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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5

이함캠퍼스, 국내 최초 폴란드포스터 전시 연다

억압과 폭력에 저항한 시적인 포스터
이함캠퍼스 전경. 제공: 이함캠퍼스

경기 양평에 자리한 문화예술공간, 이함캠퍼스가 국내 최초로 대규모의 폴란드포스터 전시 〈침묵, 그 고요한 외침_폴란드포스터〉를 6월 22일까지 개최한다. 이함캠퍼스가 국내에서 자주 조명되지 않았던 ‘폴란드포스터’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폴란드포스터가 그래픽 디자인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침묵, 그 고요한 외침_폴란드포스터〉 전시 포스터. 제공: 이함캠퍼스
문화예술공간 이름에 ‘캠퍼스’가 붙은 이유

이함캠퍼스의 이름 ‘이함以函’에는 – 써 이(以), 상자 함(函)을 쓴다. 다양한 영감과 가능성이 담길 수 있는 빈 상자라는 의미다. 이함캠퍼스를 설립한 오황택 두양문화재단 이사장은 누구든, 특히 젊은이들이 이곳에 와서 보고 배우기를 바라며, 이곳이 일종의 배움터가 되기를 바라며 ‘캠퍼스’라는 단어를 붙였다.

이함캠퍼스 전시동. 제공: 이함캠퍼스
이함캠퍼스의 겨울 풍경. 제공: 이함캠퍼스

전시관은 물론 베이커리 카페, 아티스트 레지던시, 교육 공간 등 여러 방식으로 사용되는 여러 동은 각기 보아도 아름답고 한데 어우러진 모습도 자연스럽다. 이러한 공간은 김개천 건축가가 설계했다. 건물 대부분이 1998년에 완공되었으나, 오황택 이사장은 그 내부를 무엇으로 채울지 오래 고민했기에 개관은 2022년 7월에서야 이뤄졌다. 20여 년을 거치는 동안 건물 곳곳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 더욱 근사해졌고, 정원의 나무와 연못의 바위 역시 더욱 무성하고 단단해져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베이커리 카페와 굿즈숍 등이 있는 건물. 제공: 이함캠퍼스
실용적인 오브제에서 찾는 아름다움

또한 이함캠퍼스는 가구와 같은 실용적인 오브제를 컬렉션하는 미술관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생활 속의 도구들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 이번 전시 역시 이러한 지향에서 비롯했다. 오황택 이사장은 우연한 계기로 폴란드포스터에 매료된 후 1만여 점에 이르는 포스터를 수집한다. 이번 전시로 공개되는 작품은 그 컬렉션의 일부로서 이함캠퍼스 소장품이다.

전시관. 제공: 이함캠퍼스

전시를 기획한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포스터란 ‘찢어지기 위한 작품’이다. 화이트큐브에 전시되는 여느 예술작품과 달리 포스터는 거친 벽이나 상가의 유리에 붙어 비나 눈을 고스란히 맞다가 종내 찢어지는 존재라는 것.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대상인 만큼 사회문화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중에서도 폴란드포스터가 그래픽 디자인 역사에서 중요한 이유가 있다.

포스터가 거리에 붙는 작품임에서 착안해 꾸민 전시관. 제공: 이함캠퍼스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가 된 ‘폴란드포스터 학파’

1950-60년대 폴란드포스터는 세계 그래픽 디자인계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20세기 중반까지 포스터 디자인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 대중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하듯이 디자인되었다. 하지만 폴란드 디자이너들은 좀 더 함축적인 방식으로, 또 개념적인 방식으로 포스터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어디에서 볼 수 없는 독창적인 포스터가 등장한다. 

 

이런 현상을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에서는 ‘폴란드포스터 학파(Polish School of Posters)’라는 이름으로 개념화할 정도로 높이 평가한다. 폴란드포스터 학파가 접근한 태도는 그 이후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발데마르 시비에르지(Waldemar Świerz) 디자인. 영화 〈선셋대로〉 포스터(1957). 제공: 이함캠퍼스
얀 레니차(Jan Lenica) 디자인. 오페라 〈보체크〉 포스터(1964). 민중의 절규가 느껴지는 듯한 디자인. 이 포스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스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제공: 이함캠퍼스
맥락적으로 감상하는 전시

이번 폴란드포스터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포스터를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표현의 결과물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을 통해 맥락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서 대중을 설득해야 하는 포스터는 그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그렇게 시대적 맥락을 살린 포스터가 어떻게 국가의 꿈과 기업의 기대와 개인의 욕망을 표현했는지 이번 전시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관. 제공: 이함캠퍼스
억압과 폭력에 저항한 방법, 포스터

전쟁이 여전한 전 세계적 상황 속에서, 이번 전시는 폴란드 현대사가 끊임없는 전쟁의 고통을 받으며 그런 비극으로부터 평화와 자유를 얻어낸 결과로써 포스터의 역할에 주목한다. 폴란드포스터 학파는 억압과 폭력에 부드럽게 저항한 시적인 포스터이기도 하다. 긴장이 고조되는 이 시기에 폴란드포스터가 전하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는 각별한 울림을 준다. 한편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이함캠퍼스는 다양한 방향으로 폴란드포스터를 한국에 소개할 계획이다.

전시관. 제공: 이함캠퍼스
전시관 한편에는 디자이너의 방을 상상해 구현해 두었다. 제공: 이함캠퍼스

글 김유영 기자

자료 제공 이함캠퍼스

장소
이함캠퍼스
주소
경기도 양평군 강남로 370-10
일자
2025.11.22 - 2025.06.22
시간
11월~2월 오전 10시 - 오후 6시(오후 5시 30분 입장 마감)
3월~6월 오전 10시 - 오후 7시(오후 6시 30분 입장 마감)
주최
이함캠퍼스
주관
(재) 두양문화재단
기획자/디렉터
김신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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