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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7

2024 F/W 서울패션위크 다녀왔습니다!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현장
2024 F/W 서울패션위크가 2월 5일 막을 내렸다. 이번 패션위크에서는 젠더, 지속 가능성, 전쟁과 난민 등 시대와 밀접한 이슈를 반영한 컬렉션이 눈에 띄었다. 그 후기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2024 F/W 서울패션위크가 2월 5일 막을 내렸다. 21개 브랜드 패션쇼부터 68개 브랜드와 300여 명의 국내외 바이어가 참여한 트레이드쇼, 각종 부대 행사가 진행됐다. 이번 패션위크에 대해 서울시는 “우리 패션산업의 트렌드를 확인하고, 세계 패션 시장에서 K-패션의 경쟁력과 전력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젠더, 지속 가능성, 전쟁과 난민 등 시대와 밀접한 이슈를 반영한 컬렉션이 눈에 띄었다. 2024 F/W 서울패션위크 후기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DDP 패션위크 현장
서울패션위크 홍보대사 뉴진스가 포토월에 섰다.
1. 성수동이라는 새로운 장소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동대문 DDP와 더불어 성동구 성수동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유명 패션·뷰티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나 쇼룸, 여러 편집숍 등이 들어서며 패션을 아끼는 이들이 자주 찾는 ‘성수동’의 지역성을 활용하겠다는 서울시의 의도였다. 성수동에서 쇼가 열린 곳은 자동차 정비 공장을 리모델링한 에스팩토리(SFactory)로, 낡고 거친 매력이 있는 공간. 지민리, 커넥트엑스, 51퍼센트, 비엘알 등 경계를 오가는 디자인을 보여준 브랜드의 컬렉션이 투박한 멋이 흐르는 공간과 잘 어울렸다.

성수 현장
에스팩토리에서 진행된 지민리 쇼 피날레
에스팩토리에서 진행된 커넥트엑스 쇼 피날레
2. 서울패션위크, 젊어지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는 특히 기존 관념을 비틀거나 생경한 감각을 불러오는 디자인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일례로 ‘비주류가 가진 멋’을 고민하며 사회의 다양성을 옷에 담아내는 브랜드 아조바이아조는 대만 사진가 치엔치 창(Chien Chi Chang)의 〈사슬(the Chain)〉이라는 사진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 ‘THE CHAIN’을 선보였다. 이 사진 시리즈는 멀리서 보면 하나의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저마다 이야기를 품은 이미지로 구성된 작품이다. 

 

김세형 디자이너는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특유의 오버사이즈 핏과 흐르는 실루엣이 돋보이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아조바이아조는 늘 드랙 아티스트, 트랜스젠더, 장애인, 노인 등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 쇼에 선 모델들의 공통점은 페이스타투가 두드러진다는 점. 하나의 테마로 만들어진 패션 컬렉션을, 각자의 개성과 사연이 담긴 타투를 새긴 모델들이 소개한다는 사실이 ‘THE CHAIN’이라는 콘셉트를 완성한 듯했다. 

아조바이아조 쇼 피날레
아조바이아조 쇼 백스테이지

이외에도 젠더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지민 디자이너의 지민리와 이원재 디자이너의 51퍼센트, 가상기술과 현실이 혼재하는 현실을 드러낸 신한나 디자이너의 한나신, ‘옷’의 기능을 환기하는 장선우 디자이너의 선우 등 젊은 디자이너의 신선한 감각과 에너지가 드러나는 컬렉션이 여럿 선을 보였다.

지민리
선우
51퍼센트

이처럼 영 디자이너의 브랜드가 활발히 참여하게 된 배경에는 브랜드 선정 기준의 변화가 있다. 서울시는 그간 중진(서울컬렉션)과 신진(제너레이션 넥스트)이라는 두 개 전형으로 구분해 브랜드를 선발해 왔지만, 올해는 전형을 하나로 통합했다. 평가 배점도 달라졌다. 최근 일 년간의 국외 매출 실적 배점이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커진 것. 서울시는 2024 서울패션위크의 핵심 목표를 ‘해외시장 진출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글로벌 ‘성장 가능성’의 가중치를 높인 것이다. 

 

그 결과 개성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가 조명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브랜드 장르의 다양성이 약화하고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는 평도 존재한다. 서울패션위크가 국내외 패션신에서 갖는 의미를 염두에 두며, 여러 목소리를 취합해 더 나아진 모습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라이
3. 20여 분 동안 펼쳐지는 환상

패션위크란 일정 기간 디자이너와 모든 스태프가 열정과 시간을 쏟은 결과물을 펼치는 장인 한편 한정된 시간 속 펼쳐지는 판타지를 만끽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브랜드마다 콘셉트에 맞춰 ‘쇼’의 시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했는지 살펴보는 일도 패션위크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오프닝이었던 박소영 디자이너의 줄라이칼럼 쇼에는 도이치그라모폰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박혜상이 등장했다. 박소영 디자이너는 이번 컬렉션으로 ‘기록하는 인간(호모 아키비스트)’을 표현했는데, 소프라노의 목소리 역시 시대를 기록하는 도구로서 조명한 것이다. 한편 박춘무 디자이너의 데무는 흩어진 조각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퍼즐 조각들’을 테마로 했고, 데무 쇼장에는 각기 다른 그림이 표현된 퍼즐 박스 조형물이 놓여 있었다. 하나의 조각으로 존재하던 모델들이 쇼의 피날레에 이르러 모두 런웨이에 등장하자, 무대 위에는 마침내 디자이너가 그리고자 했던 그림 한 폭이 펼쳐졌다.

줄라이칼럼 쇼의 피날레를 장식한 박혜상 소프라노
데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소재로서의 네오프랜을 조명한 임선옥 디자이너의 파츠파츠 컬렉션은 바실리체어(Wassily Chair)에 앉은 모델의 차갑고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시작하며 강렬한 인상을 안겼다. 또 청춘의 저항에서 영감을 얻는 최경호·송현희 디자이너의 홀리넘버세븐의 쇼에는 DJ, 스케이트보더, MBA 크루의 댄서 등이 등장했다. 서브컬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쇼에서도 보여준 것이다. 브랜드마다 고유한 시공간을 창조했던 2024 F/W 서울패션위크의 모든 쇼는 서울패션위크 공식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츠파츠
홀리넘버세븐 백스테이지

김유영 기자 

자료 제공 서울패션위크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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