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물을 머금고 초록의 싱그러움을 뽐내는 식물이 아닐까? 이 식물들은 마음의 위안을 선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기를 정화해 주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식물과 일상의 공간을 나눠 쓰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식물을 그저 보는 것만 아니라 식물이 내는 ‘소리’에 집중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자라나는 식물이 소리를 낸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이들의 노력 덕분에 가능해졌다. 이제 식물이 내는 소리가 궁금하다면, 데이터 가든(Data Garden)이라는 회사가 만든 ‘플랜트 웨이브(PlantWave)’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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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임무는 인간과 자연 세계 사이의 연결을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창조적인 음악과 예술의 선구자적인 창조를 통해, 우리는 누구나 식물 음악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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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설립자인 조 파티투치(Joe Patitucci)는 자연, 예술과 기술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는 친구인 알렉스 타이슨(Alex Tyson)과 함께 제로 웨이스트 레코드 회사인 데이터 가든을 설립했고, 2012년부터 다양한 음악을 만들고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동시에 식물을 통해 음악을 만드는 실험을 계속해왔다. 이런 노력의 과정으로 2016년 출시한 ‘미디 스프라우트(MIDI Sprout)’는 식물 잎 표면의 전류 변화를 음악 및 비디오로 변환시키는 이들의 첫 기기로서 전 세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 기기로 만든 음악이 널리 알려지면서 ‘식물 음악(Plant music)’이라는 장르도 만들어졌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조와 알렉스는 미디 스프라우트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을 기울였다. 이 기기로 식물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이들은 이 과정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미디 스프라우트가 식물의 전류 변화를 감지한 후에 이를 음악으로 변환시키려면 이들의 미디 신시사이저(MIDI synthesizer)나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 등과 같은 기기가 따로 있어야만 가능했다. 이들은 음악 제작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기기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이런 과정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플랜트 웨이브가 탄생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이제 플랜트 웨이브를 통해 식물을 통해 음악을 생성하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식물 옆에 기기를 두고, 식물의 잎이나 줄기에 연결 패드를 붙여준다. 패드를 통해 식물의 전류 변화가 추적이 되고, 기기에 이 변화가 입력된다. 기기와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으로 연동되는 스마트폰 전용 앱을 열면 식물이 생성한 음악 리스트가 만들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부터 이들의 기기는 NPR, 와이어드(Wired), 가디언지(The Guardian) 등과 같은 세계적인 매체에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덕분에 점차 식물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이 기기로 키우고 있는 식물의 소리는 물론, 꽃밭이나 정글, 심지어 버섯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식물이 만드는 음악을 듣고 싶지만 현재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들은 제품 홍보와 더불어 식물 음악을 알리기 위한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플랜트 웨이브의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식물들이 내는 소리를 바로 들어볼 수 있다. 묘한 분위기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 수록 편안함을 선사하기에, 명상이나 집중력을 높이고 싶을 때 들으면 유용할 듯하다. 식물을 키우고 보는 것 외에 소리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퍽 감사하게 여겨진다.
식물의 소리로 안정을 얻게 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연환경에 관심을 두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연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생활 터전인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자연의 변화를 소리로 알 수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소리를 통해 현재 환경 오염으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 등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산호’의 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구글과 함께 해양 생물학자 스티브 심슨(Steve Simpson)과 해양 생태학자 메리 쇼디포(Mary Shodipo)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Calling in Our Corals(산호초를 불러들이기)’ 실험은 전 세계 사람들의 참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처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실험에서는 실험에 대한 정보 전달과 더불어 수중에서 나는 소리를 구분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소리를 구분하는 실험은 두 가지로, 가장 먼저 수중에서 녹음된 파일을 듣고 새우와 게, 물고기와 같이 자연 속 생물이 내는 소리와 다이버, 모터 등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이 내는 소리를 구분하는 실험이 이루어진다. 그 다음으로는 바다 속에서 물고기가 움직이는 소리를 찾아내는 실험이 이어진다. 실험에 참가하면서 소리를 듣다 보면 생각보다 물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무척 다양하고,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실험이 필요한 이유는 인공지능이 물 속에서 살고 있는 생물의 소리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바다 서식 환경을 파악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먼저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바다의 소리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국, 파나마 및 스웨덴을 포함한 국가의 10개 암초에서 진행된 녹음 파일이 미래의 산호 보존을 위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들려지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해양 생물학자에 따르면, 산호초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기에 무척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산호가 손상되거나 남획될 경우 생물들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조용해진다고 한다. 이런 차이점을 더욱 명확하게 알아내고 파악할 수 있도록 이들은 어업이 없는 해양 보호 구역과 어업이 이루어지는 인근 어장, 그리고 남획과 열악한 수질로 인해 감소한 지역과 산호를 이식하고 서식지를 재건하여 산호초를 적극적으로 복원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소리를 담았다고 한다.
구글과 학자들은 이 실험을 통해 인공지능의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환경 오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건강한 산호와 병든 산호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산호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참여가 많으면 많아질 수록 인공지능은 소리를 통해 더욱 이런 차이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런 소식은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분 남짓한 소리이지만, 의외로 바다의 소리 또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동시에 나도 모르게 해양 생물들의 내는 소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소리로 힐링하고 소리로 환경을 돕는 시대가 되었다.
글 박민정 객원 필자
자료 출처 https://plantwave.com/en-kr , https://www.midisprout.com , https://artsandculture.goog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