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7

패션브랜드와 현대미술이 팝업에서 만나면

현대미술 작가와 함께한 '구호플러스 서울' 팝업
구호플러스 서울(kuho plus Seoul)은 올봄 컬렉션을 선보임과 동시에 지난해 재정립한 브랜드 정체성 ‘하이-스트리트웨어 인 서울(High-Street wear in Seoul)’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무드를 시각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스테이지 35에서 팝업 공간을 열었다.

팝업 어떻게 즐길까?

  • 패션브랜드와 현대미술의 만남에 주목

  • 서울을 브랜드에 녹인 ‘구호플러스 서울’의 아이덴티티를 시각적으로 경험

  • 방문 이벤트에 참여하고 구플 선물 받기

팝업 외관 | 출처: Oaah Agency, 촬영: Studio Offbeat

패션브랜드 팝업 현장에서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브랜드 상품보다 먼저 마주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대개 브랜드 또는 브랜드 상품을 홍보하고자 마련한 팝업이기에 자신들의 상품이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구호플러스 서울 팝업은 방문객이 첫발을 딛는 1층 공간을 정우원 작가의 작품으로 배치해 두었다.

 

스테이지 35에서 진행되는 이번 팝업은 역동적인 문화를 가진 도시 서울을 배경으로,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고 취향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서울의 거리에 주목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등 수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도시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여러 감각을 자극받을 수 있는 현대미술 갤러리를 공간 콘셉트로 잡아 구호플러스 서울만의 무드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구호플러스 서울은 이번 팝업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자 의류보다는 브랜드 무드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방향을 택했다.

정우원 작가의 〈서울의 태양(The Sun in Seoul)〉으로 꾸며진 1층 내부 | 출처: Oaah Agency, 촬영: Studio Offbeat
정우원, 연진영 작가 작품이 녹아든 공간

팝업 현장에서 이목을 끄는 건 단연 정우원, 연진영 두 작가의 작품. 1층에 배치된 정우원 작가의 <서울의 태양(The Sun in Seoul)>은 표면이 물리적으로 왜곡되는 키네틱 거울을 이용한 작품이다. 정우원 작가는 엔지니어링 도구를 활용해 예술과 디자인을 융합한 작업 활동을 이어왔다. 일정 리듬에 맞게 거울이 움푹 패는 이 <서울의 태양>은 팝업 공간 1층 측면 바닥에 설치된 작품을 시작으로 중간 지점에 떠 있는 작품으로, 천장에 붙어있는 작품까지 이어진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도 있는 거리(Street)의 수평성을 작가의 연속성을 띠는 작품과, 거리를 걷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호플러스 서울의 컬렉션 영상으로 표현했다.

 

2층은 연진영 작가의 <기둥 베개(Pillar pillow)> 작품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브랜드 상품을 볼 수 있다. 연진영 작가는 버려지는 것, 효용 가치를 상실한 재료를 활용해 지속 가능한 예술과 디자인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다. 2층 공간에 설치된 연진영 작가의 작품은 구호플러스 서울의 ‘시그니처 화이트 재킷’을 재료로 만들어졌다. 건물의 기둥 형태로 표현된 이 작품은 정형화되지 않은 모양이 인상적이다. 유연하게 뻗어 있는 나무를 닮기도 했는데, 작가는 그런 기둥을 통해 스트리트웨어를 추구하는 구호플러스 서울의 자유롭고 개성있는 느낌을 은은하게 드러낸다.

연진영 작가의 〈기둥 베개(Pillar pillow)〉가 있는 2층 | 출처: Oaah Agency, 촬영: Oaah Agency Jaemin Lee
출처: Oaah Agency, 촬영: Studio Offbeat

팝업 공간을 기획하고 디렉팅한 오아에이전시는 현대 미술에 뿌리를 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획/디자인 회사다. 다양한 작업을 통해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오아에이전시 윤영빈 대표에게 구호플러스 서울 팝업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Interview with 윤영빈 대표

오아에이전시(Oaah Agency)

구호플러스 서울 팝업 공간 구성은 어떤 키워드에서 시작된 건지 궁금해요.

수직과 수평이라는 키워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구호플러스 서울 브랜드에서 강조한 ‘하이스트리트 웨어 인 서울’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수직과 수평이 만나는 경계 지점이 무엇일지 고민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높게 뻗은 도시의 건물과 거리의 도로를 그 경계점으로 잡았어요. 수직과 수평은 상반되어 보이는 개념이지만 서로 맞닿아 있다고 봤거든요. 그런 성질을 공간에 전반적으로 녹이고자 했습니다.

출처: Oaah Agency, 촬영: Studio Offbeat

팝업 공간에 들어서자 브랜드 상품 없이 정우원 작가님의 작품이 있어 놀랐습니다. 구호플러스 서울의 아이덴티티를 현대미술적인 맥락으로 풀게 계기가 있나요?

1층에 작가님의 작품과 홍보 영상이 배치되도록 제안한 건 구호플러스 서울의 의견이었습니다. 지난해 새롭게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만큼 재정립한 브랜드 정체성을 팝업 공간에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브랜드를 알리는 새로운 도약점으로 삼고자 하는 구호플러스 서울의 의도에 부합하고자, 이 팝업을 방문할 관객의 페르소나를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바쁜 서울에서 분초 사회를 살아가며 다양한 감각을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고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육각형 인간’이 그 결과였는데요. 이런 인물이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일지 고민하다 대표적으로 여러 자극이 모여있는 공간인 현대미술 갤러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구호플러스 서울의 키컬러인 파란색을 적극 활용했더라고요. 팝업 공간 구현에 있어서 가장 신경 부분이 있다면요?

구호플러스 서울의 키컬러는 블루, 화이트, 그레이스케일(Grayscale)로 총 세 가지입니다. 자칫하면 차가워질 수 있는 컬러감이라 공간을 구성하는 소재와 재질감을 통해 그 차가움을 누그러뜨렸어요. 또 정교한 디테일을 강조하는 브랜드 무드를 공간 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구호플러스 서울의 대표적인 디테일 포인트인 스티치, 백/사이드 버튼, 스트랩을 피팅룸이나 행거에서 찾을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이런 부분을 주목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출처: Oaah Agency, 촬영: Studio Offbeat
출처: Oaah Agency, 촬영: Oaah Agency Jaemin Lee

연진영 작가의 작품 제작 배경도 궁금한데요.

정우원 작가님도 그렇고 두 작가님이 기존에 전개한 작업 방향이 팝업과 어우러질 것 같아 먼저 제안했는데요. 패션과 예술을 서로 이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연진영 작가님의 작업 방식이 독보적이라 브랜드의 시그니처 재킷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하기로 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진행 방향이었던 것 같아요. 브랜드의 방향성은 물론이고, 빠른 변화를 포용하고 수용하는 서울의 모습을 부드럽지만 단단한 수직적 건물 기둥 형태로 표현해 주셨습니다.

출처: Oaah Agency, 촬영: Studio Offbeat

패션브랜드와 작가님의 작품을 공간에 녹이는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었을 같아요.

브랜드 정체성이 두 작가님의 고유한 작업방식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했죠. 오아에이전시는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번 기획이 지금까지 저희의 스타일과 방법론에서 벗어나는 작업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구호플러스 서울에 작가님의 작업이 스며드는 부분에 대해 브랜드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그 결과가 공간의 구성으로 나타난 것이기도 하고요. 기획, 아트 디렉팅, 공간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그리고 공간 운영까지. 각기 차이가 있는 이 모든 걸 하나로 일관된 맥락을 통해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지민 인턴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오아에이전시(Oaah Agency)

프로젝트
〈kuho plus Seoul〉 팝업
장소
스테이지 35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35 스테이지35
일자
2024.03.15 - 2024.03.31
시간
매일 11:00 - 20:00
기획자/디렉터
오아에이전시(Oaah Agency)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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