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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6

설렘으로 가득한 연남동의 편집숍

친구는 모르는 브랜드를 알고 싶다면, 뱅크 홀리데이
연남동의 조용한 골목길. 색색의 포스터와 빈티지 티셔츠,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한 숍을 발견했다. 다양한 아이템을 보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곳, 뱅크 홀리데이다.
연남동 편집숍 뱅크 홀리데이의 전경 | 제공: 뱅크 홀리데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분 없이 편집숍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금, 편집숍의 매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얼마나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느냐다. 이 관점을 결정짓는 요소는 숍 오너(owner)의 취향과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브랜드와 아이템이다.

 

연남동 주택가 깊숙이 위치한 뱅크 홀리데이는 두 가지 모두 해당된다. 어렸을 때부터 패션 산업에 뛰어들어 세계 여러 브랜드와 디자이너, 아티스트를 만났던 오너가 취향을 바탕으로 선택한 아이템은 국내에서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생소한 브랜드의 제품이다.

제공: 뱅크 홀리데이

뱅크 홀리데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프랑스 파리 소재의 아트 프린트 스튜디오 ‘서전트 페이퍼(Sergeant paper)’의 포스터다. 서전트 페이퍼는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의 그림을 아트 프린트로 제작하여 판매한다. 국내에서 잘 만날 수 없는 아티스트가 그린 다채로운 아트 프린트는 집과 사무실 한편에 걸어 두고 싶은 마음을 일으킨다.

 

아트 프린트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색감과 프린트를 가진 티셔츠, 독특한 액세서리와 소품 등 이 다양한 아이템을 하나로 아우르는 건 뱅크 홀리데이의 오너 박성훈 대표의 경험과 취향이다. 작지만 다채로운 숍을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Interview with 박성훈 대표

– 뱅크 홀리데이는 그동안 온라인 숍과 팝업을 통해 서전트 페이퍼의 아트 프린트를 소개해 왔어요. 그런데도 올해 단독 오프라인 숍을 오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많은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면서 언젠가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전용 공간이 생기면 제가 좋아하는 음악도 틀고, 제가 원하는 브랜드와 제품도 판매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있었어요. 덕분에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을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 행동에 옮기게 되었어요.

 

– 오래전부터 뱅크 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던 거네요.

 

뱅크 홀리데이는 오랫동안 제 머릿속에 있던 작은 아이디어를 조금씩 실현하고 있는 곳이에요. 17년 동안 패션 산업에 종사하면서 만난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세계 곳곳에 숨어있던 보석과도 같던 상점들을 저만의 감성으로 재창조하고, 그를 보여줄 수 있는 매장을 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어려웠어요. 속도가 빠른 패션계에 있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고, 치솟는 물가가 방해할 때도 있었고요. 어느 순간,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 일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정말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진행하던 일들을 정리하고 온전히 나만의 매장에 집중했어요.

제공: 뱅크 홀리데이

– 살짝 둘러만 봐도 정말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으로 가득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어떤 브랜드가 입점되어 있나요?

 

프랑스 파리의 아트 프린트 스튜디오 ‘서전트 페이퍼’의 한정판 아트 프린트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두 디자이너의 실버 액세서리 브랜드 ‘오르네(Bijoux Orner)’를 중점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신진 디자이너 & 아티스트의 작품과 제품들, 아트 & 디자인 오브제를 조금씩 소개하고 있어요. 또, 제가 십수 년 동안 수집한 빈티지 티셔츠도 판매해요.

 

– 와인잔이 많이 보이는데 이건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가요?

 

와인잔은 어머니께서 수집한 빈티지 제품이에요. 본가에 갔다가 창고에 묻혀 두고 있는 걸 발견해서 빛을 보여주자는 명목으로 가지고 왔어요. 전부 미국산으로 30년 이상 된 제품들이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감성이 느껴지죠. 처음에는 그동안 어머니께서 닦고 관리하던 정성이 생각나서 선뜻 판매하기 어려웠고 가격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이었어요. 지금은 와인잔의 종류, 크기에 상관없이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 가격은 첫 손님이 매겨준 가격이에요.

제공: 뱅크 홀리데이

– 국내에 소개 안 된 작가와 브랜드를 큐레이션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오랫동안 패션 산업에 종사하면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많이 만났어요. 그중에는 유명 패션하우스에 속해 수석 디자이너를 보좌하는 디자이너도 있었고, 자신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도 있었죠.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편집숍의 디렉터와 클럽의 DJ도 만났고요. 실력은 높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디자이너도 있었죠. 그들을 만나면서 문득 이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널리 알려질 기회가 없었던 작가들에게 지금까지 아무도 주지 않았던 기회를 제가 주고 싶었어요.

제공: 뱅크 홀리데이

서울의 많은 동네 중 연남동에 자리를 잡았어요.

 

강남, 성수, 한남 등 주변에서 추천해 준 여러 동네가 있었지만, 왠지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다양한 갤러리와 화려한 부티크가 모여 있고 늘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동네이지만, 유행에 민감한 곳이다 보니 스타일이 비슷해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반면에 연남동은 옆 동네인 홍대의 영향을 받아서 뭔가 미묘하게 다른 그 동네만의 분위기가 있어요. 또, 젊은 세대가 모여서 만드는 문화가 재미있고 신선해 보였고요.

 

– 서전트 페이퍼의 그림과 동네 분위기가 잘 어울려요.

 

예술과 문화를 선도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과 비 엘리트주의 예술을 추구하는 서전트 페이퍼의 컨셉이야말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부터 젊은 세대가 모이는 지역에 매장을 열기로 결심했었어요. 뱅크 홀리데이가 어렵지 않게 기분을 전환시켜 줄 그림 한 점을 사는 곳이 되기를 바라요. 일부러 개발 안 된 깊은 주택가에 자리를 잡은 이유이기도 해요. 뜬금없이 보일 수 있지만,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가게가 되고 싶어요.

 

– 주로 어떤 손님들이 와서 그림과 포스터를 사가나요?

 

예상과 달리 해외 관광객이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았어요. 한국 고객과 외국 고객의 반응이 아주 달라요. 외국 고객은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찾은 것처럼 즐거워하며 그림과 제품을 구경해요. 반면에 한국 고객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그림을 봐요. 그리고 대다수가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죠. 당연히 찍어도 되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준다면 더더욱 감사하고요.

제공: 뱅크 홀리데이

– 가게 내부를 꾸밀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각 브랜드의 색깔이 조금이라도 보이길 바랐어요. 그래서 각 브랜드의 집기를 본사에서 공수했어요. 서전트 페이퍼는 프랑스 파리의 본사 갤러리와 최대한 비슷하게 연출하기 위해 대부분의 집기를 본사에서 제공받았고요. 오르네 역시 프랑스 파리 아틀리에를 그대로 담기 위해 모든 집기를 파리에서 가져왔어요. 그리고 이렇게 각자 다른 브랜드의 분위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신경 썼고요. 공간적 제약 때문에 원했던 바를 모두 풀어낼 수 없었지만, 최대한 브랜드 본연의 느낌을 살리고자 했어요.

 

– 뱅크 홀리데이만의 특징을 하나로 줄여서 표현한다면?

 

‘누구보다 빠르게’요. 그리고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와 제품은 큐레이션 하지 않으려고 해요. 뱅크 홀리데이는 백화점, 하이엔드 편집숍, 패스트 패션 매장 등 다른 곳이 침범할 수 없는, 저만의 색이 담긴 영역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오너의 취향이야말로 뱅크 홀리데이의 중요한 포인트네요.

 

모든 사람의 취향이 저와 같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와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해요. 신규 고객보다 기존 고객의 재방문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그를 증명하죠. 그래서 저 역시 한 번 응대한 손님은 최대한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제공: 뱅크 홀리데이

뱅크 홀리데이가 어떤 숍이 되기를 바라나요?

 

뱅크홀리데이에 관한 평가는 제가 아닌 고객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할 때도 고객의 시선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원하고 가지고 싶어 하는 걸 선택하려고 해요. 저는 갖고 싶은 걸 사기 전날, 잠을 설쳤거든요. 뱅크 홀리데이가 고객에게 그와 같은 설렘을 선물하는 곳이었으면 해요. 물론, 해외의 유명 편집숍처럼 한 시대의 예술과 문화를 이끈 장소로 기억된다면 좋겠죠. 그건 다음 세대가 판단하고 기록하는 거니까 뱅크 홀리데이는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꾸준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뱅크 홀리데이를 기억하냐는 질문에 누군가 한 명쯤은 ‘거기 끝내줬었지’라고 답한다면 꽤 기쁠 것 같아요.

제공: 뱅크 홀리데이

마지막으로 새롭게 세운 계획이 있다면 살짝 알려 주세요.

 

뱅크 홀리데이의 오리지널 라인과 포토 브랜드 ‘There we were now here we are(가칭)’를 준비하고 있어요. 오리지널 라인을 출시할 계획은 없었는데 해외 고객들이 오리지널 제품은 없냐는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하게 되었어요. 포토 브랜드는 제가 그동안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모아서 에세이 형식으로 공개하는 프로젝트예요. 사람들이 자주 안 다니는 여행지를 다니는 편이라 아마 사진을 통해 몰랐던 곳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허영은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뱅크 홀리데이

장소
뱅크 홀리데이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32길 10
시간
13:00 - 19:00
(매주 월요일 휴무)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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