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8

다채로운 키친 컬처를 큐레이션 하다, MMK ②

키친 브랜드 MMK 박기민 대표 인터뷰
요리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사람이 모이게 된다. 주방이란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모든 것.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고 좋은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는 MMK. 이처럼 섬세한 단계까지 기획한 이들이 과연 전하고 싶은 진정한 키친 컬처는 무엇일까?

키친 브랜드 MMK를 경험하는 공간, 뮤지엄 쇼룸

다채로운 키친 컬처를 큐레이션 하다, MMK ①

Interview with

MMK 박기민 대표

ⓒ 손미현 MH photography

공간 스튜디오 ‘라보토리’를 운영하면서 키친 브랜드 ‘MMK’를 론칭했어요. 어떻게 브랜드를 준비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느덧 공간 베이스의 스튜디오 라보토리를 운영한 지 12년이 되었습니다. 공간 디자인으로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힘이었죠. 가령 저희가 디자인한 레스토랑에서 음식도 맛있지만 공간도 훌륭하다는 피드백들이 큰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운이 좋게도 그동안 많은 경험을 하고 개인적인 커리어를 쌓으며 좋은 결과를 냈지만 문득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주변 사람한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란 고민이 있었어요. 라보토리에서 나아가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관계’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클라이언트의 의견이 투영된 공간 디자인이다 보니 주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를 잘 흡수하고 조율해서 만들어 내는 게 디자이너의 의무이자 역할입니다. 하지만 공간을 통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었어요. 같은 공간이라도 여기서 먹는 음식이 바뀌면 생각까지도 바뀐다고 하잖아요. MMK를 만든, 생각과 뜻이 많은 이들이 모여 우리가 꿈꾸는 신념을 프로덕트를 통해 브랜드를 전개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든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 손미현 MH photography

많은 공간 중에도 주방에 초점을 맞춘 점이 이색적이에요.

예전에 7평 정도 되는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부터 음식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넷플릭스 드라마 <셰프의 테이블>을 보게 되었는데 그들의 사상과 신념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공간 디자인은 여러 명이 모여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이 넘는 프로젝트를 하죠. 반면 요리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재료와 맛을 레이어드하며 셰프의 창의적인 행위를 선보입니다. 그 순간 여러 사람과 만족, 희열, 성취감까지도 함께 누릴 수 있어요.

 

계속 들여다보니 주방이라는 공간에 엄청난 힘이 있더라고요. 단순히 기능으로만 그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여러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요리라는 행위가 혼자 끝나는 게 아니라 나로 인해 누군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묘한 매력에 반했습니다. 그러면서 프리미엄 키친 디자인에 경험이 있는 이미진 키친 디렉터를 만났고 본격적으로 한국 주방에 대해 시장조사하기 시작했어요. 놀라웠던 점은 두 가지로 양극화된 모습이었죠. 하이엔드 키친과 가부장적인 제도 아래 남아 있는 일반적인 부엌이었어요.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주방이 여성의 공간이 아닌 남성도 요리를 즐기는 장소로 확대되고 있기에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 손미현 MH photography
ⓒ 손미현 MH photography

슬로건이 ‘우리는 키친 컬처를 만듭니다. We build kitchen culture.’ 이에요. 공간 디자인과 가구보다 문화를 앞세운 이유가 있을까요?

브랜드를 준비할 때 계속해서 ‘관계’에 집중하려 했어요. 주방을 통해서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브랜드 론칭에 큰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죠. 이우환 화백의 <여백의 예술>이라는 책에서 관계에 대해 설명한 챕터가 있어요. 그의 설치 미술 작품을 보면 바위 덩어리와 철판, 유리 등이 한 데 모여 있죠. 사물이지만 그들 만의 보이지 않는 은밀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어요. 1cm만 움직이더라도 그들의 긴장감은 무너진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관객이 개입하면서 죽어 있는 사물과 사람이 서로 조응하게 된다고 말하죠. 이런 사물들도 서로 간의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주는데 사람은 가까운 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주방에서 일어나는 행위’에서 진득한 관계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손미현 MH photography

‘나만의 맞춤 주방’을 만들 수 있는 것이 MMK의 강점인 듯해요.

사용자마다 본인의 원하는 니즈가 모두 다르죠. 계속해서 의논을 나누면서 ‘경험에 대한 설계’를 해야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MMK에서는 키친 디자이너들이 1:1로 컨설팅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가구들에 알맞게 원하는 공간을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키친 유닛을 설계해주는 것이죠. 주방 레이아웃부터 룩에 대해 제안을 하고 확정이 되면 발주부터 제작, 시공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집니다. 전문가와 함께 사용자가 비주얼 디렉팅까지 하는 셈이에요. 특히 제작이 들어가면 공장에서 목업(mockup)을 하고 저희가 직접 검수를 합니다.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해체하고 그대로 현장에 세팅하기에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하루만에 시공이 가능하죠. 이는 그동안 인테리어 경험을 통해 생긴 노하우 덕분인 듯해요. 2~3일 걸리는 시공일을 줄이고 쓸데없이 로스되는 금액을 아끼면서 리즈너블한 비용으로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객 경험에 있어서 좀 더 감도 있고 가심비를 높인 프로덕트로 브랜드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MMK의 목표입니다.

ⓒ 손미현 MH photography
ⓒ 손미현 MH photography

직접 매칭하면서 선택할 수 있게끔 컬러 칩을 만들었어요.

많은 사람이 넓은 공간에 컬러를 활용하기 두려워합니다. 미묘한 색감과 채도 차이에도 분위기가 확 바뀌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떻게 컬러를 활용하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없었기에 시도가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MMK는 브랜드 무드라고도 할 수 있는 컬러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자연에서 나온 컬러예요. 계절을 타지도 않죠.

무엇보다도 수많은 색으로 컬러 베리에이션을 하면서 네러티브로 잡았던 게 식탁에 놓이는 여러 식재료가 잘 어우러졌으면 했어요. 특히 공간에 사용하는 컬러이기에 오랫동안 보아도 질리지 않는 편안한 컬러를 유도했죠. 색감과 톤을 맞췄다 보니 컬러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조합하든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함께 놓인 가구의 컬러는 채도가 높아요.

퍼니처 라인의 경우 마치 뮤지엄의 수집품처럼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동식 가구가 대부분인데 이동이 간편할 뿐만 아니라 포인트로 어디에나 톡톡 튀는 감성을 발하는 매력이 있죠. 그렇기에 좀 더 쨍하고 채도가 높은 컬러를 선택했습니다.

ⓒ 손미현 MH photography
ⓒ MMK 인스타그램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주방뿐만 아니라 주거 공간 전체가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어요. 이러한 변화에 MMK가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미니멀리즘한 라이프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쌓아 두고 정리하는 수납이 인기였다면 지금은 잘 비워내는 일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중고 마켓도 활성화되다 보니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쟁여두지 않게 되죠.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식자재를 쌓아 둘 필요도 없으니 팬트리 공간의 니즈도 줄고 있어요. 그러면서 붙박이장보다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듯해요.

 

그 변화에 MMK는 ‘무빙 타입’을 제안합니다. 부피를 크게 차지하지 않으면서 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주방에 있어야 한다는 제약도 없어요. 저기서 식사도 하고 책을 볼 수도 있으며 친구들을 초대해 스탠딩 파티를 즐길 수도 있죠. 단순히 가구이기보다 스타일리시한 하나의 오브제처럼 탁 놓인 느낌이 들도록 했어요.  

ⓒ 손미현 MH photography
ⓒ 손미현 MH photography

앞으로 MMK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브랜드의 코어 밸류이기도 한 ‘키친 컬처’를 다양한 콘텐츠로 소개하려 합니다. 브랜드와 결이 맞고 뜻이 통하는 작가들과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을 계획하고 있어요. 또 9~10월에는 지하에 공간을 넓혀 커뮤니티 존을 확장하려고 해요. 쿠킹 클래스나 이벤트, 주말 마켓 등 여럿이 활동 에너지를 나누는 액티비티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소현 수석 기자

자료 제공  MMK

장소
MMK
주소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177
링크
홈페이지
김소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ENFP. 그저 잡지가 좋아 에디터가 되었고 글 쓰기가 좋아 몇 년 째 기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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