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오버워치 2: 침공’ 의 출시를 기념하여 진행된 이 협업에서는 게임 내 인기 캐릭터인 디바(D.Va)의 시그니처 헤드기어를 기반으로 젠틀몬스터만의 독창적인 감각이 더해진 아이웨어가 탄생했다.
‘젠틀 토끼(GENTLE TOKKI)‘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이 틴티드 선글라스는 2가지 컬러로 제작되었다. 구조적인 프레임과 더불어 파스텔톤 렌즈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소 투박해 보이는 디자인 덕분에 선글라스보다는 고글에 가까워 보이는 모습이다. 디바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담아낸 이 선글라스는 케이스마저 디바가 타고 다니는 로봇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탈부착이 가능한 디바 피규어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아이웨어와 더불어 오버워치 2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컬러의 컬래버레이션 스킨 ‘젠틀 토끼 푸크시아’, ‘젠틀 토끼 아쿠아’ 그리고 하이라이트 포즈와 무기 장식품 등 다양한 게임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 코드가 함께 있다는 점도 이 협업 에디션만의 특징이었다. 가상과 현실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패션 감각을 뽐낼 수 있는 아이템을 홍보하는 방법 또한 현재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파악한 듯 보인다.
젠틀몬스터는 자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제공하는 ‘GENTLE MONSTER x OW2’ 필터를 사용하여 포스트 또는 릴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필터 챌린지를 진행했다. 이 챌린지를 통해 가장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든 이에게 토끼 에디션 팩을 증정한다고 밝혀 오버 워치 팬과 젠틀몬스터 팬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어 젠틀몬스터는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디바가 현재 서울에서 핫하다고 소문난 곳에서 신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공유해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디바는 홍대 수노래방에서 목놓아 노래를 불렀으며 성수의 누데이크에서는 독특한 케이크를 맛보는 모습을 인증했다.
편의점에 들러서는 다양한 과자와 ‘뚱바’를 샀으며 게임 캐릭터 답게 오락실과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이렇게 가상의 캐릭터가 현실 세계로 넘어오는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덕분에 이 협업은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왜 패션 브랜드가 게임 회사와 협업을 진행했을까?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브랜드의 고객들이 게임을 즐기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는 것에 익숙한 이들은 일상의 일들도 게임처럼 해결하기를 좋아한다. 이런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이 나서서 게임 업체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협업을 통해 패션 브랜드들이 구매층을 끌어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이미지를 젊은 분위기로 새롭게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 트렌드의 시초는 2012년부터다. 당시 파이널 판타지 25주년을 기념해 게임의 캐릭터인 라이트닝, 호프, 노엘, 삿즈가 매거진 <아레나 옴므 플러스(Arena Homme+)>와 함께 프라다의 2012년 봄/여름 컬렉션의 옷을 입고 화보 촬영을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가상의 존재가 충분히 패셔너블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렸으며, 패션 브랜드들은 이후 게임 세계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4년 뒤에는 라이트닝이 2016년에는 루이비통의 글로벌 캠페인 ‘시리즈 4’의 모델이 되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캠페인에서 이 가상 모델은 브랜드의 컬렉션을 착장하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전문 모델 못지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덕분에 브랜드의 캠페인은 다른 때와 달리 신비롭고 우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후 루이비통은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를 제작한 라이엇 게임즈와 손을 잡고 캡슐 컬렉션 및 대회 트로피 등을 제작하며 게임 세계와의 자유로운 교류를 뽐냈다. 최근 브랜드는 창립자인 루이비통의 200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루이비통의 역사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루이 더 게임(Louis the game)‘을 선보이기도 했다.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구찌 또한 게임 분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게임뿐만 아니라 NFT, 웹 3 기반의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 브랜드만의 메타버스 왕국을 설립했다. 이 메타버스 안에서는 여러 카테고리를 통해 브랜드, 가상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
여러 카테고리 중 ‘굿 게임(Good Game)‘은 게임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구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게임과 가상 세계들이 모여 있어 눈길을 끈다. 구찌는 “스포츠맨십의 작별 인사인 ‘GG’ 또는 ‘굿 게임’은 구찌의 가상 세계를 향한 모험을 나타내는 이름이자 모토가 되었습니다.”라며 “이 가상 세계는 놀이, 자기표현, 재능, 자유 및 개성을 위한 허브를 만들어줍니다.”라고 이를 설명했다.
굿 게임에서는 다양한 게임 및 가상 현실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동물의 숲, 포켓몬 고, 심즈 등 게임 속에서 구찌의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을 보며, 이 브랜드가 얼마나 영리하게 게임 분야와 공존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와 더불어 구찌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아케이드 게임들은 구찌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홍보 방법의 하나로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굿 게임의 정점은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와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The Sandbox)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로블록스와는 구찌의 디자인 역사, 광고, 뮤즈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가상 갤러리 ‘가든 아키타이프(Gucci Garden Archetypes)‘와 가상 현실 게임 공간 ‘구찌 타운(Gucci Town)‘을 제작해 구찌의 모든 것을 가상의 공간에서 즐길 수 있게 했다. 특히 가든 아키타이프는 피렌체를 시작으로 도쿄, 홍콩, 서울 DDP 등지에서 진행한 전시와 짝을 이루며 현실과 가상 현실 모두에서 구찌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모습이었다.
더 샌드박스와 협업을 통해서는 빈티지 구찌 아이템, NFT 아트워크, 다양한 이벤트 등을 즐길 수 있는 ‘구찌 볼트 랜드(Gucci Vault Land)‘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게임과 가상현실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자유로운 창의력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며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패션 브랜드 또한 게임이라는 분야에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버버리는 Z세대가 좋아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마인크래프트와 협업을 통해 픽셀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와 더불어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버버리 테마로 이루어진 맵을 만들어 패션과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발렌시아가는 아예 2021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짜 게임을 하듯 미션을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컬렉션을 둘러보게 되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의 패션쇼와 새로운 신선함을 선사했다. 팬데믹 속에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동시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컬렉션은 발렌시아가만의 독특한 창의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미국 마케팅 업체 PMX 에이전시의 명품 시장 분석 자료에 의하면, 2025년에 글로벌 명품 시장의 45%가 MZ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게임을 하는 것에 익숙하며, 게임 플랫폼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해 소통을 하고 있는 이들 덕분에 게임은 젊은 층을 위한 또 다른 소셜미디어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패션계가 게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임은 명확해 보인다. 앞으로 더 많은 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박민정 객원 필자
자료 출처
lab42.com/blog/genz-gaming-whos-playing-what
gucci.com/kr/ko/st/capsule/vault-metaverse
gucci.com/kr/ko/st/gucci-games
gucci.com/us/en/st/stories/inspirations-and-codes/article/gucci-gaming-roblox
gucci.com/us/en/st/stories/article/gucci-town-on-roblox
register.sandbox.game/gucci-vault
gr.burberry.com/c/collaborations/minecraft-burberry-partnership/#the-adven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