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7

로바니에미 여행 ② 로바니에미에서 꼭 찾아야 하는 이름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알찬 여행을 위한 팁!
핀란드 북부 지방의 자연, 문화,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 악티쿰. ©Visit Rovaniemi(Rovaniemi Tourism & Marketing Ltd.)​

1. 프랭크와 함께라면 시내 곳곳이 배움터

로바니에미 시내엔 현지 문화, 역사와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 유익한 장소들이 존재한다. 172m 길이의 투명한 유리관이 인상적인 악티쿰(Arktikum)은 북부 지방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핀란드 독립 75주년을 기념하며 1992년 오픈했다. 나란히 위치한 필케(Pilke) 과학 센터에서는 숲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코룬디 문화의 집(Korundi House of Culture)에서는 미술 전시와 오케스트라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핀란드의 대표 건축가 알바르 알토(Alvar Aalto, 1898~1976)가 설계한 다수의 건축물을 둘러보며 그의 건축 세계를 톺아보는 것도 의미 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악티쿰 박물관과 필케 과학 센터 전경. ©Visit Rovaniemi(Rovaniemi Tourism & Marketing Ltd.),
지역의 소나무와 화강암 등 라플란드의 자연을 건축에 반영한 내부. ©유승주,
알바르 알토가 건축한 로바니에미 시립 도서관. Photo by Federica di Nardo,
알바르 알토의 라피아 홀. Photo by Maija Holma. ©Alvar Aalto Foundation

이 모든 것들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프랭크 아이디어(A Frank Idea)의 프랭크를 만나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십 년째 현지 가이드로 활동 중인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북극 이야기, 핀란드의 현대 미술을 비롯해 역사, 자연, 문화 예술에 포커싱한 고품질 투어를 제공한다. 호기심 가득한 관광객을 대할 때면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애쓴다”라며, “명소를 소개하는 일 외에도, 전공을 살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큐멘터리 제작자, 연구 기관이나 주요 기업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라고 말했다. 열정적인 그의 모습에서 로바니에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랭크 아이디어의 대표 프랭크. ©Visit Rovaniemi(Rovaniemi Tourism & Marketing Ltd.)
악티쿰에서 극야(까아모스, kaamos)에 대해 설명하는 프랭크. ©유승주
알바르 알토는 1944~1945년 로바니에미 재건 계획을 설계했고, 순록 뿔을 닮았다 하여 '순록 뿔 도시 계획'이라 칭한다. ©Korundi House of Culture (좌), 알바르 알토의 순록 뿔 도시 계획. ©Visit Rovaniemi(Rovaniemi Tourism & Marketing Ltd.)(우)

2. 숲 속의 장인, 아이린과 아리

전통적인 방식의 수공예품을 제작하는 아이린. ©Visit Rovaniemi(Rovaniemi Tourism & Marketing Ltd.)

호른워크(Hornwork)를 운영하는 아이린(Irene)과 아리 캉가스니에미(Ari Kangasniemi)의 집과 공방은 시내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떨어진 한적한 숲속에 자리한다. 직접 지은 통나무집에서 손님을 따뜻하게 환영하며 수제 블루베리 주스를 내어주는 모습이 정겹다. 집 바로 건너편 워크숍에서는 순록의 뿔로 만든 대형 샹들리에와 칼, 라플란드 전통 악기와 가죽 제품, 핀란드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나무 컵 쿡사 등 부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담긴 수공예품을 볼 수 있고, 직접 DIY 체험도 가능하다. 이순이 지난 아이린은 “행복은 일상의 작은 것들에 있다고 믿는다. 단순한 삶이 곧 풍요로운 삶이다”라고 말하는데, 자연을 존중하며 공존하는 라플란드인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아이린(좌)과 아리(우)가 순록 뿔로 만든 샹들리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승주
핀란드의 전통적인 나무 컵 쿡사, 칼 등 생활 도구를 소개하는 아리. ©Visit Rovaniemi(Rovaniemi Tourism & Marketing Ltd.)
뿔 세공 샤먼 드럼. ©Visit Rovaniemi(Rovaniemi Tourism & Marketing Ltd.)
아이린과 아리가 직접 지은 온기 넘치는 보금자리(좌), 조립식 통나무 집을 소개하는 아이린(우) ©유승주

3. 허스키에 헌신하는, 밸런타인

알래스칸 허스키는 최고의 썰매견으로 손꼽힌다. Drone Joel. ©Bearhill Husky

로바니에미에 순록이 허스키보다 많지만, 일하는 허스키는 일하는 순록보다 많단다. 이처럼 지역의 동물 기반 관광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허스키와 함께하는 시간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 20년 이상 허스키와 함께해 온 베어힐 허스키(Bearhill Husky)의 대표 밸런타인(Valentijn)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플란드 전통 스타일의 오두막을 뜻하는 코타(Kota) 앞에서 밸런타인 대표. ©유승주

Mini interview with 밸런타인

베어힐 허스키

눈이 내리지 않는 루스카 시즌에 즐길만한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오랫동안 스노모빌이 사랑받아왔는데, 약 7년 전부터 개 썰매가 가장 인기 있는 액티비티로 자리매김했다. 여러 마리의 허스키가 이끄는 카트를 타고 울창한 숲을 탐험하는 카트 투어는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허스키의 품종은 무엇인가?

알래스카에서 온 알래스칸 허스키로, 현재 최고의 썰매견으로 손꼽힌다. 전 세계에 시베리안 허스키, 알래스칸 맬러뮤트를 포함한 4대 순종견이 있다. 우리의 허스키는 순종도 믹스견도 아닌, 자연견종이다. 때문에 얼굴 생김새와 색이 서로 다르다.

동물복지에 대한 노력이 특별하다고 들었다.

허스키에게 달리기란 본능이다. 우리는 개의 나이, 계절 등 조건과 상황에 맞춰 엄격히 관리한다. 가령 호흡을 통해 안전히 열을 방출하기 위해 약 10도 이하의 날씨에만 카트를 끌도록 하고, 속도는 10~15km/h를 유지한다. 겨울 성수기 전까지는 트레이닝 시즌으로, 산책은 도시에서도 진행한다. 은퇴 후 반려견으로서의 새 삶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렇게 2세부터 7~8세까지 일을 하고 은퇴한 허스키들은 전 세계로 입양 보낸다. 노킬(No Kill) 정책으로, 안락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

함께 책임감 있는 관광객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점은?

동물과 함께하는 투어에 참가할 때 해당 업체가 하고 있는 실질적인 노력들을 살펴보라. 여러 인증 중에서도 동물 복지에 대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지닌 그린 액티비티스(Green Activities)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좋다.

루스카 시즌, 허스키가 끄는 카트를 타고 알록달록 단풍이 든 숲을 달리는 특별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Bearhill Husky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귀여운 아기 허스키들,
겨울이 오기 전 허스키를 트레이닝하는 밸런타인. ©Bearhill Husky
카트 투어 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허스키들. ©유승주
카트 투어 뒤 코타 안, 모닥불 옆에서 따뜻한 베리 주스를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다.(좌) 베어힐 허스키는 동물 복지에 대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지닌 그린 액티비티스 인증을 받았다.(우) ©유승주

4. 환상적인 빛의 향연, 오로라 헌팅 성공하려면? 송건

올해 10월 촬영한 오로라. 오로라는 대체로 녹색이지만 보라색, 분홍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조를 띤다. ©송건(@kunbelievable)

로바니에미에서 반드시 도전해야 할 오로라 헌팅. 북극권의 오로라 시즌은 8월 말부터 4월 초로, 통계적으로 오로라가 가장 활동적인 시기는 루스카(9~10월)와 봄(3월), 밤 9시부터 새벽 2시 사이다. 라플란드의 토착민인 사미족의 설화에 따르면 라플란드의 고지대를 달리는 여우의 꼬리가 반짝이는 눈을 쓸고 지나갈 때 북극광을 만들어 낸다고 전해진다. 자연 현상이다 보니 변수가 많아 관측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동행이 필요한데, 현지 지리를 잘 알고, 실시간 날씨를 체크하는 능력과 민첩한 이동성, 기념적인 순간을 위한 야간 촬영 장비 및 기술을 갖춘 사람이 적임자다. 로바니에미에서 한국인을 찾기란 순록을 만나는 것보다 어렵지만, 성공하고 싶다면 노르디스 투어(Nordies Tour)의 송건 대표를 찾을 것.

11월의 로바니에미 풍경과 송건 대표. ©송건(@kunbelievable)

Mini interview with 송건

노르디스 투어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2015년 로바니에미에 정착해 현재 오로라 헌팅 전문 투어 회사를 운영하는 송건이라고 한다.

오직 입소문만으로 전 세계에서 찾아온다고 들었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노하우와 지역의 다른 헌터들과 차별화된 점이 무엇인가?

감사하게도 현재까지 별도의 광고 없이 SNS의 성공 후기, 직접 촬영한 오로라 사진과 영상을 보고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신다. 지역에서 오로라 영상 촬영을 투어 프로그램에 최초로 포함시켰으며, 차별화된 장비로 과장을 뺀 담백한 고퀄리티 촬영물을 제공해 아름다운 순간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지 헌터들과의 네트워킹 및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날씨 정보를 공유하고, 수년간 쌓아온 태양풍 데이터와 지리적 이해도도 성공률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결과적으로, 시즌 중 매월 25회 정도 관측을 성사시켜왔는데, 라플란드에서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장한다고 자부한다.

로바니에미 오로라 헌터들 중에서 가장 사양 좋은 카메라를 쓴다고 하던데?

물론이다. 야간 촬영에 최적화된 카메라 보디와 천체 촬영용 렌즈를 사용한다. 결과물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kunbelievable)에서 확인할 수 있다.

루스카 시즌에 하는 오로라 투어의 장점은?

당일 날씨를 실시간으로 체크해가며 가능성이 높은 스폿으로 차량을 타고 신속히 이동한 후 야외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할 수도 있는데, 겨울보다 상대적으로 온화한 날씨 덕에 체력 소모가 덜하다. 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코로나 질량 방출이 잦아 규모가 크고 밝은 오로라가 많이 관측되는 편이다.

오로라 투어를 위해 여행객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일부 투어 가이드가 당일 날씨가 썩 좋지 않음에도 다수의 인원을 도심 근교로 데리고 가 소위 시간 때우기식 투어를 진행하다 보니, 아쉬움 가득한 후기를 접한 사람들의 걱정 어린 문의가 많다. 또, “가장 좋은 날은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솔직히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자연 현상이기에 오로라의 세기와 규모는 관측 몇 시간 전에야 겨우 예측할 수 있다. 오로라를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오늘 반드시 오로라를 보여드리겠다!”라는 신념을 갖고 모든 투어에 임한다. 야간 활동이므로 방한용품을 잘 챙겨야 하고, 가능하다면 개인 카메라로 촬영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확률을 높이기 위해 최소 사나흘 정도는 여유롭게 머무르기를 조언하고 싶다.

앞으로 계획은?

오로라 헌팅은 물론이고, 완벽한 휴가를 만끽할 수 있도록 여름 캠핑과 같이 오직 라플란드에서만 가능한 다채로운 투어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직접 다양한 사진을 촬영해 보는 것도 오로라 헌팅의 즐거움을 더한다. ©송건(@kunbelievable)
더 완벽한 오로라를 헌팅하기 위해 로바니에미에서 스웨덴까지 이동하기도 한다. ©송건(@kunbelievable)

▼ 로바니에미 여행이 더 알고 싶다면

로바니에미 여행 ① 가을엔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로

유승주 해외 통신원

자료 제공 Visit Rovani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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