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3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전시와 함께 즐기기 좋은 장소 5

사색가를 위한 마곡 산책코스

서울의 새롭게 뜨는 동네인 마곡동은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모두 풍성해지고 있다. LG 아트센터 서울과 스페이스 K 서울 등 건축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는 문화시설이 들어섰고, 대기업의 연구개발센터와 계열사가 이사 오면서 퇴근 후,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와 바(Bar)도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성이 두드러지는 마곡동에서 모처럼 사색에 빠질 수 있는 공간 5곳을 소개한다.

스페이스K 서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신경섭

스페이스 K 서울은 코오롱이 시민들의 예술 향유를 위하여 세운 미술관이다. 국내외 덜 알려진 신진 작가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중견작가를 골고루 소개하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만큼 건축도 눈에 띄는데, 75m 길이의 곡면 벽과 아치 형상의 입구로 눈에 띄는 디자인은 매스스터디스의 조민석 건축가의 작품이다. 아치를 따라 있는 경사로와 계단을 올라가면 미술관 옥상에 올라갈 수 있는데, 조민석 건축가는 옥상을 사선으로 설계해 미술관 앞 작은 공원과 연결되도록 했다. 덕분에 관람자는 빼곡한 빌딩 숲에서 시원하게 트인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출처: 스페이스K

현재 스페이스 K 서울에서는 무나씨의 개인전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가 열리고 있다. 그림 속 무표정한 인물들은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관람객은 시선과 몸짓만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인물에게 자기 자신을 대입한다. 무나씨는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며 감정을 포착하는데, 관람객 역시 그림 앞에 서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다.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감정은 무엇인지, 왜 나는 이 그림에 공감하는가 등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그림 감상은 명상처럼 느껴진다.

LG 아트센터 서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136

출처: LG 아트센터 서울, 배지훈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지는 LG 아트센터 서울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면서 주목받았다. 외형은 딱딱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내부는 콘크리트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안도 다다오의 솜씨를 경험할 수 있다. LG 아트센터에서는 오케스트라, 오페라, 뮤지컬, 연극, 무용, 콘서트까지 다양한 문화 공연이 열린다. 이를 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건축에만 초점을 맞춰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출처: LG 아트센터 서울, 배지훈

상징적인 공간 중 꼭 봐야 하는 곳은 아트센터의 지상층을 대각선으로 관통하는 원형 통로 ‘큐브(CUBE)’와 노출 콘크리트를 유연한 곡선으로 만든 ‘게이트 아크(GATE ARC)’다. 단순히 구경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무료로 제공되는 오디오 투어에 참여해 보자. 센터 곳곳에 위치한 8개의 QR 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으면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오디오 투어를 들을 수 있다. 건축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 각 공간의 디자인과 그 의미까지 설명해 줘 LG 아트센터 서울을 더 깊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서울식물원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161

출처: 서울관광재단

LG 아트센터 서울 옆에 있는 서울식물원은 국내 최초의 보타닉 공원이다. 오목한 접시처럼 중앙부가 움푹 꺼진 외관을 가진 온실에는 세계 각지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바브나무,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와 같이 유명한 식물 외에도 열대 지방과 지중해에서 자라는 다채로운 식물을 구경할 수 있다. 온실 중앙에 있는 유럽풍의 분수 정원은 포토 스폿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층에는 온실을 가로지르는 스카이워크가 있다. 온실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어 서울식물원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날이 춥지 않다면 온실 옆의 야외 정원을 거닐어 보자. 한국의 정원 문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8개의 정원을 천천히 산책하다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YES24 강서 NC점

서울특별시 강서구 강서로56길 17

출처: YES24

마곡에는 벌써 두 개의 대형서점이 들어서 있다. 그중 하나인 YES24 강서 NC점은 천장까지 이어지는 8m 높이의 책장과 전면 유리창을 통해 마곡동을 내려보는 파노라마 뷰로 서점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서점을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했다면 곳곳에 놓인 테이블과 좌석에 앉아 미리 읽어보자. 옷처럼 책도 나에게 맞는 것이 따로 있으니까 말이다. 한편, 은색의 커다란 미끄럼틀에 계속 시선이 가는 자신도 발견하게 된다. 8층과 9층을 연결하는 15m 길이의 구불거리는 미끄럼틀은 아쉽게도 7세 미만 어린이만 이용할 수 있다.

커디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86 2층

출처: 커디

작은 배 안의 주방을 의미하는 이름을 가진 음악 바, 커디(CUDDY)는 6년 차에 접어드는 마곡동의 터줏대감이다. 마곡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크루들이 우리 동네에도 오래 사랑받는 공간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미국 뉴욕의 1960~70년대 바 문화에서 영감받은 공간은 시간을 더할수록 더 매력을 뽐낸다. 커디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는 건 크루가 직접 선별한 음악이다. 벽에 빼곡히 꽂혀 있는 LP판만 보더라도 이곳이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신청곡도 받는다.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신청곡 순서를 적절하게 조절하므로 내가 신청한 곡이 안 나오더라도 조금 기다려보자. 커디의 또 다른 매력은 맥주, 칵테일, 위스키 등 주종의 다양성이다. 그날 기분에 맞춰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만약 출출하다면 술의 종류를 생각하며 구성한 커디의 음식을 먹어보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몰 디쉬부터 파스타, 스테이크와 같은 메뉴도 있어 기분 좋게 배를 채울 수 있다.

글 허영은 객원기자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전시와 함께 즐기기 좋은 장소 5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