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2

MZ 세대 미술가의 산실

청담동의 송은 아트스페이스.
서울 청담동의 숨겨진 명소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젊은 작가 4인의 전시 <아티스트 테이크 오버 Artist Take-Over>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특히 이 전시는 팬데믹을 맞아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MZ 세대 작가를 위해 송은문화재단에서 공모를 통한 전시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그간 송은문화재단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12명을 선정해 4명씩 전시를 갖고 있으며, 이번이 세 번째이다. 이 마지막 전시는 오는 7월 3일까지 만날 수 있다.
오연진, 전시 전경,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오연진, Over All #1, chromogenic print mounted on panel, 137.5x112cm,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오연진

2층에서는 오연진 작가의 <기억의 조차 The Tides of Memory>를 만날 수 있다. 들어가자마자 맞은편에 보이는 작은 드로잉들의 집합체 ‘솔리티어 SOLITAIRE’가 이번 전시의 시작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드로잉은 마치 사진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며, 오른쪽 벽에 걸린 대형 유화들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사진 프로세스를 창작에 도입해 매체를 탐구한다. 하나의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건너가는 과정은 영상 작품의 원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내가 혼자 본 것, 나 혼자만 기억하는 것들이야말로 이미지가 됩니다. 경계 없음을 규명하려다 도리어 차이를 확인하며, 그 차이가 어떤 문장에서 비롯되었든 주관적 개입으로 경계를 나눕니다. 그것은 언제나 나 혼자 기억하는 것, 찰나의 인상들, 각주를 덧붙인 일기장 같은 것입니다.”

 

신정균, Space Opera, 싱글채널 비디오, 6분 20초,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신정균, Space Opera, 싱글채널 비디오, 6분 20초,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신경균

3층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신경균 작가의 <리프트 앤 드리프트Lift and Drift>는 3개의 영상 작품이 중심을 이룬다. 대형 영상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는 얼핏 보면 마치 스파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한 사람이 서커스에서 사용하는 줄에 매달려 있는데, 이곳은 하반기에 선보일 송은아트스페이스의 신사옥에서 은밀하게 촬영되었다.

작가는 그간 일상 속의 불안을 연출된 상황 속에 담아왔는데, 이번에도 건축 현장에서 촬영해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을 표출하고 있다. 뒤편에는 퍼포머의 몸에 부착한 카메라가 동시 촬영한 영상을 설치해 공간 탐색을 감각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끊임없이 회전하는 화면 속에서 퍼포머는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동작으로 허공의 심도를 측정합니다. 그에게 이 줄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달리는 수단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중에서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게 하는 도구입니다.”

 

신경균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그룹전 <젊은 모색>에서도 만날 수 있다니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젊은 모색> 출품작은 리서치 기반의 영상 작품이라는 것이 이번 전시와의 차이점으로 보인다.

 

정지현, 전시 전경,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정지현, Reconstruct 101_7811, 201_5120, Pigment Print, 215x160cm, 2020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정지현

3층의 나머지 전시장 절반에서는 정지현 작가의 <리컨스트럭트 Reconstruct>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그간 건축물의 생성과 소멸로 변하는 도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삼일빌딩 리모델링과 송은아트스페이스 신사옥 건설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또 다른 도시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삼일빌딩 사진 작품은 리모델링 현장에 새로운 자재를 설치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촬영한 사진과, 이 자재가 실제로 벽이나 바닥으로 완성된 공간을 촬영한 것으로 나뉜다. 액자가 없는 일부 사진들은 삼일빌딩이 근대건축의 유산이라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작가의 선택이다. 송은 신사옥은 스위스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 & 드 뫼롱의 작품으로 모두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3층에서 전시하는 신경균, 정지현 작가의 작품에서 일부를 미리 볼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다.

 

이은우, Me, 혼합매체, 가변크기,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이은우, 전시 전경,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이은우

마지막으로 4층을 독차지한 전시는 이은우 작가의 <쌍 Pairs>이다. 이은우 작가는 제16회 송은미술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일상의 사물의 관행과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짜와 진짜, 장식과 실용과 같은 사물의 대립적인 질서를 삭제했을 때 어떻게 관계가 재정립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나무 선반으로 보이지만 나무 무늬 장판으로 만든 작품 ‘고약한 짓’, 벽돌 패턴의 합판 구조물에 석고 블록을 끼워 넣은 ‘동네 리얼리즘’과 같은 신선한 설치 작품이 재미있다.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2, 3, 4층의 전시장뿐 아니라, 1층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서 즐거운 나들이가 가능하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도슨트의 설명을 언제든지 요청할 수 있으니, 현대미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이소영

자료 협조 송은 아트스페이스

장소
송은 아트스페이스(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5길 6)
일자
2021.06.02 - 2021.07.03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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