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7

좁고 긴 대지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스키니 하우스’

좁은 대지 위에 지은 아늑하고 아름다운 스키니 하우스 4
좁고 길어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도시의 자투리 땅들이 있다. 주차장이나 기차 한 칸보다 조금 더 폭이 넓은 정도의 좁은 대지에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스키니 하우스’ 네 곳을 소개한다.

폭 2.8미터 런던 지하철 한 량 크기로 지은

   ‘슬롯 하우스(Slot House)

© Jim Stephenson 이미지 출처: Sandy Rendel Architects 인스타그램

런던 남부 페컴 지역에 있는 ‘슬롯 하우스’는 침실이 하나인 아담한 2층 주택이다. 대지의 폭은 2.8미터. 건물을 설계한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샌디 렌들 아키텍츠(Sandy Rendel Architects)는 집의 너비와 깊이가 런던 지하철 객차 한 량과 거의 같은 정도라고 소개한다. 자투리 땅에 가까운 이 부지는 ‘슬롯 하우스’가 지어지기 전까지 수년 동안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었다. 건축 스튜디오 측은 기능적이면서도 생활이 즐겁고 유쾌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점으로 이 집을 설계했다.

© Jim Stephenson 이미지 출처: Sandy Rendel Architects 인스타그램

지역 규정상 3층 높이까지 건축할 수 있지만, ‘슬롯 하우스’는 2층을 선택했다. 3층 이상 주택에 해당하는 까다로운 화재 규정을 피하고, 주어진 면적 안에서 더 나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인테리어는 건물의 뼈대로 사용한 조립식 철골을 노출시키는 디자인을 택했다. 1층 입구로 들어서면 주방이 있고, 가운데 위치한 계단을 지나가면 뒤편에 거실이 있다. 2층에는 침실과 서재가 있다. 폭이 좁은 ‘스키니 하우스’들의 최대 과제는 대부분 양옆의 벽면이 옆 건물과 맞닿아 창문이나 출입구를 낼 수 없다는 점이다. ‘슬롯 하우스’는 이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면과 후면의 통유리창을 내고 추가로 계단 위 채광 창을 만들어 빛을 최대한 집 안으로 들인다.

폭 4미터 세로로 7배 깊은 집

   ‘내로우 하우스(Narrow House)

이미지 출처: Only If 인스타그램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내로우 하우스’는 이름 그대로 매우 좁다. 하지만 협소주택은 아니다. 부지의 너비는 4미터이지만 깊이는 30미터다. 부지 앞과 뒤에 마당과 정원이 있고, 양옆으로는 부지를 꽉 채워 건물을 세웠다. 건물 안 공간의 너비는 3.4미터로, 지하실까지 총 4층 규모인 집의 면적은 모두 262제곱미터다. 건물의 가장 높은 부분의 높이는 지역의 건축물 규정에 따른 13미터다. 건축가 커플이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까지 모두 세 가족이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2015년 매입한 부지에 지은 건물이다.

이미지 출처: Only If 인스타그램

좁고 긴 땅에 집을 지을 때 맞닥뜨리는 문제는 외관의 한계보다는 효율적인 동선과 채광을 확보하는 것이다. ‘내로우 하우스’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단을 작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최대한 크게 늘려 집 가운데 배치하는 방법을 택했다. 계단 속 사각형의 여백은 길이에 비해 너비가 좁은 데서 오는 시각적인 답답함을 덜어낸다. 집은 계단 양쪽으로 반 층씩 엇갈리며 올라가는 스킵 플로어 구조로, 모든 공간이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덕에 깊이 20미터 가량의 긴 집의 양 끝에서 들어오는 소중한 자연광과 외부 공기를 최대한 순환시킨다.

이미지 출처: Only If 인스타그램

작은 현관 앞 공간을 지나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1층이다. 현관 앞은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다. 계단을 지나 뒤편으로 가면 1.5층 높이의 거실이 나타난다. 한쪽 벽 가득 설치된 책장은 거실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심 가구다. 1층 천장 높이를 넘기는 커다란 스윙 도어가 거실 공간을 마당까지 확장한다. 계단을 반 층 올라가면 침실이 있고, 다시 반층 올라가면 서재 겸 작업 공간이 있다. 계단은 맨 위 옥상까지 이어진다. 지하층에는 욕실, 세탁실, 기계실과 창고가 있다. 집을 설계한 뉴욕 기반 건축 스튜디오 ‘온리 이프(Only If)‘는 ‘내로우 하우스’가 도시에 있는 제한된 조건의 자투리 땅에서 건축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집이라고 소개한다.

폭 3.5 미터 주차장 자리에 지은

   ‘코치 하우스(The Coach House)

©Richard Chivers 이미지 출처: Selencky Parsons 인스타그램

영국 런던의 뉴크로스 지역에 있는 이 집의 현관 쪽 입면 폭은 3.5미터다. 한때 주차장으로 쓰였던 땅이었다는 이력에서 건물의 이름을 따 ‘코치 하우스’라고 부른다. 앞에서 보기에는 소박한 협소주택이지만, 건물 뒤쪽에는 큰 비밀의 정원이 숨어있다. 옆 건물의 뒤편으로 L자로 꺾어지는 부분에 적당한 크기의 거실과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정원은 주방에서도, 2층 침실에서도 조망할 수 있다.

©Richard Chivers 이미지 출처: Selencky Parsons 인스타그램

거실과 주방은 세 단의 계단으로 구분된다. 같은 1층에서도 높이를 달리하여 내부에서는 생활 공간을 구분하고, 외부에서는 시각적인 재미를 준다. 이런 단차는 건물 외관, 위층 발코니까지 적용되어 양옆 건물들과의 경계를 나눈다. ‘코치 하우스’를 디자인한 런던 기반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셀렝키 파슨스(Selencky Parsons)는 디자인 전문 매체 디진(Dezeen)에 “거리 전체에서 느껴지는 리듬을 건축적인 요소로 활용하여 거리에서 봤을 때 흥미로운 풍경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소개한다.

폭 2.8미터 삼각 지붕이 있는

   러브2하우스(Love2House)

건축가 호사카 다케시 교수가 직접 살기 위해 도쿄에 지은 이 단층집의 면적은 총 19제곱미터다. 부지의 폭은 2.8미터이며, 면적은 31제곱미터다. 집의 이름은 ‘러브2하우스’로, 이전에 10년 동안 살던 집을 ‘러브 하우스(Love House)’라고 이름 붙였던 데서 이어온 것이다. 건축가는 2015년 통근을 위해 도쿄로 이주하기로 결심한 후 맨션 대신 이 작은 대지를 매입했다.

이미지 출처: Takeshi Hosaka Architects 인스타그램

부지가 좁은 만큼 2층으로 지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들 커플은 2층 대신 높고 개성 있는 삼각형의 곡선 지붕을 선택했다. 건축가와 아내는 둘이 함께, 또 각자 하는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들을 떠올리고 그에 맞는 기능을 좁고 긴 집에 채워 넣었다. 집안 곳곳에서 두 사람이 식사, 독서, 목욕, 음악 감상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꼭대기의 채광창 두 개는 크기는 작지만 주위에 가리는 것 없이 햇빛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겨울에는 부드러운 햇살이, 여름에는 열대지방처럼 찬란한 햇살이 집안을 가득 채운다”라고 건축가는 말한다.

박수진 객원 필자

자료 제공 Only If, Sandy Rendel Architects, Takeshi Hosaka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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