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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1

황홀한 미디어아트 미식 경험

국내 최초 몰입형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카니랩
바다 위 붉게 물든 석양. 황홀한 풍경에 빠져 잠시 감상하다 보니 곧 동트는 새벽의 바다로, 오로라가 빛나는 밤바다로 서서히 변한다. 날씨에 따라 차례로 서빙되는 최고급 크랩 요리가 시각과 후각 미각을 일깨운다. 국내 최초 몰입형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카니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디어아트+미식’ 경험의 세계다.
새벽(Day Break)과 어울리는 스타터 메뉴. 킹크랩, 골드키위, 천혜향 등을 조합한 '크랩 야키토리'와 부드러운 차완무시, 크랩 집게. 사진 제공: 카니랩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최근 도산대로에 론칭한 ‘카니랩(Kani Lab)’은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그룹 사일로랩(Silo Lab)의 작품과 수준 높은 ‘게(Crab)’ 요리를 선보이는 새로운 몰입형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미식과 예술의 향연은 코스마다 신선했다. 모든 디쉬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콘셉트로 플레이팅되며 여기에 와인 4종과 사케 1종의 페어링으로 풍미를 극대화했다. 또 이색적인 재료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디저트까지 완벽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대형 프로젝션이 인상적인 카니랩의 내부 공간. 사진: 헤이팝

입체적으로 라운딩 설치한 스크린, 크리스털 천장, 스크린 연못에서 펼쳐지는 작품 <바다 위의 날씨>는 삶의 여정을 담고 있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새벽부터 은하수가 펼쳐지는 밤까지 초월적인 여정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는 사일로랩과 카니랩이 공동 제작한 것으로, 제작 기간만 약 5개월 정도 소요되었다. 공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카니랩의 창립자 팀 라우(Tim Lau)와 사일로랩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자. 

오로라가 펼쳐지는 밤하늘을 형상화한 '은하수(Milky way)' 사진 제공: 카니랩

Interview with 

카니랩 창립자, 팀 라우(Tim Lau) 홍콩 외식 경영 전문가

저는 개인적으로 다이닝에서 맛뿐만 아니라 맛 뒤에 숨겨진 스토리도 좋아합니다. 셰프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인 것이죠. 다이닝을 통해 그 음식이 뿌리내리고  있는 나라와 사람 또는 음식에 들어간 재료의 이야기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카니랩 손님들에게 음식뿐만 아니라 퍼포먼스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까지 공유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카니랩 내부 전경. 입구에 게들이 가득 든 수조가 인상적이다. 사진 제공: 카니랩
킹크랩, 우니, 와사비, 유자, 세모가사리피클, 식초젤리 등을 얹은 '킹크랩 사시미'. 일출이 뜰 때 서빙된다. 사진 제공: 카니랩

국내 최초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레스토랑을 만들었는데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었는지, 창립자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는 홍콩에서 10년 넘게 외식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신선한 게 요리에 대해 연구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게를 좋아하는데요. 싱가포르, 홍콩, 일본과 같은 많은 나라에 고급 게 전문 식당이 있는데 한국에도 특별한 방식이나 형태로 요리된 게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작년 4월, 한 달 동안 한국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자유롭게 제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한국은 미디어 아트에 있어 매우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니랩’이라는 몰입형 다이닝 레스토랑을 만들기 위해 컨셉 개발, 레스토랑 건설, 메뉴 개발, 직원 교육까지 약 1년이 걸렸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만큼 한국 고객들이 우리 미디어아트 레스토랑을 좋아해 주길 바랍니다.

사일로랩과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5개월 동안 어떤 작업 과정이 있었나요? 

음, 사일로랩과 연락이 닿기 전 그들의 뮤지엄을 방문했는데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저는 그들이 표현하는 예술을 사랑합니다. 사일로랩의 아트는 빛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저는 카니랩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봤고, 사일로랩도 저를 믿어줬죠. 덕분에 카니랩은 ‘바다 위의 날씨’라는 테마의 미디어아트를 선보일 수 있게 된거죠. 이 작품은 여행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날씨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공간 곳곳 바다의 물결을 연출했다.'여정'이라는 테마를 공간 전체에 적용한 셈. 사진 제공: 카니랩

미디어아트도 신기하지만, 이 경험을 위해 디자인된 레스토랑의 공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미디어아트 퍼포먼스는 스크린 프로젝션, 레이저, 크리스탈 천장, 스크린 앞의 연못, 벽을 흔드는 빛과 음향설계 전문사 ‘삼아CDS’가 맞춤 제작한 음향 효과와 음악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어떤 테이블 좌석에 앉더라도 최고의 뷰를 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향과 각도에 앉을 수 있는  기하학적 바 테이블을 고안해 냈죠. 2층은 곧 오픈할 예정이며, 고객들이 기존 1층과는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빛 효과만으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여정’이라는 테마는 공간 곳곳에서 이어집니다. 화장실에 예술품 2점과 크루즈 조명창을 설치해 바다의 물결을 보여주며 통일감을 주었지요. 

 

미식과 미디어아트가 함께 진행되다 보니,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카니랩 미식 여행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코스가 진행됨에 따라 더 많은 상호 작용과 놀라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저희는 미식 여정의 모든 부분을 보다 알차고 완성도 있게 만드는 데 시간을 쏟았습니다. 소품부터 메뉴 디자인, 커틀러리 디자인, 퍼포먼스, 심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의 드레스 코드와 액세서리까지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공간의 몰입감을 위해 넓게 펼쳐진 스크린을 곡선으로 배치했으며 이에 따라 웨이브 형태의 수조를 설치해 물결에 반사되는 장면을 연출했다. 사진 제공: 카니랩

Interview with 

미디어아트 그룹, 사일로랩(SILO Lab) (대표 박근호, 이영호)

배를 타고 바다 위를 나아가는 항해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마치 삶의 모습과도 닮아있지요. 여정이 시작될 때 두근거림부터 역경에 직면하는 순간을 지나 아름다운 은하수를 마주하는 항해의 기록은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순간들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식사 시간 이상 깊은 공감과 여운이 남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의 단계에 따라 공간의 인상은 바뀌지만 테이블마다 설치된 핀조명이 있어 식사에 집중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카니랩
천장에는 크리스털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제공: 카니랩

미디어아트와 미식을 결합한다는 시도가 신선했습니다. 

평소 전시 공간 외에 다양한 공간에 미디어아트를 적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관람자가 사일로랩의 작품을 통해 얻게되는 감각적 경험이 시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청각, 후각 등 공감각적인 경험까지 확장하는 것을 항상 목표로 해요. 때문에 이번 카니랩과의 협업은 평소 연결하기 어려운 미각 경험까지 충족시키는 공간으로서 저희의 감각적 세계관 확장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식음을 하는 공간이라는 특성상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었다면? 

본질적으로 레스토랑 공간이기 때문에 작품이 식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작품을 관람하는 시간과 식사를 하는 시간을 구분하여 연출했습니다. 관람 시간엔 레이저, 포그, 스크린, 사운드 등 다양한 장비들을 활용해 연출의 표현을 극대화한 반면, 식사를 위한 시간엔 스크린과 사운드의 무드 연출을 통해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이끌어 가도록 신경 썼습니다.  

미디어아트, 공간 연출, 음향, 식음 서비스와 퍼포먼스까지 모든 것들이 공감각적 경험을 이끌어낸다. 영상: 헤이팝 

미디어아트가 펼쳐지는 공간 연출의 특징을 소개해 주신다면?

공간의 몰입감을 위해 넓게 펼쳐진 스크린을 곡선으로 배치했으며 이에 따라 웨이브 형태의 수조를 설치해 물결에 반사되는 장면을 연출했어요. 또한 파도치는 물결의 유기적인 형태를 곳곳에 담아내고자 했고, 레이저가 분광되는 크리스털의 배치 또한 물결의 형태에 맞춰서 끝 라인을 디자인했습니다.

카니랩은 소규모 인원의 사전 예약 디너 코스를 운영하며, 모든 메뉴는 홍콩을 베이스로하는 F&B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미디어아트는 9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교체할 예정이다. 몰입형 레스토랑에서 초월적인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면 카니랩을 기억하자. 

창립자 팀 라우(Tim Lau) 

운영 이재혁 (카니랩 대표) 

총괄 셰프 탐 치밍(Tam Chi Ming)

미디어아트 사일로랩(SILO Lab, 대표 박근호, 이영호)

음향 삼아 CDS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취재 협조 카니랩

장소
카니 랩(Kani Lab)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220 지하1층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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