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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형태와 존재에 집중하는 극사실주의 조각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론 뮤익 단독 전시 개최
파리에 위치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호주 출신 극사실주의 작가 론 뮤익(Ron Mueck)의 단독 전시가 열렸다. 론 뮤익의 기념비적인 작품 〈Mass〉(2017년)는 호주 외 지역 최초 전시다.
Exhibition. Ron Mueck.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 Marc Domage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에 거주해 온 론 뮤익은 영화와 방송용 마네킹, 인형 등을 만들며 경력을 쌓아 왔다. 작가가 예술가로서 이름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66년, 아티스트 파울라 레고(Paula Rego)가 의뢰한 피노키오 조각을 제작하면서부터다. 보편성을 기반으로 한 작품 세계를 발전시켜 온 론 뮤익은 현대 조형 작품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하는 길을 걷는다.

Ron Mueck’s studio, Ventnor, Wight Island, United-Kingdom, 2023 © Gautier Deblonde
Ron Mueck’s studio, Ventnor, Wight Island, United-Kingdom, 2023 © Gautier Deblonde

그의 작품은 현재 캐나다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Canada),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영국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 미국 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등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전시되고 있다. 25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총 48점의 작품만을 선보인 론 뮤익은 작품 속 캐릭터들을 제작하는데 수개월, 때로는 수년의 시간을 투자하는데, 놀라운 크기로 조각하여 신비로우면서도 설득력 있는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함이 그 이유다.

Ron Mueck 전시 전경 〈Untitled(Three Dogs)〉 2023 © Marc Domage

바로 여기, 론 뮤익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 2005년 프랑스 기관 최초로 론 뮤익 단독 전시를 개최하며 2013년에도 작가와 함께해 온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오늘날 그의 작품을 소장한 유일한 프랑스 기관으로, 지난 6월 8일 재단과 작가가 함께하는 세 번째 전시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오픈 기간에 맞춰 특별히 제작한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위협적이고 거대한 개들을 한 무리의 작품으로 표현한 이 신작은 2013년 진행했던 단독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구상한 작품이라고.

Ron Mueck, Mass (2017) Mixed media, Variable dimensions,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Melbourne, Felton Bequest, 2018 © Tom Ross
Ron Mueck 전시 전경 전면 〈Dead Weight〉 2021 후면 〈Mass〉 2017 © Marc Domage

새로운 창작 과정의 탐색

 

론 뮤익의 야심을 담은 기념비적 설치 작품〈Mass〉는 전시의 핵심 작품으로, 론 뮤익 경력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2017년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의 의뢰로 제작된 〈Mass〉는 제목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엿볼 수 있다. 무질서한 더미에서 공식적인 종교의식(천주교 미사)까지, 다양한 의미를 지닌 단어 ‘Mass’가 바로 관람객과 작품 간 개인적 소통의 출발점이 되는 것.

 

두개골의 도상학은 그 자체로 모호하다. 두개골은 예술사에서 덧없는 인간의 삶과 관련이 있는 반면, 대중문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기 때문. 론 뮤익은 100개의 거대한 인간 두개골을 높게 쌓아 하나의 강렬한 집합체인〈Mass〉를 제작했다. 전시 장소에 따라 매번 재구성하는 이 설치 작품은 물리적, 심리적 경험을 선사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Ron Mueck 전시 전경 〈Man in a Boat〉 2002 © Marc Domage
Ron Mueck 전시 전경 〈A Girl〉 2006 © Marc Domage

2000년대에 선보인 상징적인 세 작품

 

남자 아기의 작은 조각상, 〈Baby〉(2000년)는 출생 직후 발을 잡아 들어 올린 아기를 보여주는 의학 교과서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사후를 표현한 〈Mass〉와는 달리 대조되는 삶의 첫 순간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관람객들에게 보다 강렬하고 깊이 있는 인상을 준다.

 

〈Man in a Boat〉(2002년)는 특히 묘한 작품이다. 한 남자가 팔로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감싼 채, 클링커 보트의 뱃머리에 앉아 의문과 탐색의 시선으로 목을 앞으로 내밀고 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내면의 상태로 물러나거나 빠져드는 것만 같다.

 

피와 탯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기의 몸에서 출산의 경험이 드러나는 〈A Girl〉(2006년)을 통해 관람객들은 갓 태어난 거대한 아기를 마주하고, 아기가 태어난 새로운 세계에서 처음 보게 되는 오브제가 된다. 놀라울 정도로 거대하게 표현된 이 작품은 우리 모두의 삶에서 출생의 기적과 시련이라는 순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Ron Mueck’s studio, Ventnor, Wight Island, United-Kingdom, 2023 © Gautier Deblonde

앞서 소개한 작품을 통해 바라본 론 뮤익은 매우 신비롭기도, 진실되기도하며 현실에 꿈같은 느낌을 불어넣어 존재 자체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탐구하게 한다. 항상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하는 론 뮤익의 전시를 마주하고 작품이 주는 본질의 울림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까르띠에

프로젝트
<론 뮤익(Ron Mueck) 단독 전시>
장소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주소
261 Bd Raspail, 75014 Paris, 프랑스
일자
2023.06.08 - 20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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