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너t
Exhibition 2022-04-28

저장하고 기록하고 해석되는 기억들

국립현대미술관 <나 너의 기억>展

기간 2022.04.08 - 08.07
장소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기억의 재구성’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분명 같은 일을 겪었는데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기억하고 이야기한 적이 있을 거예요. 또 시간이 흐르면서 예전의 기억들이 흐릿해지거나 다른 시간대의 사건들이 섞여 버리기도 하고요.

기억(Memory)란 인간의 뇌가 사물이나 경험의 인상을 받아들인 뒤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다시 생각해 내는 기능입니다.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와 양이 급격히 많아지면서 이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 역시 중요해졌습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나너의 기억》이 바로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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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너의 기억> 전시 전경 | 사진: 홍철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최근에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일순간에 멈춰 버렸다. 우리는 바이러스와 수차례 싸워왔지만 이번 바이러스로 인간과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고 전 인류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가정책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었고 이전과 달리 개인의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하느라 우리는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어제의 정보와 삶의 방식이 오늘은 용인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삶의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가. (중략) 전시는 자신과 기억이 혼재되고 중첩되는 현상을 들여다보면서 기억을 점유하는 주체는 누구이고 어떤 기준에 따라 정보가 망각되는지에 대해 고찰하며 시작된다.

《나너의 기억》 전시 서문中

홍순명 <비스듬한 기억-역설과 연대>, 2022, 캔버스에 유채, 60.5x50cm(240), 605x1,200cm(전체).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지원으로 제작.

전시명에서 알 수 있듯 기억이란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타인, 집단, 사회 그리고 시간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최근 국제적으로 ‘기억학’이 조명을 받고 있다”라며 “이번 전시는 예술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된 기억의 의미를 살펴보는 전시”라고 소개했습니다.

허만 콜겐 <망막>, 2018,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채널 오디오, 레이저, 10분. 작가 소장.

보통 우리는 준거집단을 통해 일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만나고,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곤 하는데요. 코로나19는 국가와 민족, 문화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닥친 이슈였습니다. 기존의 모든 질서들이 바뀌고 온라인을 통해 단절감과 물리적 초월을 동시에 경험한 시기였죠. 위의 서문처럼 사회 시스템이 이토록 개인에게 밀접한 영향을 미친 경우도 드물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깊이 자문하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과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 말이죠. 

지역, 시대,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는 ‘기억’의 해석

 
양정욱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 2013, 나무, 모터, 실, 백열등, 아크릴, 플라스틱 병, 300x197x19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나너의 기억> 전시 전경 | 사진: 홍철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임윤경 , 2016, 영상 설치: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4분 36초; 전시 부스, 145x300x30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양정욱 작가의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돌아가는 원형의 설치물입니다. 작가가 예전에 우연히 목격한 경비원의 조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유심히 보면 정말 사람이 꾸벅꾸벅 조는 듯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요. 이 작업에는 작가가 기억하는 한 장면과 그 속에서 등장하는 타인의 기억이 중첩되고 있습니다. 임윤경 작가는 여러 화자가 특정 시점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같은 사건이라도 어떻게 서로 다른 기억을 간직하는지 드러냅니다. 개인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에 따라 기억이 저장되는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죠.

<나너의 기억> 전시 전경 | 사진: 홍철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기억은 삶의 흔적이자 미래의 빅데이터

아크람 자타리 <스크립트>, 2018,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24초.

기억은 필연적으로 과거를 기반으로 합니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의 가치관에 따라 재평가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 생성하는 기억들 역시 미래에 영향을 주고 이것은 정보가 되어 쓰이겠지요. 2부인 ‘지금, 여기’에서는 과거의 기억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보여줍니다. 아크람 자타리의 <스크립트>는 서구 문화권의 영향으로 쉽게 볼 수 없던 아랍 문화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매일 다섯 번씩 행하는 기도 의식, 살라트를 수행하는 아버지와 두 아들이 등장합니다. 과거부터 그래왔듯 이들은 매일 기도하고, 후대에도 이 의식은 이어질 것입니다. 기도하는 아버지에게 매달려 장난을 치는 아이는 그저 천진난만하기만 합니다. 실제로 아랍권의 아버지들은 집에서 꽤 가정적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 장면을 통해 그간 우리가 편향된 미디어에 노출된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아랍 문화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질문합니다.

뮌 <오디토리움(Template A-Z)>, 2022, 캐비닛 5개, 오브제, DMX 콘트롤러, 컴퓨터, 모터, 122x50x400cm(5), 700x400x400cm(전체).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지원으로 제작.

3부 ‘그때 그곳’에는 거대한 그림자 극장이 등장합니다. 층마다 펼쳐지는 화려한 불빛과 움직임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뮌(김민선, 최문선)은 오디토리움이라는 형식을 차용해 이 거대한 설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동시대 일어난 이슈들을 개인이 어떻게 기억하는지 리서치로 수집한 뒤 이를 조합해 45개의 장면으로 구성했지요. 이 작업은 움직이는 키네틱아트로 각 층마다 쉼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기억의 형성과 조합, 재현의 과정을 생동감 있게 드러냅니다. 그런가 하면 무용을 조형언어로 삼고 있는 송주원은 <뾰루지.물집.사마귀.점>을 통해 광주민주항쟁의 기억을 감상의 대상으로 재인식하게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안리 살라는 작가 자신이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개인이 가진 기억과 정체성을 통해 사라예보 포위전을 현재화하는 작업을 선보입니다.(<붉은색 없는 1395일>)

박혜수 <기쁜 우리 젊은 날>, 2022, 비디오(강예은 공동연출):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5분; 회화 설치(by 함미나), 가변크기.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지원으로 제작.

인류적인 큰 사건이 아닌 개인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작업도 있습니다. 박혜수 작가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은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사람 21명의 첫사랑 이야기를 수집합니다. 첫사랑은 온전히 개인의 역사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잊히기도, 과장된 이야기로 부풀려지기도 합니다. 수집된 이 이야기는 인물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함미나 작가에게 전달이 되는데요. 함미나 작가는 기억의 서사를 회화 작업으로 표현합니다.

<나너의 기억> 전시 전경 | 사진: 홍철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처럼 지역과 시대,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는 작업들을 통해 전시 《나너의 기억》은 다양한 관점의 기억을 해석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시장을 돌아 나오며 마주하게 되는 홍순명 작가의 거대한 파도 작품 <비스듬한 기억-역설과 연대>는 전시의 방점 같은 존재이지요.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에는 홍순명 작가가 바다에서 익사할 뻔한 순간과 살기 위해 필리핀까지 헤엄쳐야 했던 베트남 난민의 사투, 해안가에 사는 어민의 시름 등 수많은 개인의 기억이 넘실 댑니다. 이 바다를 바라보며 나의 기억도 살며시 띄워보아도 좋겠습니다.

전시명 《나너의 기억》 My Your Memory

전시기간: 2022. 4. 8.(금) ~ 8. 7.(일)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

참여작가: 루이즈 부르주아, 뮌, 박혜수, 세실리아 비쿠냐, 송주원, 시프리앙 가이야르, 아크람 자타리, 안리 살라, 앤디 워홀, 양정욱, 임윤경, 허만 콜겐, 홍순명 총 13명(팀)

작 품: 회화, 설치, 영상 등 총 13점

주 최: 국립현대미술관

  이소진

자료 협조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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