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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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진
2021-05-13

에이치픽스부터 로우클래식까지,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

그녀의 원스리스트 아이템 3가지.

하루 바삐 변하는 서울의 라이프스타일 신. 아침마다 갈아 입는 옷처럼 공간 역시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 매일 펑, 하고 떠오르는 화제를 의미하는 ‘팝업’의 성격을 띤 지 오래인 것. 그래서일까, 오랜 시간 패션 업계에서 옷을 만지던 조미연은 ‘라라디자인컴퍼니’를 차리고 공간을 디자인한 지 불과 4년 만에 서울에서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들의 창작자가 됐다. 신당동의 더 피터 커피를 시작으로 에이치픽스 도산, 로스트성수, 아카이브 앱크 서울숲 아뜰리에, 퍼블릭키친, 로우클래식 신사 등이 모두 그녀의 손을 거친 공간. 그에게 ‘팝업’에 관한 생각과 남몰래 아끼는 원스리스트를 물었다.

자신을 공간 디자이너가 아닌 비주얼 디렉터라고 소개한다.
공간 설계가 주 영역이긴 하지만 그것뿐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도면을 기반으로 한 공간의 뼈대에서 시작해 내부를 스타일링하는 것까지 맡는 경우가 많으니까. 예를 들어 여성복 브랜드의 공간을 만든다면 설계부터 시작해 집기, 실제로 옷이 걸리는 방식과 마지막 장면까지 연출하는 것이다.

 

 

패션 업계에서 공간 디자인으로 영역을 넓힌 계기는.
15년간 패션 회사에서 일했다. 우연한 계기로 아주 작은 공간을 디렉팅하게 됐는데 그곳을 계기로 흥미로운 작업들을 맡게 됐다. 특히 많이 알려진 것이 초기 작업 중의 하나인 신당동 ‘더 피터 커피’다.

 

패션과 리빙을 막론하고 점점 더 많은 브랜드가 당신을 찾는다.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은.
패션 업계에서 익힌 빠른 리듬감과 디테일이 아닐까. 이렇게 얘기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민이 많았다. 공간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고, 직접 시공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최근에 로우클래식 신사 쇼룸 작업을 하면서 급변하는 트렌드에 예민하고, 공간의 디테일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큰 신뢰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큰 영감이 된 프로젝트였다.

팀포지티브제로의 복합공간 로스트 성수. 2층까지 이어지는 층고로 보는 각도에 따라 입체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사진 제공 조미연
최근 리노베이션한 패션 브랜드 로우 클래식의 신사 쇼룸.  아뜰리에 KHJ, 김보경 작가의 오브제를 들여 갤러리같은 공간으로 조성했다. 사진 제공 조미연

팝업 공간으로 사랑받는 곳들을 만들어 왔다. 잘 되는 팝업의 요소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비주얼적 임팩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SNS를 통해 알리고 싶게 해야 하니까. 피상적이란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워낙 단시간에 화제를 만들어야 하기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본다. 단 전하려는 바가 잘 드러나야 한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뒤돌아서는 순간 ‘오늘 뭘 본 거지?’ 싶은 곳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팝업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버츄얼 형태가 점점 많아지지 않을까. 시공간의 제약을 완전히 벗어나는. 작게는 VR부터 크게는 엄청난 규모의 메타버스까지 그 형태도 다양할 것이다. 공간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면도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공부를 서둘러야 한다. (웃음)

 

유독 호흡이 빠른 공간들을 만든다. 끊임 없는 영감의 원천은.
패션을 할 때는 무엇보다 출장이 가장 큰 영감이었다. 다양한 도시의 옷 뿐만이 아니고 새로운 공간, 이슈가 되는 전시까지 모두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니까.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최근엔 책이 가장 소중한 원천이 되는 것 같다. 공간, 여행, 패션, 푸드까지 훌륭한 간접 경험이 된다.

(왼쪽) 디자이너는 직접 시즌 스타일링을 맡는 HPIX 내 서가 역시 추천한다고. (오른쪽) 조미연 디자이너가 촬영한 ‘루이스 바라간 하우스’ 내 서재.

조미연의 ‘원스리스트’를 꼽는다면.
역시 책. (웃음) 내게 정말 도움이 되는 책들이 꽂힌 책장이 곧 내 원스리스트가 아닐까. 일전에 멕시코 여행을 하다 루이스 바라간* 하우스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방대한 컬렉션이 꽂힌 서가를 보고 무척 감동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건축가 역시 시작하는 시절이 분명 있었을 테고, 그때부터 죽는 날까지 이렇게 수많은 책을 보며 발전해왔을 테니까. 나 역시 용기를 얻었다.

 
*Luis Barragán (1902~1988). 멕시코 태생의 세계적 건축가. 그의 건축은 자연과 조화하면서도 다채로운 색채를 띤 것이 특징이다. 그가 생전 거주하던 집을 보존한 루이스 바라간 하우스와 스튜디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조미연의 원스리스트,
영감의 책 3

“이탈리아 건축가의 프로젝트들이 수록되어 있는 책. 천연석부터 나무, 주조, 황동 등을 사용해 국제적인 컬렉터들을 위한 한정판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흔치 않은 소재를 믹스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형태를 가진 빈첸초 데 코티스 아트 피스의 매력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비교적 최근 창간된 덴마크 매거진. 건축, 인테리어, 가구, 스타일링, 작가, 작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수록한 데다 편집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스페인의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을 좋아한다. ‘라 파브리카’는 시멘트 공장을 개조해 만든 리카르도 보필의 건축사무소인데, 동명의 책에는 비밀스럽고도 럭셔리한 공간 내부가 잘 담겨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절판되어 책의 가치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다.”

사진 범경

에디터
CURATED BY 유미진
타임라인을 훑으며 멋진 것들을 좇는다. 17년 된 자동차를 타고 오늘의 팝업스토어로 향하고, 19세기 의자에 앉아 BTS의 싱글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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