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이 유행만 좇는 ‘미드 센추리 모던’, ‘바우하우스’ 트렌드에 지쳐있다면, 뚜렷한 정체성으로 무장한 브라운하우스(BRAUN HAUS)를 주목해 보자. 카페이자 스토어, 사무실이자 작업실인 이곳은 세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든 스튜디오 풀풀(studiopullpool)의 첫 번째 브랜드다. ‘집에서의 좋은 순간’을 가져오고 싶었다는 취지답게 내 집 같은 따스함과 편안함이 특징. 임스 체어, 베르판 조명 등 풀풀만의 취향으로 셀렉한 디자인 가구도 멋스럽다. 아카이브 공간과 온라인 스토어를 연달아 오픈하며,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져가고 있는 이들에게 연남동 갈색 집의 의미는 꽤 특별하다.
스튜디오 풀풀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풀풀은 전현종, 박지현, 김낙훈이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아트디렉션, 브랜드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각종 인쇄 매체 등 여러 분야와 규모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카페&숍 개념을 지닌 풀풀의 브랜드, 브라운하우스를 운영 중입니다.
메뉴판, 로고 등 디자인 역시 눈에 띄어요. 최고의 비핸스(Behance)로 선정된 적도 있네요.
클라이언트와 함께 브랜드를 만들고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나가도 브랜드의 성장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이 늘 아쉬웠어요. 오랜 시간 사랑받기 위해선 지속적인 변화가 필수니까요. 브라운하우스는 이러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했어요. 모든 곳에 풀풀의 디자인과 선택이 녹아 있습니다. 최고의 비핸스로 선정된 건 너무나 큰 영광이었어요. 평소에도 비핸스를 통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접하곤 했기 때문에 더욱 뜻깊었던 일이에요.
브라운하우스는 독일어로 ‘갈색 집’을 뜻한다고요. 공간 콘셉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아요.
집(haus)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상업 공간 특유의 컨셉추얼함도 좋지만 오래 머물며 향유할 수 있는 브랜드가 우선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집의 구조를 카페에 대입해 보았어요. 가족,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큰 원형 식탁, 작은 서재, 거실 등을 차용해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더불어 브라운은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이기도 해요. 조화롭고 따뜻한 브라운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길 바랐어요.
프리츠 한센, 루이스 폴센 등 유명한 디자인 가구도 만나볼 수 있다. ⓒ BRAUN HAUS
브라운하우스를 수식하는 말 중엔 ‘바우하우스의 정수’란 말도 있더군요. ‘미드 센추리 모던’, ‘바우하우스’같은 키워드에 집중한 이유가 있을까요?
학창 시절 용돈을 모아 세븐 체어를 구입한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디자인을 배울 때부터 ‘미드 센추리 모던’, ‘바우하우스’는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이후 직접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좋아하던 디자이너의 가구와 조명을 한두 개씩 사 모으기 시작했어요. 무엇에 집중했다기보단 취향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배치할 가구는 어떻게 고르는 편인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이 있다면요?
공간의 리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가구의 강약, 컬러 간의 조화, 용도와 쓰임새의 일치 같은 요소요. 이 역시 ‘집’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각기 다른 가구가 모여있어도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우리네 집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난 5월, 매장 3층에 브라운하우스 아카이브(Braunhaus Archiv)란 공간을 새롭게 시작했어요.
브랜드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함이었어요. 진열된 제품을 둘러보며 브라운하우스라는 아카이브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앞으로 카페를 넘어 우리와 닮은 제품, 디자인 작업 등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한 켠에는 스튜디오 풀풀의 오피스가 자리하고 있어요. 공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구상하는 저희의 작업실이기도 해요.
매장 내 가장 좋아하는 자리, 혹은 공간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모든 자리를 애정하지만 서재를 모티프로 한 카운터를 특히 아껴요. 브라운하우스 기획 당시 가장 먼저 이미지화했던 곳이거든요. 카운터는 모든 손님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기도, 또 저희를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스폿이기도 해요. 여기엔 임스 부부의 작품이자 담백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이 특징인 edu(eams desk unit)와 우아한 아치형 곡선이 돋보이는 브라운 컬러의 조 콜롬보 스파이더 램프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구하기까지 엄청난 고생을 했습니다. (웃음) 단종된 제품이었고, 컬러도 매우 유니크했거든요. 그래도 이상적인 형태를 완성할 수 있어 만족해요.
얼마 전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했죠. 카페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 스토어로 범위를 더욱 확장했어요.
브라운하우스를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생각하고 바라왔던 일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저희의 공간을 이제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가구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해요. 언제 어디서나 여러분의 ‘좋은 순간’을 함께하겠습니다.
추후 다른 공간에 대한 계획도 있을까요? 혹은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브라운하우스만의 인테리어, 가구, 굿즈들이 어우러진 숙박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답게 그려낸 아늑한 공간에서 브라운하우스 머그컵으로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순간을 상상하곤 합니다. 온전히 브라운하우스 그 자체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스튜디오 풀풀의 원스리스트!
추천하는 브라운하우스 제품 3
머그컵 ⓒ BRAUN HAUS
1. 머그컵 3종
브라운하우스의 첫 굿즈 상품이자 대표 상품이에요. 미드 센추리 모던을 모티프로 제작한 패턴과 집에 대한 생각을 메시지로 담았습니다.
2. 자체 제작 가구 ‘스토리지 01’
침대 옆에 두고 싶은 가구를 고민하다 만들었어요. 읽은 책을 편히 둘 수 있고 여러 가지 소품을 수납할 수 있는 가구예요. 애정을 듬뿍 담아 제작했답니다.
USA 70-80s 빈티지 펜
빈티지 수집가인 친구를 통해 우연히 빈티지 펜을 접하게 됐어요. 투박한 타입 페이스, 빛바랜 컬러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 시대의 펜들을 가볍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았어요. 여러 경로로 빈티지 펜을 구입한 뒤, 펜심을 교체하고 수리 및 세척 작업을 거쳤습니다. 패키지까지 직접 디자인해 제품으로 완성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