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맥파이를 더욱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3C, 장인정신(Craftmanship), 커뮤니티(Community), 문화(Culture)로 요약되는 이들의 가치관은 맥주의 맛부터 패키지 디자인, 마케팅 활동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스며 있다. 전통적인 양조법을 적용하되 로컬 재료와 낯선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독창적인 개성을 품은 창작자들과 협업하며, DJ와 함께 파티를 여는 일의 뿌리가 모두 같다는 것.
라벨과 패키지 디자인을 중심으로 맥파이의 10주년을 훑어보았다. 맥파이에서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는 주상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를 인터뷰했다. 그는 ‘우리’라는 단어를 눈에 띄게 자주 말했다. 우리가 믿는 것, 우리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맥파이 이야기.
Interview with 맥파이
주상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선으로 표현한 까치 로고, 동그란 느낌이 귀엽고 단정한 서체가 맥파이의 시그니처인 듯 보여요.
우선 ‘맥파이(Magpie)’ 라는 이름을 먼저 설명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맥파이는 ‘까치’라는 뜻이에요. 한국에서 까치는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새로 인식되죠. 좋은 걸 가져오는 까치처럼, 한국에 좋은 맥주 문화를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에요. 시그니처 까치 로고와 둥근 서체는 맥파이의 시작부터 함께했습니다. 일찍이 함께했던 디자이너 구트폼(Guteform)의 작업으로,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느낌이죠.
예전에는 그림 안쪽으로 ‘맥파이 브루잉 컴퍼니(Magpie Brewing Co.)’ 라는 영문을 표기했는데, 현재는 글자를 없애고 까치만 로고로 사용하고 있어요. 로고에 글자를 없애니 사람들이 맥파이를 좀 더 다양하게 바라보는 듯해요. 단순히 맥주를 만드는 브랜드라기보다는 여러 관점으로 봐주시는 거죠. 귀여운 심볼 느낌도 있고요. 다른 로고와 함께했을 때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이 로고 자체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겨서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맥주 맛이 가장 중요했겠지만, 기발한 콘셉트와 그것을 구현한 디자인,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맥파이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같아요. 네이밍-패키지–포스터를 잇는 과정은 어때요?
맥파이의 맥주는 연중 생산중인 코어 클래식, 계절에 따른 시즈널 맥주, 그리고 생일 맥주처럼 특별한 스페셜티 맥주로 나눠져요. 컬래버레이션을 포함한 프로젝트 맥주까지 모두 합치면 연간 수십 가지 새로운 레시피를 창조해내고 있어요. 이 모든 맥주가 개발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드리긴 어렵겠지만, 맥파이 맥주가 탄생하는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아요.
맥파이에게 맥주 디자인은 레시피, 네이밍, 비주얼화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창조 과정에서 꼭 지켜야 할 순서는 없어요. 매주 진행하는 팀 미팅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시장을 살핀 후 맥파이스러운 색깔과 이야기로 풀어나갈 때도 있죠. 가끔은 우리가 좋아하는 맥주나 디자인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이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비주얼을 만들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시각적인 이미지는 소비자의 호기심을 처음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맥파이는 맥주마다 퍼스널리티(Personality)를 부여하는데요.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디자인을 통해서도, 무엇보다 이 퍼스널리티를 잘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맥파이 소비자가 캔을 손에 쥐었을 때 디자인, 맥주 이름, 맥주 스토리가 연결되는 걸 느끼고 소소하게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맥주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이면서도 포스터와 패키지 디자인에 이토록 정성을 들이는 이유 혹은 철학은 뭘까요?
맥파이 팀은 맥주가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을 함께 보내고, 즐기고, 축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연결고리’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 이벤트, 매장, 제품 등 모든 것에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이 생각에 공감하고, 무엇보다 맥파이가 하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컬래버레이션이 눈에 띄어요. <디아블로 II: 레저렉션> 출시 기념 협업, 반스와의 협업은 큰 화제였죠. 타투이스트 아프로, 패션 브랜드 IISE 와 함께한 작업은 의미가 무척 깊었고요. 협업하는 이들의 분야를 한정 짓지 않는 느낌인데, 협업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컬래버레이션은 여러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맥파이는 단순히 두 브랜드의 로고를 새겨 넣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가 믿는 진정한 컬래버레이션은 두 브랜드가 서로의 제품에 대한 존중과 창조 정신을 공유할 때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맥파이는 맥주 산업을 뛰어넘어 3C(Craftsmanship, Community & Culture)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러한 콘셉트를 팬들과 공유할 새로운 방법을 계속 모색 중이에요.
맥파이 하면 굿즈를 빼놓을 수 없어요. 티셔츠와 토트백부터 포스터, 그라울러까지 종류도 다양하죠. 맥파이 굿즈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거예요?
타이다이 티셔츠를 위해 제작했던 화이트온화이트(흰색 티셔츠위에 흰색 프린팅) 기억에 남아요. 맥파이 팀원들은 타이다이를 하지 않은 티셔츠를 입곤 했는데요, 그게 계기가 되어 화이트온화이트, 그레이온그레이, 블랙온블랙의 모노톤 티셔츠를 코어 티셔츠로 출시하게 되었거든요.
맥파이가 함께한 10년 동안 국내 맥주 시장이 참 많이 달라졌어요. 다가올 시간을 맞는 마음을 들려주세요.
지난 10년간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은 굉장히 다채롭게 변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맥주 시장을 보아도 흥미로운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맥파이가 소개할 수 있는 것도 더욱 많아지겠죠. 빠른 변화 속에서 맥주와 함께하는 브랜드로서 성숙한 모습으로, ‘맥파이스러움’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맥파이 팀의 PICK!
맥파이 팀이 꼽은 맥파이, 이것만은 꼭!
1. 첫차 FIRST TRAIN
“맥파이에서 가장 오래된 시즈널 맥주 중 하나인 첫차. 그 인기에 힘입어 현재는 연중 생산하고 있습니다. 막차라는 발틱 포터 맥주에 프릳츠커피컴퍼니의 싱글오리진 원두를 넣어 첫차라는 제품이 탄생했어요. 막차-첫차의 연속적인 디자인과 재미있는 브랜딩으로 소비자에게 더욱 사랑받고 있습니다.”
2. 현무암 BLACK ROCK
“맥파이의 겨울 시즈널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로 AR 디자인을 도입한 첫 맥주예요.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강렬하고 묵직해요. 이 스타일로 만든 현무암에도 임팩트를 주고 싶었어요. ‘우주로 보내고 싶다’는 느낌으로 이야기했는데, 정말 우주의 공간으로 표현된 디자인이 완성됐죠. 또한 전 세계 패키징 디자인을 소개하는 플랫폼 ‘다이라인(DIELINE)’에 게재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해서 무척 기뻤습니다.”
3. 맥파이 코어 클래식 맥주
MAGPIE PALE ALE, PORTER, KÖLSCH, IPA
“맥파이의 기둥과도 같은 코어 클래식 4종(페일에일, 포터, 쾰쉬, 아이피에이) 디자인은 맥파이가 추구하는 디자인 톤앤매너를 잘 나타냅니다. 10주년을 맞은 올해는 디자인으로 재미있는 협업을 앞두고 있어요. 아직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올 한 해 동안 새로운 디자인으로 여러분을 만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4. <디아블로2: 레져렉션> 스페셜 맥주 시리즈
Magpie x Diablo II: Resurrected
“지난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한 스페셜 맥주 세트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등장하는 다섯 악마의 오리지널 아트워크를 보틀 디자인에 적용했는데요. 게임 내 등장하는 ‘호라드림의 함(horadric cube*)’에서 영감을 받은 스페셜 박스가 함께 구성되었어요. 국내외 게임과 맥주 팬으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은 세트입니다.”
* 게임 속 아이템 이름.
5. 맥파이 양조장 & 탭룸
BREWERY & TAPROOM
“수제 맥주 팬들의 성지이자, 맥파이 브랜드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라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장소입니다.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으로부터 장소를 소개받았어요. 원래 버려진 감귤 창고였는데요, 이곳을 우리가 추구하는 모던하고 자유로운 감성이 있는 양조장으로 개조했습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제주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해 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아요. 독특한 분위기와 내려쬐는 햇살이 있는 이곳은 맥파이 맥주가 가장 맛있어지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글 김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