‘꿈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눈물이 날 때는 참아야 하나요’···.  어린이의 삶에도 저마다의 고민은 있는 법. 어린이가 적은 고민에 답하다 보면 크기는 다를지언정, 결국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내가 적은 문장은 어린이 큐레이터에게 온전히 전달된다.

〈선물교환센터〉전시는 사회적 이슈를 창의적 방식으로 조명하는 소셜 크리에이티브 그룹 3355 콜렉티브가 기획했다. 지난 1월, 독거노인의 삶을 의자로 재해석한 전시 〈그루터기: 시간이 만든 자리〉를 선보인 팀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8세부터 13세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어린이들을 만났다. 큐레이터로 선정된 건 서른 명이지만, 훨씬 많은 어린이가 전시에 목소리를 더했다.

뜻밖의 위로를 주고받은 이번 전시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을 꺼낸다.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필요하고, 어른에게도 역시 아이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선물이라는 이름의 다정한 매개를 통해 어린이와 특별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면 〈선물교환센터〉전시에 방문해 보자.

·사진 김기수 기자

프로젝트
〈선물교환센터〉
장소
팩토리2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일자
2025.06.08 - 2025.06.22
시간
11:00 - 19:00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기획자/디렉터
3355 콜렉티브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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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털어놓는 어른에게 ‘선물’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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