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3

지속 가능한 색상? 천연 염색이 해법!

헬싱키 디자인 뮤지엄에서 만나는 텍스타일의 미래
그 어느 때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한 요즘, 천연 염색은 기존의 화학 염색의 훌륭한 대체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자연에서 얻은 요소들로 염색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를 대량 생산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언제나 있어왔고 생화학 물질로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지 핀란드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텍스타일 염색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망라한 전시, 지속 가능한 색상(Sustainable Color)이 헬싱키 디자인 박물관에서 열렸다.
© Bio Colour
Photo by PIRKKO KOTIRINTA © Helsingin Sanomat

 

박물관 지하를 들어서면 120개의 조각으로 만든 대형 러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00여 명의 염색가들이 원사를 염색하고 직접 만든 이 태피스트리는 2021년 바이오 컬러(Bio Color) 협회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작업은 함께 전시된 12개의 실의 ‘색채의 원’과도 맞닿아 있다. 각 12개의 실은 양파 껍질, 마타라 뿌리 등 다양한 종류의 식물에서 염료를 얻고 텍스타일을 염색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천연 염색의 긴 여정과 최신 연구를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Photo by PIRKKO KOTIRINTA © Helsingin Sanomat

 

색상은 생각보다 더욱 밀접하게 인류 역사에 많은 사건을 일으켜왔다. 그 좋은 예가 남색을 내는 유기 화합물인 인디고의 무역 역사다. 처음에는 예술가들이 사용하기 위해 소량으로 유럽으로 수입했지만 새로운 교역로가 늘어나면서 그 유입량이 많아지자 사회에 문제를 야기했다. 본토에서 인디고를 생산하던 농민들은 수입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인디고가 악마의 색이라는 루머를 입히고 국제 정치협회를 세우기도 했다.

그 시간 뒤에 오늘날에는 인디고 재배를 위한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 중서부 지역에 위치한 니발라(Nivala)에서 생산하는 자연 인디고 색상을 내는 대청 사업은 그 규모가 상당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곳에서 생산된 인디고 컬러로 염색한 마리메꼬 우니꼬(Unikko) 패턴의 컬러 셔츠를 전시하고 있다. 마리메꼬에서 최초로 시도한 천연 염색 디자인 제품이다.

 

© Marimekko

 

더욱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천연 염색의 시작의 기록은 조지아에서 왔다. 식물로 염색한 아마 섬유는 무려 30,000년 이상 된 것이다. 가장 오래된 면화는 페루에서 발견된 직물 조각이며 인디고로 염색된 직물은 최소 6,200년 이상 사람들의 문화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염색된 직물과 염료가 대륙을 넘나들기 시작한 것도 아주 오래전부터다. 중국과 인도의 비단은 늦어도 기원전 500년에서 서기 50년 사이, 철기 시대 때부터 유럽으로 흘러들어왔고 핀란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기 다른 색의 수입 직물들은 사회적 지위나 부를 나타내는 의복과 액세서리 혹은 가구에 사용되었다. 이처럼 색상은 인류 역사의 한 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화학 염색이 가능하기 전부터 지역을 망라하고 많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 taito.fi

 

천연 염색 기법은 직접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 많고 다루는 과정의 복잡함 덕분에 그 기술을 높이 살 수밖에 없다. 이에 응답하듯 핀란드에서는 2022년 올해의 수공예 기술로 천연 염색을 택했다. 천연 염색법은 국립 유물위원회(National Board of Antiquities)에서 관리하는 유산 위키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생화학 염료를 사용해 천연 염색을 연구하는 바이오 컬러(Bio Color) 프로젝트를 이끌고 동시에 이 전시회의 주최자 중 하나인 바르야길따(Värjärikilta) 협회가 천연 염색 전통을 유지하고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 Värjärikilta

 

잘 알려져 있듯 수많은 식물을 통해 천연 염색이 가능하다. 외에도 다양한 진딧물들과 소라 껍데기와 같은 동물성 재료에서도 염료를 얻을 수 있다. 버섯과 나무에 기생하는 곰팡이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염색에 사용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버섯을 통한 염색은 1970년대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이끼에서 얻을 수 있는 보라색은 14세기에 이미 알려진 지식이었지만 이끼를 키우고 채집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에 생산의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천연 염색은 수공예로 다뤄지는 기술이기도 하고 대량 생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의류 생산에 있어서 효율적이고 그 과정이 쉬운 화학염료가 쉽게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화학적 염색에 사용되는 합성염료들이 수질 오염에 극심한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수질 오염 전체의 20%가 섬유의 화학 처리와 염색에서 오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기에 오염의 정도를 줄이면서 아름다운 색상을 보존하기 위한 훌륭한 대체재로 천연 염색이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기반 염료를 사용하기 위한 솔루션은 광범위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핀란드에서 진행되는 바이오 컬러(Bio Colour)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핀란드 아카데미 전략 연구 위원회에서 투자하는 연구 프로젝트로 알토 대학교의 예술 대학교(Art school), VTT 기술 연구 센터와 같은 10개의 전문 연구 부서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Photo by VILJA PURSIAINEN © Bio Colour

 

이 연구의 장기적인 목표는 생화학 물질을 대규모로 활용하는 방법을 얻는 것이다. 기존의 천연 염색 방식은 최대한의 염료를 얻기 위해 식물을 재배해야 할 땅의 면적, 물이 필요하고 그리고 여기에 사용되는 에너지들을 더하면 더 이상 생태학적이기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기존과 다른 합성염료를 대체할 수 있는 생화학적 염료를 연구하는 것이다.

바이오 컬러가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해지는 데에 있어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 전시회는 평소 우리가 생각하기 어려웠던 옷의 색과 그 색상이 인류 역사와 환경에 미치는 의외의 광범위성을 알게 되고 바이오 염료가 갖는 고유의 매력과 환경에 미치는 좋은 영향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전시는 3월 27일까지 헬싱키 디자인 뮤지엄에서 계속된다.

 

 

손보영 기자

자료 제공 Design Museo, Helsingin Sanomat

장소
헬싱키 디자인 뮤지엄
일자
2022.01.21 - 2022.03.27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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