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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2-07-19

2022 로에베 공예상 최종 우승자, 정다혜 작가

최종 우승작 '성실의 시간(The Time of Sincerity)'

심사위원단은 정다혜 작가의 작품에 대해 로에베 공예상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을 건드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을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작가가 되살린 전통은 투명성과 감도, 섬세함을 구현해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옛 것 중 하나였다.

작가에게 말총 공예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작업 과정, 기법 그리고 한국 공예의 가치에 대해 물어봤다. 작가를 이루는 유연함과 대범함, 인간다움과 섬세함에 귀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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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우승작 <성실의 시간(The Time of Sincerity)>. 작품 제목처럼 정다혜 작가는 말총을 엮고 땋으며 선을 입체의 형태로 구현한다. 공예의 가치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성실함은 작가의 손을 거치며 더욱 빛을 발했다. 이유가 있었다. 작가가 엮어낸 것은 말총이라는 재료뿐만 얽힌 우리의 역사를 함께 응축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단은 정다혜 작가의 작품에 대해 로에베 공예상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을 건드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을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작가가 되살린 전통은 투명성과 감도, 섬세함을 구현해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옛 것 중 하나였다.

작가에게 말총 공예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작업 과정, 기법 그리고 한국 공예의 가치에 대해 물어봤다. 작가를 이루는 유연함과 대범함, 인간다움과 섬세함에 귀 기울여 보자.

Interview with 정다혜 작가

2022년 로에베 공예상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어요. 소감이 궁금해요.

말총공예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 시간들에 대한 재조명인 것 같아서 기뻐요. 공예라는 분야가 미술계에서 엄청 주목받는 분야는 아니잖아요. 공예 분야를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로에베에서 제공해 준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시상식 현장에도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분들이 많이 왔어요. 흥미롭다고 피드백도 많이 주셨고요.

정다혜, <말총 원형 모빌>, 2022,말총, 황동선, 아크릴 구슬, 350X340X60mm. ©정다혜작가

‘말총으로 작업을 해야겠다’라는 확신이 서게 된 시점은 언제인가요?

저희 학교에 전통문화 상품 개발실이라고 있어요. 제가 그곳의 연구원으로 있었어요. 상품 개발을 말총으로 해보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말총이라는 재료가 하늘하늘하고 어른어른한 게 아름답거든요. 그때 제가 모빌을 만들었거든요. 그렇게 상품 개발실 전시를 하면서 긍정적인 피드백이 왔어요. 그때부터 말총으로 작업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확신이 한 번에 서지는 않았어요. 운명이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계기와 사건들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확신이 서게 된 것 같아요. 말총공예를 할 수밖에 없게끔 상황이 계속 만들어진 거죠.

말총이라는 소재를 통해 섬세하면서도 다양한 무늬를 선보이고 있어요. 무늬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석사 논문을 쓰면서 유물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현재에 이르러서 사라진 문양들이 많이 있거든요. 문양의 형태와 역사를 연구하면서 말총이라는 재료가 무궁무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로에베 공예상에 공모한 작품의 띠 부분 무늬도 다르잖아요. 이 무늬는 제가 유물 조사 를 다니면서 접한 사방관이라는 모자에 있는 무늬입니다. 유물 조사를 하면서 접한 무늬를 제 작품에도 넣으면서 역사성을 담고 싶었어요.

정다혜, <말총-빗살무늬>, 2021, 말총, 290X290X380mm. ©정다혜작가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역사적 요소가 작품의 주된 테마인가요?

유물의 무늬를 작품에 반영했지만 전통과 현대를 꼭 연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에게 말총은 사실 마지막 동아줄이었습니다. 말총공예에 대한 시도가 긍정적이지 않을 경우, 조소도 섬유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작가라는 꿈은 어릴 때부터 간직하고 있었지만 실현되기가 정말 어려워요.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어요. 직장도 다녀보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대학원에 가고, 시도를 거듭하면서 저에게 시간을 줬어요. 딱 5년! 5년 안에 작가로서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깔끔하게 그만두고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각오로 임했어요. 정말 간절했어요.

 

그렇게 말총을 접하게 됐는데 말총공예가 이렇게까지 성행한 나라가 없더라고요. 우리와 같은 기법으로 성행한 나라가 없어요. 그런데 왜 없어졌을까 생각을 해보니까 단발령 때문에 한 번에 없어진 거더라고요. 그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단발령 때문에 망건도 쓸 필요가 없고, 갓도 안 쓰고, 중절모를 쓰고 다니게 된 거죠. 굉장히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가끔은 두렵기도 해요. 저는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 시도한 것은 아닌데 막중한 역할을 한 것처럼 과대평가될까 봐요. 제가 저를 이끌어 가기 위해 시작한 작업인데 막중한 임무가 주어지니까 요새는 걱정도 많이 되고요. 다음 단계를 어떻게 밟아야 할지 염려도 돼요.

정다혜, <말총-빗살무늬>, 2021, 말총, 290X290X380mm. ©정다혜작가 ​

그럼에도 과거의 유물과 문양을 작품에 전적으로 반영한 이유는.

다양한 사방관을 쓴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찍은 사진을 보게 됐어요. 갑신정변을 앞두고 찍은 사진이에요. 각각의 인물이 다양한 말총 모자를 쓰고 함께 항의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놀랍잖아요. 이 사진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서 눈물 날 것 같았어요. 말총으로 짰던 모자 유물이 상당히 많아요. 단발령 때문에 많은 것들이 없어졌는데, 사실 화도 나요. 도자기 같은 경우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어느 정도 유지돼 내려오고 있어요. 반면에 말총이라는 재료의 경우 잘 사용하지 않으니까 한 번에 사장돼 버린 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재생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 있었죠. 말총공예 자체가 재조명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요.

정다혜, <말총 토시>, 2020, 말총, 100X100X180mm. ©정다혜작가 ​

흥미로운 점은 말총 모자를 멀리서 보면 그냥 모자를 썼구나 싶어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짜임도 안 보이고 멀리서 봤을 때 크게 강렬하지 않아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무늬가 엄청 가지각색이에요. 보통 선조들은 흰옷을 많이 입었잖아요. 흰옷에 썼을 때 굉장히 어울려요. 유교 사상에 영향을 받아서 선비는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부유한 사람일수록 무늬가 화려해요. 무늬가 화려할수록 덕과 직급이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던 거죠.

말총공예를 공부하면서 조선시대의 미감을 상상하고, 추정하면서 지난 5년간 말총에 빠져 있었어요. 공부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찾으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과정이 매력적이었어요. 푹 빠져 있다 보니까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말총공예, 너무 흥미롭지 않나요?(웃음)

작품을 제작하기까지 유물 조사 과정도 중요하겠어요.

제가 어떤 작업을 하든 역사성은 같이 갈 거라고 보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변형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기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사용하는 기법은 700년에서 8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돼요. 고려에서 조선시대로 이행하면서 사대부들이 망건과 갓을 써야 하는데, 당시에 중국도 망건을 쓰긴 했거든요. 중국은 주로 실크로 된 것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실크는 굉장히 고가였어요. 상상해 보면 굉장히 재미있어요. 망건을 써야 하는데 “실크가 어디 있어! 그 비싼 거를 왜 맨날 쓰라는 거야. 빨지도 못하는데”라며 투덜대던 사람이 “말총으로 만들어보면 어때?”라며 시작하는 과정을 상상해 보세요. 말총으로 짰는데 오히려 실크보다 더 단단하고 가볍고, 통기성도 좋고 또 재료를 구하기도 용이하니까요. 말총이라는 재료가 소문이 나면서 선조들은 이제 기법을 고민했겠죠? “평안도에서는 말총을 이런 방식으로 짠다는데 우리도 해보자”라며 남부에서도 시도해 보고 따라 하는 과정을 상상하면 너무 흥미로운 거예요.

정다혜, <말총 오브제07>, 2021, 말총, 270X240X340mm. ©정다혜작가 ​

작품의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우선 말총을 골라내요. 가장 좋은 말총으로요. 말총도 사람의 머리카락과 같아요. 사람마다 머리카락의 컨디션이 다 다른 것처럼 말총도 다 달라요. 중간에 끊어진 것도 있고, 상한 것도 있어요. 좋지 않은 컨디션의 말총은 빼고 모근부터 뿌리까지 굵기가 동일한 것, 매끄러운 것을 골라요. 굵기도 중요합니다. 제가 설정한 굵기와 동일해야 해요. 그렇게 골라내다 보면, 말총 한 뭉치의 10분의 1 도 채 못 쓰는 것 같아요. 골라내고 난 뒤 나머지는 다 버려져요. 안타깝게도요. 버려지는 것들이 아까워서 써 보기도 했는데 입체가 됐을 때 형태가 안 나오더라고요. 말총을 다 골라냈다면, 제가 원하는 형태의 나무 틀을 만들고요. 그 틀 위에서 짜기 시작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가는 거거든요. 여기 짰다가, 저기 짰다가 해서는 안 되고 쭉 이어서 아래까지 마무리해야 해요. 다 짜고 열처리를 하는데 삶아도 되고 쪄도 돼요. 파마하듯이 스팀 한 번 주고 그다음에 건조하고 꺼내면 완성입니다.

정다혜, <말총 장식>, 2020, 말총, 끈, 90X700X90mm. ©정다혜작가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것들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게 됐어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요.

손으로 창작하면서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공예를 아름답게 하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제가 공예 분야로 와서 좋았던 점은 정직함이었어요. 컵 하나를 보더라도 만들기까지의 노력이 얼마나, 어떻게 들어갔는지 상상할 수 있고 그 기술에 감탄할 수 있거든요. 사실 공예는 조선시대에도 감상용으로 쓰였어요. 신라시대 때 실크로드로 넘어온 유리잔을 과연 선조들이 매일 사용했을까요? 꼭 그렇지 않거든요.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서 사치품으로도 쓰면서, 또 예술이라고 일컬어졌을 수 있어요. 제가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공예의 쓰임에 대한 거예요. ‘쓰임이 없는데 공예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자주 하시는 데, 우리가 우리 내부에 갇혀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상 외부에서는 쓰임이 있든 없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고정관념이 공예 시장을 작게 만들거나, 우리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요.

정다혜 작가 작업 과정 ©정다혜작가 ​

‘손’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람은 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창조 본능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창조 본능이 있기 때문에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것을 보면서 감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발전하다 보면 우리는 가끔 쉽게 잊기도 해요. 수고로움의 가치에 대해서요. 점점 간편해지는 세상 속에서 인간다움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공예의 가능성을 저는 믿어요. 이 시대에 손으로 일일이 다 작업하고, 사포질까지 직접 하는 과정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손으로 만드는 게 쉬우면서 어렵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공예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생활에 쓰이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봐요. 공예품으로 만든 다수의 작업이 플라스틱보다 잘 깨져서 특히 아기 있는 집에서 쓰기 정말 어렵고요. 그럼에도 우리가 공예품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이유는 시간이나 아름다움 같이 기계로 대량화해서 만들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일종의 향수가 묻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다혜, <말총 육각 목걸이>, 2019, 말총, 끈, 150X200X50mm. ©정다혜작가
정다혜, <말총 원형 목걸이>, 2020, 말총, 끈, 150X200X30mm. ©정다혜작가

작가님이 보기에 한국 공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섬세함, 디테일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유연함 같아요. 말총공예 작품은 굉장히 생소해 보이지만 조선시대였다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만한 작업이거든요. 말총으로 달 항아리도 충분히 나왔을 것 같고요. 말총 소재는 남성 모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면 말총으로 만든 여성의 모자도 있고, 토시도 있고, 노리개도 있어요. 유물 조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고정관념은 현재의 우리에게 더 많이 있다는 점이에요. 과거에는 말총 모자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거든요. 그런 유연함과 대범함이 공예에 묻어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는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측정하며 작업에 임한다기보다는 감에서 감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사례가 많아요. 그런데 이러한 점 때문에 유연한 사고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더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거고요. 구전이 문제없이 전해질 수 있다면 탄탄할 거예요. 하지만 단발령의 사례처럼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한 번에 대가 끊긴 역사의 경우 기록해 놓은 게 없어서 단 번에 사라져 버려요. 장단점이 있겠죠. 집요하게 기록하고, 정해진 틀로만 간다면 딱딱해지기 때문에 유연함에서 오는 가치가 있지 않나 싶어요. 현재에 와서는 과거의 기술이 많이 사라져 버렸지만 우리가 높은 수준으로 향유할 수 있는 이유 역시 유연함과 대범함이라는 기질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정다혜, <말총 오브제06>, 2022, 말총, 220X200X210mm. ©정다혜작가

앞으로의 작업 계획은.

제가 말총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자연 섬유인데 입체가 되는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소재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소재가 많지 않거든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구성을 가지면서도, 입체가 된다는 게 생각해 보면 삼배도 모시도 어렵죠. 그래서 말총을 찾아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고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게 굉장한 위로가 됐고요. 다른 매체를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말총으로 연구하고 싶은 게 더 많기 때문이에요. 말총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생각이에요. 말총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도 궁금해요. 지금 출품한 작품의 크기를 만드는 것까지 가능했는데, 아주 큰 형태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제 작품은 그릇의 형태로 위가 뚫려 있잖아요. 막혀 있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요.

하도경 에디터

자료제공 정다혜 작가, 로에베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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