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렸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생겨난 아파트 형태의 주거 공간에 사는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 생활의 근간이 되는 ‘집’이 현대인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문이 든다면, 오늘 소개하는 전시를 참고하자.
7월 19일부터 2025년 2월 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하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에는 건축가 30명(팀)이 참여해 총 58채의 단독․공동주택을 선보인다. 전시에 참여하는 건축가는 승효상, 조민석, 조병수, 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성 건축가부터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오헤제건축 등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이번 전시에는 건축가의 손길에서 탄생한 건축 모형과 도면을 비롯한 자료뿐만 아니라, 건축주 혹은 실거주자의 자료를 둘러볼 수 있기에 생생함을 더한다. 전시장에서 둘러본 어떤 이의 일기에는 집을 찾아온 새와 정원에 핀 꽃의 그림이 담겨 있어 집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었다. 레고를 좋아하는 집주인은 레고로 만든 문패를 걸어두어 본인의 개성이 집에서도 드러나도록 장식한 점이 재미있었다. 획일화된 주거 형태에서 벗어나 대안적 선택으로 건축한 집을 통해 삶을 능동적으로 일궈 나가는 태도를 배운다. 전시는 총 여섯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흔히 ‘정상 가족’이라 불리는 4인 가족의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반려 개념을 재구성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다. 동·식물과 함께 사는 집, 3대가 함께 사는 집, 1인 가구를 위한 집들을 소개한다. 전통적인 남녀 부부 역할에 대항한 공간 형식을 갖고 있는 <홍은동 남녀하우스>와 동식물과 공존하는 집으로서 <묘각형 주택>, <고개집>, <언덕 위의 집>, <병산리 주택>을 살펴본다. 또한, 핵가족이 모여 큰 가족 구성을 이룬 <제주 세거리집>, <정릉주택&지하서재>, <연희 생활공방>과 도심 속 청년 1인 가구가 사는 집 <맹그로브 숭인>을 들여다본다.
작은 집과 고친 집
도시의 한정된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을 소개한다. 대규모로 조성된 신도시 필지가 아닌 기존 도심 속 독특한 형태의 땅을 찾아 건축한 집부터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은 집과 고친 집’은 건축의 지속가능성과 축소 지향적 삶의 지향 태도가 점점 중요해지는 오늘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작은 집의 사례로 <픽셀하우스>, <몽당>, <작은 집>, <얇디얇은 집>, <해방촌 해방구>를 살펴본다. 또한 <부암동43 하우스>, <이미집>, <목동557 하우스>, <쓸모의 발견>, <Y 하우스 리노베이션-만휴당>, <1LDKO>를 통해 기존 집의 무엇을 남기고 새롭게 연결할지 생각해 본다.
잠시 머무는 집
해당 주제에서는 생의 주기와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른 주거의 시간성을 논의한다. 일상과 여가의 중간 지대에서 짧게 머무르는 숙박 시설 등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공간 소비 장소로 떠오른 ‘스테이’와 ‘4도3촌’을 위한 주말 주택을 소개한다. 이른바 스테이 열풍의 시작을 알린 <생각 속의 집>, 건축주의 집과 개별 주택형 스테이로 구성된 <선흘아이>, <호지>, <다섯그루나무>를 살펴본다. 오래된 한옥 여관 건물을 고친 <유선관>과 따뜻한 환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여인숙>도 포함한다. 또한 공간이 아니라 시간 단위로 집을 공유하거나 점유하는 새로운 사례로 <고산집>과 <뜬 니은자 집>, <Y 코티지>를 들여다본다.
한편, 전시 감상의 폭을 넓히기 위한 워크숍, 영화 상영, 강연 등 풍부한 연계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워크숍 ‘건축학교’는 상설 워크숍과 어린이 건축학교로 구성된다. 상설 워크숍은 전시 출품작인 <아홉칸집>, <베이스캠프 마운틴>, <얇디얇은 집>의 건축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축소 재현된 집의 내부를 탐색하고 수직 동선을 단면도에 표시하는 등 건축의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 건축학교는 강사와 함께하는 초등학교 3-6학년 대상 특별 프로그램으로 9월까지 진행된다. 이외에도 전시실 중앙에 마련된 가변 극장에서 집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된 단편 영화 및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는‘주말극장’이 운영된다.
글 성채은 기자
자료 제공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