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3

망원동에 모습을 드러낸 산타의 비밀창고, 프레젠트모먼트

매일 메리 크리스마스!
© designpresss

망원동을 걸어가다 보면 빨간 벽돌 벽을 마주하게 된다. 누가 봐도 가게가 있어야 할 위치인데 벽돌로 막혀 있으니 의아하다. 신기한 마음에 용기를 내서 톡톡 두드리면 갑자기 벽돌 벽이 열리면서 환상적인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있는 비밀창고에 들어온 기분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곳은 1년 내내 크리스마스라는 점이다. 추울 때나, 더울 때나, 꽃이 피고 낙엽이 져도 행복하고 반가운 곳, 바로 프레젠트모먼트다.

프레젠트모먼트Present moment. ‘선물 같은 순간’이라는 소중한 이름을 가진 이 가게는 실은 서울에 숨겨진 산타의 비밀창고다. 이곳에는 산타의 인형과 선물들을 관리하는 6명의 요정(휴, 앙, 쨘, 기요, 힝, 꺅)이 살고 있다. 요정들은 사람들이 없을 때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만날 수 없다. 대신 요정들을 대신하여 하츠와 파도를 포함한 여러 창고지킴이가 산타의 선물들을 구경하러 온 우리들을 반겨준다.

좁고 작은 공간을 따라 놓인 오래된 빈티지 가구들, 그리고 그 위를 가득 채운 아기자기한 인형과 선물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우리를 크리스마스로 순간이동시킨다. 가게 한 편에 우뚝 서 있는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는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며, 크리스마스의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선물들은 우리를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로 만든다. 이처럼 사랑스러운 공간이라니!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힘을 365일 내내 전달하는 프레젠트모먼트를 소개한다.

Interview with 하츠 & 파도

─ 프레젠트모먼트. 이름이 너무 예쁘고 공간과 잘 어울려요.

프레젠트모먼트는 ‘가장 소중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소중한 이를 위한 선물을 고를 때의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선물을 받는 이를 떠올리며 그에게 딱 맞는 선물을 고르고, 동시에 그 사람과 행복했고 앞으로 행복할 시간까지. 이 모든 과정과 마음을 ‘프레젠트모먼트’라는 이름에 담고자 했어요.

─ 창고를 지키는 6명의 요정들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휴, 앙, 쨘, 기요, 힝, 꺅. 여섯 친구는 각기 다른 사연으로 이곳에 왔어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기에 가끔 다툴 때도 있지만, 여러 난관을 함께 헤쳐 나가며 서로를 이해하죠. 그리고 힘을 모아서 비밀창고에서의 생활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요정들의 자세한 이야기는 인스타그램의 프레젠트모먼트 툰을 확인해 주세요. 요정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달하는 것도 저희 창고지킴이의 역할이에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해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벽 한 편에는 6명 요정의 그림이 담긴 액자로 가득하다. © designpress

─ 인스타툰으로 여섯 요정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도 프레젠트모먼트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산타의 비밀창고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프레젠트모먼트 공간의 면면을 만화의 배경에서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기요와 친구들이 어느 공간에서 지내고 있는지, 각자의 집은 어디에 위치에 있는지를 추측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공간에서의 요정 친구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 드릴게요.

─ 프레젠트모먼트의 슬로건을 보니까 ‘세상의 모든 빨간 코들에게’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여기서 빨간 코는 누구인가요?

빨간 코는 누구든 될 수 있어요. 각기 다른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어려운 일을 직면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눈물을 흘리고, 좌절하기도 해요. 저희는 그 모든 어려움을 견뎌내고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를 맞는 모든 이들이 빨간 코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발할 때, 우리는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는 루돌프가 될 거예요. 지금 당장 그러지 않더라도 존재만으로도 선물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기에 ‘선물 받아 마땅한 세상의 모든 빨간 코들에게’라는 문구를 슬로건으로 정했습니다.

산타의 비밀창고, 프레젠트모먼트는 365일 내내 크리스마스입니다 ♡ © designpress

─ 빨간 벽돌문을 열고 들어오면 마법 같은 세상이 펼쳐지는 반전 매력이 프레젠트모먼트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프레젠트모먼트는 산타의 ‘비밀’ 창고예요. 그동안 숨겨온 공간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인 만큼 마음의 문을 열고 산타를 믿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어요.

─ 맞아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기까지 살짝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아직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들어오면 따뜻한 가구들이 맞이해주죠.

프레젠트모먼트의 가구들은 오랜 세월을 견뎌왔어요. 가장 오래된 가구는 18세기 영국에서 사용했던 가구인데요. 300년 가까운 세월을 온전하게 잘 견딘 가구를 보고 있으면 신비로우면서도 따뜻하고 묘한 느낌을 받아요. 동시에 잘 만든 물건은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정성이 깃들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견뎌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잘 만들어지고 사랑을 받아서 오랜 시간을 견뎌온 프레젠트모먼트의 가구들. 조심히 봐주세요! © designpress

─ 프레젠트모먼트를 꾸미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가 있다면요?

손님들이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으면 했어요.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을 때 와서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는 곳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언제든 크리스마스의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곳. 프레젠트모먼트가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하츠와 파도, 두 분이 프레젠트모먼트에서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중년 여성분께서 한참 구경하시다가 한 인형 친구를 구매하시면서 자기를 위한 선물을 난생처음 사본다는 말씀을 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짓고 계셔서 창고지킴이들도 그 모습을 보고 감동했거든요. 이처럼 누군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저희도 행복합니다.

지금 가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더더더더욱 느낄 수 있어요! 크리스마스 시즌 필수 방문 코스! © designpress

─ 빈티지 인형, 피규어, 오너먼트, 향수와 엽서 등등. 이 귀한 선물들은 어디서, 어떻게 찾으셨나요?

소중한 누군가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선물할 만큼 좋은 물건, 사랑스러운 포인트가 있으면서 정성이 담긴 물건일 때, 프레젠트모먼트에 들여놓습니다. 저희 스스로 소중한 이에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제품을 고르고 있어요.

─ 인형 하나, 하나에 그들의 이야기가 적힌 소개서가 있더라고요.

창고지킴이들은 인형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들여다보며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요.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곳을 거쳐 이곳에 왔는지를 듣고 그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카드에 적습니다. 인형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을 돕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 인형만의 이야기를 받아 적고 있어요.

프레젠트모먼트의 인형들에게는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스토리를 읽고 자기와 딱 맞는 친구를 만나보세요. © designpress

─ 모든 제품에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프레젠트모먼트에서 두 분에게 가장 의미 있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모든 물건에 애정이 있어서 하나만을 꼽기가 어려워요. 작은 엽서 한 장조차 그 엽서를 고르는 이의 마음과 순간을 떠올리면서 만들거든요. 애정이 담긴 선택지여야 그만큼 마음을 품을 수 있는 물건이 된다고 생각해요.

─ 진심을 담아 선택하고 예쁘게 관리한 프레젠트모먼트의 선물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었으면 하나요?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진심이 담긴 선물이자 누군가의 진심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고 풍족스럽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요? © designpress

─ 프레젠트모먼트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인가요? 겨울 말고 봄, 여름, 가을에는 어떤 모습인가요?

프레젠트모먼트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곳이기 때문에 언제 와도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 계절에 맞게 제품 구성이 달라지고 매달 새로운 기획전이 열려요. 그래서 공간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언제 와도 새롭다’고 하세요. 그러니 프레젠트모먼트는 오늘도, 내일도 새로운 즐거움을 가득 품고 비밀의 문을 열어 두겠습니다.

산타의 비밀창고답게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거라면 없는 게 없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그리울 때면 언제든지 들려주세요. © deisnpress

─ 크리스마스를 앞둔 세상의 모든 빨간 코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우리 슬프면 울고, 떼도 쓰면서 하고 싶은 표현을 하면서 살기로 해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여러분은 선물 받아 마땅한 존재니까요! 올 한 해도 잘 보낸, 세상의 모든 빨간코들!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허영은 객원 기자

사진 허영은 객원 기자

장소
프레젠트모먼트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49-1, 1층
시간
화요일 - 일요일 13:00 - 21:00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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