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던 ‘프리즈(FRIEZE) 서울’과 ‘키아프(Kiaf) 서울’,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가 막을 내렸다. 해외 각국의 미술계 인사와 컬렉터들이 서울을 찾은 만큼 한국 작가와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하고, 상당한 판매고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국내 예술계가 뜨거워지는 와중, 예술을 매개체로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작품을 선보인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아티스트 콜렉티브 미스치프다.
미국 브루클린 기반의 아티스트 콜렉티브 미스치프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의 버킨 백을 분해해 그 가죽으로 가죽 장인과 함께 독일의 대중적인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 디자인의 샌들을 선보였다. 에르메스 버킨백(BIRKIN BAG)을 사용해 만든 버켄스탁(BIRKENSTOCK)으로 제품명은 ‘버킨스탁(BIRKINSTOCK)’이다. 사용된 가죽의 종류와 신발 사이즈에 따라 최소 3만 4,000달러(한화 약 3,700만 원)에서 최대 7만 6,000달러(한화 약 8,462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신발이지만 빠른 시간에 매진되었고, R&B 싱어송라이터 켈라니(Kehlani)와 래퍼 퓨쳐(Future)가 선 주문을 하는 등 셀럽들이 먼저 구매하며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미스치프의 행보는 뉴욕 타임스, 베니티 페어, CNN 등에 보도되며 대중들로부터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를 상대로 장난기 넘치는 예술 활동을 일삼고 있는 미스치프는 패션 브랜드처럼 2주마다 작품을 한정판으로 ‘드롭(Drop)’하며 자신들을 특정 산업에 가두려고 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소셜 미디어인 링크드인(Linked in)에 업태를 ‘낙농업’으로 분류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인스타그램 상단에는 ‘DO NOT FOLLOW US(팔로우 하지말 것)’라고 쓰여 있지만 현재 팔로워는 77만 명이나 된다.
미스치프는 미국 의료 시스템의 허점을 꼬집은 ‘의료비 청구서 회화(Medical Bill Art)’를 선보이기도 했다. 매거진에 광고를 게재하여 이번 프로젝트의 참여자를 모았다. 약 100명이 회신한 가운데 참여자의 의료 부채가 개인 부주의가 아닌 부상이나 사고로 인한 것인지 확인한 뒤 무작위로 3명을 선택했고, 6피트(ft)(약 180센티미터(cm))의 캔버스에 그들의 진료비 영수증을 유화로 그렸다. 이 그림은 뉴욕 소재의 갤러리에 7만 3,360달러(한화 약 1억 원)에 판매되었다. 수익금은 수만 달러의 의료비로 고통을 겪던 영수증 주인들의 빚을 탕감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개인의 빚을 청산하는 것을 넘어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수많은 논평을 만들어 냈다.
짓궂은 작품으로 논란을 일으키지만 한 걸음 다가가 바라보면 이제까지 당연시해 온 대중문화와 사회적 관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곧 찾아온다. ‘의료비 청구서 회화’, ‘버킨스탁’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MSCHF: NOTHING IS SACRED〉에서는 미스치프만의 위트 있는 방식으로 이슈에 침투하여 판도를 바꾸어 나가는 ‘게임체인저’적인 면모를 경험할 수 있다. 세계를 무대로 실험하는 미스치프의 장난기 가득한 시선을 따라 이 세상을 놀이터처럼, 남다른 관점으로 탐색해 보며 문제를 발견하고 영감을 얻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오는 11월 10일부터.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대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