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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0

건축가 부부의 집 짓기 안내서

나를 닮은 집을 짓는 방법.
모든 인생이 고유하듯 누구나 자신만의 집을 짓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기억이 묻어 있는 집, 언제든 돌아갈 가족이 머무는 집’이 정말 좋은 집이라고 생각하는 노은주·임형남 부부 건축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이들은 2년 넘게 EBS 방송 프로그램 ’건축탐구-집’에서 특색 있는 집들을 찾아다니며 어떻게 지었는지, 어떻게 공간을 구성했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등을 살펴보았다. <건축탐구 집>은 그 기록을 엮은 책이다. 집에 관한 디테일한 이야기를 200컷이 넘는 사진과 일러스트를 통해 들려주며 인문학적 통찰과 철학적 사유까지 함께 건넨다.
자기 앞의 집 | 정남향으로 길게 지은 이 집은 예상보다 햇빛이 깊이 들어와 시간이 지난 후 기둥을 세우고 처마를 더 길게 내었다. 사람이 성장하듯 집도 계속 돌봐주고 보살펴야 자리를 잡아간다. 설계 가온건축. 사진 박영채.

 

“내 집을 짓겠다는 건 삶을 새로 설계하겠다는 것과 같다. 남이 만들어 놓은 네모반듯한 규격에서 벗어나 내가 만든 세상에 진입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집 짓기의 시작이다. 집을 짓는다는 건 ‘나’를 새롭게 세우는 일이다.”

 

 

지면에서 소개하는 40여 채의 집은 모두 주인을 닮았다. 건축주의 인생과 역사가 오롯이 쌓여 있다. 가족이 있으면 있는 대로, 혼자 살면 혼자 사는 대로, 보편이라는 굴레에 매이지 않은 집들이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무엇보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사람의 일생이란 거창한 사건보다는 매일의 일상이 쌓여 만드는 것. 아무 일 없이 무료하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우주가 담겨 있다. 두 건축가는 지은 지 얼마 안 된 집부터 오래되어 고쳐 쓰는 집, 수백 년 된 한옥, 난방비가 적게 드는 패시브 하우스, 경사진 땅을 그대로 살려 지은 집 등 여러 구조와 형태의 집들을 5가지 탐구 요소로 분류하여 이야기해준다. 각 챕터에는 실제로 집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와 그 과정에 관한 상세한 설명도 함께 담겨 있다.

 

적이재 | 어느 60대 부부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벚꽃이 아름다운 하동 언덕길에 집을 지었다. 마루가 있고 텃밭과 넓은 마당이 있는 풍경을 바랐는데, 얇고 긴 집으로 설계해 바람도 잘 통하고 햇볕도 따뜻하게 들어오는 쾌적한 집이 완성되었다. 설계 가온건축. 사진 박영채.

 

집 짓기 탐구 여정은 ‘나-기초-공간-동선-재료’ 순으로 이어진다. 노은주·임형남 건축가는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아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야 남들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다. 완벽주의자인지, 오래 기다릴 수 있는지, 남들과 다르게 살기를 바라는지, 유행에 민감한지 등을 통해 나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내 안의 욕망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그 실체를 마주하고 인정해야 집 짓기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단다. 자신의 삶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단 물건이든 생각이든 버리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한다. 버리고 정리하다 보면 선택을 통해 남는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절대 바꿀 수 없는 가치들이 집을 지을 때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다.

 

루치아의 뜰 ⓒ 임형남

 

“집을 짓는 일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이다. 예산과 면적이 한정된 상태에서 동선을 정할 때 물론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 우선순위는 ‘효율’이나 ‘보편’이 아니라 ‘나’에게 비롯되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자. 남들에겐 쓸데없어도 나에겐 가치 있는 공간과 동선을 제일 먼저 생각하고 볼 일이다.” – 151p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 | 작은 규모지만 다양한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앞마당에는 감나무를 한 그루 심어 계절을 느끼도록 했다. 담벼락에는 들꽃들의 이름과 위치를 적은 ‘들꽃 지도’를 그려 넣었다. 설계 가온건축. 사진 박영채.
양산주택 | 중목구조 목조 주택이다. 중목구조는 가로세로 100㎜ 이상의 두께가 있는 목재로 기둥을 세우고 보와 서까래를 얹는다. 내부에 구조재가 드러나게 시공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 가온건축. 사진 박영채.
금산주택 | 진악산을 마주 보는 언덕에 자리한 소박한 집. 방을 가로로 배치해 길쭉하고 통풍이 잘되게 지었다. 마루에 앉으면 산이 걸어 들어오고, 발아래 경쾌하게 흘러가는 도로가 보인다. 설계 가온건축. 사진 박영채.

 

책 속에서는 15단계가 넘는 복잡한 집 짓기 과정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준다. 초보 건축주를 위한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부터 미리 알아 두어야 할 건축 기본 법규와 용어, 그리고 가장 우려하는 시공비에 대한 진실까지 현실적인 조언들도 차근차근 짚어준다. 집 짓기를 희망하는 이들이라면 예시로 넣은 세부 견적서와 설계도, 재료 설명서를 보며 예행연습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집을 짓지 않더라도 괜찮다. <건축탐구 집>은 언젠가의 집을 꿈꾸며 나의 내면을 만나고, 함께할 누군가와 즐겁게 수다를 떠는 여행과 같다.

 

ⓒ designpress
 
노은주·임형남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 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닌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을 짓고 글과 그림을 모아 책으로 엮는다. 저서로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도시 인문학>, <서울풍경화첩>, <작은 집 큰 생각> 등이 있다. 현재 EBS 방송 프로그램 ‘건축탐구-집’에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정인호

자료 협조 EBS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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