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7년 전만 해도 블루보틀을 경험하려면 일본까지 가야 했다. 미국에서 탄생한 이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해외 매장은 일본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19년. 블루보틀 커피(이하 블루보틀)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 그리고 2024년에는 부산 민락동에도 문을 열었다. 커피 한 잔의 미학을 공간 전체로 확장한 블루보틀의 행보는, 커피 도시 부산과 어떻게 맞닿아 있을까?
Interview with
블루보틀 커피 코리아 대표, 라이언 서Ryan Suh

─ 제주에 이어 비수도권으로선 두 번째로 부산에 카페를 오픈했습니다. 블루보틀 부산 민락에서는 어떤 경험을 전하고자 했나요?
블루보틀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커피를 경험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데요. 블루보틀 부산 민락은 부산이라는 도시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도시와 자연경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았고, 손님이 이 공간에 들어섰을 때 ‘지금 내가 부산에 있구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죠. 산, 바다, 강, 그리고 도시의 마천루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요.
─ 블루보틀은 브랜드 철학을 엄격하게 따르는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어요. 부산 민락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희는 철저한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공간을 설계하지만, 동시에 유연하게 사고하려 해요. 요즘은 과거에 비해 여행 경험이 풍부하고 공간을 보는 안목도 높아진 시대예요. 특히 한국 고객들은 공간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감각도 섬세하죠. 그래서 부산 입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려 했어요.

─ 블루보틀은 카페를 쉽게 오픈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해요. 새로운 매장을 열 때, 입지를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블루보틀이 매장을 낸 곳들을 보면, 건축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자연광이 풍부한 공간이 많습니다. 선호하는 기준이 분명하죠. 이 조건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커피 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지역 커뮤니티에 활력을 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디자인, 스토리, 팀,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지를 결정합니다.
─ 지역과의 상생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들었어요.
저희는 ‘에센셜 디자인(Essential Design)’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한 브랜드 확장이 아닌 지역의 문화와 리듬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고자 해요. 프로젝트 초기부터 그 지역의 분위기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공간 디자인부터 소재, 지역 특화 상품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기획하죠. 그렇게 공간을 만들 때 깊은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고요.
─ 예를 들면요?
제주에서 그랬듯, 블루보틀 부산 민락에서도 지역 특화 상품을 개발하고 선보일 예정이요.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것도 블루보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거든요. 지역 문화와 사회에서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면, 이를 실현하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지역 사회와 유대감을 공유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다양한 협업을 이어가고 싶어요. 저희는 협업이 장인정신을 기리고 창의적인 커뮤니티와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방식이라 생각해요. 결과만이 아니라 제작 과정과 스토리를 공유하는데, 이런 프로젝트는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넘어 더욱 풍부하게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하죠.
─블루보틀 부산 민락에서 강조하고 싶은 블루보틀의 브랜드 경험을 꼽는다면요?
무엇보다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자세입니다. 저희는 최고의 커피를 만들고, 이를 게스트에게 선사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커피의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추출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블루보틀 부산 민락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블루보틀 부산 민락 오픈을 기념하여 지난 겨울에는 일본의 킷사텐 문화에서 영감받아 탄생한 ‘도쿄 킷사 블렌드’를 한정 기간 선보였고요. 또한, 집중력과 장인정신이 필요한 넬 드립nel drip* 추출 방식을 사용해 게스트들이 커피가 완성되는 과정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넬 드립(Nel Drip)은 ‘융 드립’이라고도 불리며, 종이 필터 대신 플란넬(융) 천으로 만든 필터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커피 추출 방식입니다.

─ 블루보틀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고객 접점은 무엇인가요?
바리스타라고 생각해요. 블루보틀은 커피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성장해 왔기 때문에, 게스트와의 장벽을 허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죠. 바리스타는 바에서 게스트와 진솔하게 대화하며, 블루보틀의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하는 존재예요.
저희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환대란, 게스트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순간에 필요한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블루보틀의 바리스타는 환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게스트가 원하는 바를 파악해 진심 어린 행동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하죠. 또한, 카페에 퍼지는 갓 내린 커피의 향, 세심한 서비스, 차분한 분위기 역시 블루보틀의 이야기를 전하는 중요한 요소예요. 그래서 블루보틀 부산 민락을 비롯한 전 세계의 블루보틀은 게스트와 바리스타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하죠.
─ 한국은 블루보틀의 두 번째 해외 진출 국가입니다. 다른 나라와 차별된 한국만의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지난 10년 동안 한국 커피 시장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어요. 품질, 속도, 다양성은 물론이고 감각적인 소비 경험까지 기대하는 고객들이 많아요. 여기에 젊고 에너지 넘치는 한국 특유의 문화까지 더해져 이제는 문화 강국으로도 자리매김했고요. 한국은 이제 커피를 하나의 생활 문화로 즐기는 나라가 됐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흥미로운 곳입니다.
─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시장에서 블루보틀은 어떤 경험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한국에서 커피는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어요. 한국 게스트들은 커피 한 잔의 맛뿐 아니라, 그 순간을 경험하는 모든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죠. 공간의 분위기, 바리스타의 응대, 커피가 완성되는 시간까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 디테일에 감성을 담아, 기억에 남는 브랜드 경험을 전하려고 해요.

─ 전 세계가 유행에 민감해졌고, 트렌드도 더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아요. 이런 환경에서도 블루보틀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요?
저희는 트렌드를 쫓기보다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존중해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의 소중함과 그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의미를 추구하죠. 블루보틀은 지금까지 그랬듯 우리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나아가고 있어요. 고품질 원두를 소량으로 로스팅해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고, 감각적인 디테일이 살아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죠. 새로움을 추구할 때도 일시적인 유행에 휩쓸리거나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깊게 고민해요. 이런 부분에서 블루보틀의 가치에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 어느새 블루보틀이 한국에 정착한 지도 7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한국은 이제 저희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가 되었어요. 저희 목표는 빠른 확장이 아니라 의미 있는 성장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현지화된 스토리텔링과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 내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깊이 있는 관계를 쌓아가며, 블루보틀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TPO
라이언 서 대표가 느림의 미학을 느낀 공간
여행을 좋아하는데, 주로 기차와 비행기를 이용합니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 시간만큼은 어떤 결정을 할 필요가 없고, 저를 방해하는 요소도 없어요. 기차와 비행기를 탈 때는 보통 일부러 Wi-Fi를 끄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편하게 쉽니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흔치 않은 휴식을 취할 기회예요.
장소 블루보틀 부산 민락
주소 부산시 수영구 민락수변로 243
공간 설계 Neri & Hu Design and Research Office
운영 시간 연중무휴, 08:30-22:00 (1층은 21:00까지)
*3편에서 계속됩니다.
글 허영은 객원 기자
사진 강현욱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블루보틀 커피 코리아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커피 도시 부산, 자연과 도시가 교차하는 블루보틀 부산 민락
: file no.1 : 부산의 따뜻한 환대로 채워진 뷰 맛집
▶ : file no.2 : 빠른 변화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