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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2024년 멧 갈라의 주제는?

2024년 전시 주제는 <슬리핑 뷰티: 패션의 재조명​​>이다.
매년 5월 첫째 주 월요일, 패션계에서는 거대 행사인 <멧 갈라(Met Gala)>가 열린다. ‘멧 볼(Met Ball)‘로도 불리는 이 행사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코스튬 인스티튜트(Costume Institute)가 1948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자선 행사다. 그래서 공식 명칭은 <코스튬 인스티튜트 갈라(Costume Institute Gala)>이며, 매년 선정되는 테마에 맞춰 배우, 가수, 슈퍼모델, 운동선수 등 유명 인사들과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모여 개성과 감각을 뽐낸다.
사진 출처: vogue.co.uk

2023년 올해의 테마는 2019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기리는 <칼 라거펠트: 미의 선(Karl Lagerfeld: A Line of Beauty)>이었으며, 많은 스타들이 디자이너에게 헌정하는 룩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런 가운데 블랙핑크의 제니는 샤넬이 1990년 컬렉션에서 선보인 화이트 빈티지 미니 드레스에 검은색 장갑, 스타킹을 매치했으며 샤넬을 상징하는 흰색 카멜리아 꽃 장식을 더해 ‘인간 샤넬’ 그 자체라는 인정을 받았다.

사진 출처: twitter.com/2023MetGala

이 거대 패션 행사를 시작한 인물은 뉴욕패션위크의 창시자로 유명한 패션 홍보 담당자 엘리노어 램버트(Eleanor Lambert)였다. 그 당시 신설된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기금을 마련하는 동시에 연례 전시회 개막을 위해 행사를 만든 것이 현재까지 이어진 것이다.

사진 출처: twitter.com/2023MetGala

미국 패션계 안의 행사로 그칠 수 있었던 이 자선 행사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벤트로 성장하게 된 것은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의 역할이 컸다. 1995년부터 총괄을 맡은 그녀는 게스트 리스트를 관리하고 자리를 배치하는 등의 일부터 참여하며 행사를 주관하는 데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덕분에 매년 평균 150억 원에 달하는 모금액이 모인다고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유명 인물들이 모여 화려한 레드 카펫 룩을 선보이기 때문에, ‘동부의 오스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진 출처: metmuseum.org

멧 갈라에서 스타들의 패션이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엄연히 이 행사는 코스튬 인스티튜트를 위한 모금 활동의 일환이며, 기관이 주관하는 전시를 소개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전시의 주제가 행사의 테마가 되며, 참여자들의 의상을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행사가 진행되기 전 해에 코스튬 인스티튜트가 공개하는 전시 정보에 전 세계 매체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해 또한 어김없이 내년에 진행될 전시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24년 전시 주제는 <슬리핑 뷰티: 패션의 재조명>이다.

사진 출처: instagram.com/voguemagazine/

주요 스폰서 틱톡(TikTok)의 지원과 더불어 로에베(Loewe), 보그,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콘데 나스트(Condé Nast)의 추가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이 전시는 5월 6일에 진행되는 멧 갈라 행사 이후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며 5월 10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에 소개되는 의류들은 연구소의 영구 소장품이라 대부분은 대중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이라고 한다. 손상될 우려가 있어 다시 착용이 어려운 역사적인 의상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vogue.com

17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의 보디스*, 찰스 프레드릭 워스**의 19세기 후반 무도회 가운, 마들렌 비오네***의 이브닝 드레스 등과 같은 역사적인 의복과 더불어 크리스챤 디올, 알렉산더 맥퀸 등 현재 패션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의복들을 함께 조명하는 자리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총 400년에 걸쳐 제작되고 선보여 온 약 250개의 의류와 액세서리가 공개된다.

사진 출처: essence.com
*보디스(Bodice): 유럽에서 농사일을 하는 여성의 옷 또는 부인용 드레스의 몸통 부분에서 앞·뒤 몸판을 일컫는다. 코르셋 위에 입으며 가슴과 허리둘레가 꼭 맞게 만들어진다.
 
**찰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 ‘파리 오트 쿠튀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패션 디자이너. 고객의 요구에 맞춰 옷을 제작하는 양재사의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스타일 창조자가 되려 노력했다. 기존의 의복 제작 관습을 뛰어넘은 인물이자 패션을 예술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성공으로 파리는 유럽과 북미를 아우르는 국제적인 패션 사업의 중심지가 된다.
 
*** 마들렌 비오네(Madeleine Vionnet): 프랑스 디자이너로 바이어스 재단을 통해 1920년 대까지 여성의 몸을 졸라매고 있던 코르셋에서 여성을 해방시킨 인물이다. ‘옷을 만드는 건축가’, ‘쿠튀리에르 중의 쿠튀리에르’라 불리며, 여성의 인체를 있는 그대로 미적 대상으로 존중한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 출처: instagram.com/voguemagazine/

멧(Met)의 혁신적인 2024년 봄 전시회는 우리 상상력의 한계를 넓히고 의류의 다감각적 측면을 경험하도록 초대할 것입니다. 전시에서는 이 패션의 걸작들이 착용되었을 때 어떻게 느끼고, 움직이고, 소리를 내고, 냄새를 맡고, 상호작용하는지를 환기함으로써 우리의 참여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전시된 작품들의 진실성, 아름다움, 예술적 우수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할 것입니다.

막스 홀라인(Max Hollein),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최고경영자
 
사진 출처: fashionista.com

전시의 큐레이터를 맡은 앤드류 볼튼(Andrew Bolton)에 따르면, 전시의 이름인 ‘슬리핑 뷰티’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아름다운 의복 전체를 뜻한다고 한다. 전시에서는 이 아름다움이 탄생하기 위해 일어난 과정 전체를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된다고 한다.

 

자연 환경에 적응하면서 공예 기술이 진화했고, 옷에 쓰이는 천연 재료 또한 발전해 왔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지속 가능성과 재생을 고려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전시의 구성은 땅, 바다, 하늘 세 구역을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fashionista.com

또한 현재 대두되고 있는 증강 현실, 인공 지능 및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박물관 컬렉션에 있는 걸작의 감각적 능력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한다. 첨단 기술과 연구를 통해 디지털화된 의복 이미지들은 엑스레이, 비디오 애니메이션, 사운드스케이프 등으로 변환되며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더 이상 신체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없는 과거의 유산을 현재와 미래의 상황에 걸맞게 전파하려는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연구소 측은 이를 ‘패션의 취약성과 덧없음에 대한 은유이자 재생이라는 순환적 주제를 조사하는 수단’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2024년 멧 갈라에서 스타들은 어떤 패션을 선보일까? 이런 기대에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멧 갈라에 반영되는 만큼, 레드 카펫에서도 전시와 마찬가지로 첨단 기술이 활용된 패션이 선보일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16년 클레어 데인즈가 입은 드레스 사진 출처: instagram.com/zacposen/
2019년 젠데이아 콜먼이 입은 드레스 사진 출처: harpersbazaar.com

패션계를 넘어 전 분야의 모든 이들이 주목하는 행사이다 보니 지금까지 멧 갈라에서는 패션과 기술의 다양한 만남이 이어져 왔다. 2016년에는 클레어 데인즈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드레스를 선보여 놀라움을 선사했고, 2019년에는 신데렐라로 분장한 젠데이아 콜먼의 드레스가 마법 지팡이에 의해 빛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2021년 아이리스 반 헤르펜의 드레스들 사진 출처: vogue.com

2021년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의 드레스가 스타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맥락에 따라 2024년 행사에서 기술의 발전을 드러낼 수 있는 드레스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기대가 아닐까 싶다.

사진 출처: vogue.com

오랜 시간 동안 보존된 아름다운 의복들이 전시의 일부를 차지하는 만큼, 이를 반영하여 2024년 행사에도 보존되었던 유산을 입는 스타들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함께 하고 있다. 이런 예측에 2022년에 일어났던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가 일고 있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킴 카다시안은 마를린 먼로의 ‘해피 버스데이(Happy Birthday) 드레스’를 입었다. 이 드레스는 1962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45번째 생일 파티에서 먼로가 착용하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던 일화로 유명하다.

사진 출처: vogue.com

라인스톤과 금박 장식이 촘촘하게 달려 은은한 화려함을 자랑하는 드레스는 역사적인 인물이 착용한 것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드레스로 유명했다. 미적으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귀한 드레스를 입기 위해 카다시안은 3주간 7kg을 감량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행사 때만 잠시 입는 등 보존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드레스는 망가지고 말았다.

사진 출처: vogue.com

카다시안이 입은 후 지퍼 부근의 옷감이 손상되었으며, 장식 일부가 사라진 것이 보도되면서 카다시안과 더불어 드레스를 대여해준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이 함께 전 세계 사람들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특히 시대를 초월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옷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의견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았다. 킴 카다시안의 사례를 보고 똑같은 일을 저지를 이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의복에 대한 존중을 보내고 싶은 스타들이 선택할 만한 아이디어라고 여겨진다.

사진 출처: vogue.com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 ‘슬리핑 뷰티’가 주제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동화 속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한 룩을 선보일 유명인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셰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담당했던 스타일리스트 야시 구리아니(Yasi Guiliani)는 일부 스타들이 그 주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동화 속 공주의 모습 또는 침낭과 함께 나타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23년 행사 때 영화배우 자레드 레토(Jared Leto)가 고양이 인형 탈을 쓰고 나타났으며 래퍼 도자 캣(Doja Cat)은 아예 고양이로 분장하고 나온 전적이 있기에, 구리아니의 주장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사진 출처: edition.cnn.com

매년 진행되는 행사에 매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톡톡 튀는 스타들의 패션 대결도 한 몫 하겠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안나 윈투어의 세심한 디렉팅과 더불어 행사의 중심이 되는 테마를 결정하는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신중한 노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특히 사람들에게 패션의 즐거움과 더불어 그와 관련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 코스튬 인스티튜트가 들이는 노력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2024년 선정된 주제는 패션계의 역사를 관통하기에 더욱 의미 있다고 여겨진다. 이를 통해 역사적인 의미를 담은 의류들에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이를 기리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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