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누보로 재탄생한 파리지앵의 성지

“사마리텐에선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20세기 스타일리시한 트렌드를 이끈 사마리텐은 1870년 사업가 에르네스트 코냑 Ernest Cognacq과 그의 아내 마리-루이 제이 Marie-Louise Jaÿ의 가게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다. 1910년 벨기에 건축가 프란츠 주르댕 Frantz Jourdain이 제안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물을 새롭게 세우며 파리지앵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곳은 이후 프랑스의 대표 아르누보 스타일 건축가 중 한 명인 앙리 소바주 Henri Sauvage가 1928년 현재의 모습으로 증축했다.

2001년 LVMH 그룹이 인수한 사마리텐은 2005년 미니멀리즘 건축을 대표하는 일본의 건축그룹 ‘SANAA’를 중심으로 사마리텐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지마 카즈요 Sejima Kazuyo와 니시자와 류에 Nishizawa Ryue가 이끄는 ‘SANAA’를 중심으로 프랑스 건축,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된 리노베이션은 20세기 초를 휩쓴 아르누보 스타일과 20세기를 대표하는 미니멀리즘의 조화가 돋보인다.

에펠탑처럼 철근을 전면에 내세웠던 아르누보 건축 스타일을 복원하며 플리츠 형태의 파사드가 돋보이는 현대 건축 디자인이 더해져 완성된 사마리텐 백화점은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 한 세기에 걸친 건축 디자인의 변화와 그 조화로움을 한눈에 엿볼 수 있다.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된 건물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며 새로운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재디자인된 사마리텐 백화점은 고유의 아르누보 스타일 복원에 많은 공을 들였다. 프란츠 주르댕의 화려한 플로럴 패턴의 패널 장식은 마리아 다 코스타Maria Da Costa의 손길에서 복원되었으며, 계단과 난간 등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해 주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장식 예술은 아뜰리에 되브르 드 포르주Atelier d’Oeuvres de Forge의 장인들이 완성시켰다.

오랜 시간과 수고가 들어가는 아르누보 건축은 현대적 시각에서는 비경제적이며 비효율적으로도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마리텐 복원을 통해 마주한 아름다움은 LVMH가 주목하는 문화적 유산의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20세기 초 사마리텐을 건축한 프란츠 주르댕은 거리에서도 누구나 쉽게 오가며 예술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건축을 원했다. 그의 정신은 2021년 사마리텐 백화점에도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다. ‘The Factory’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사마리텐 백화점은 지상에서 2층까지 뻗어있는 대형 콘크리트 벽을 거대한 캔버스로 활용한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고 가는 거리에 예술성 높은 건축물을 디자인했던 아르누보 건축 정신을 계승하듯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리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것이 멈추었던 파리에 락다운 해제와 함께 시작된 사마리텐 백화점의 오픈은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와 함께한다. ‘LOUIS VUITTON POP-UP’에서는 루이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Objets Nomades Collection을 만나볼 수 있으며, 페로탕 갤러리 Galerie Perrotin에서는 다카시 무라카미 Takashi Murakami, 파올라 피비 Paola Pivi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과 예술 서적 및 굿즈를 소개한다.

글 이유미

자료 협조 사마리텐

아르누보로 재탄생한 파리지앵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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