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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메타버스 디자이너, 이반 풀루겔만 ①

가상세계를 디자인하다!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의 비디오게임 개발자였던 닐 스테퍼슨(Neal Stephenson)의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경제 위기로 폭락하는 시장의 고뇌를 탈피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아바타를 활용해 가상 세계로 뛰어드는 곳으로 묘사된다. 스테퍼슨은 메타버스를 환상적인 가상 대피소가 아닌 현실 같은 우여곡절이 있으며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로 그려냈고, 이 두 세계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스테퍼슨의 선견지명이었을까?

메타버스는 예술과 디자인, 브랜드와 패션, 공공 디자인과 건축 분야까지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예를 들어, 지구 반대편에 투자를 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메타버스를 통해 세밀하게 모의 설계를 만들고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무인 자동차 기술에 투자하는 BMW 같은 자동차 회사에서는 자동차 내부를 VR 체험관으로 구현해 일상생활을 넘어 새로운 세계관을 조망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메타버스 디자인의 중심에는 메타버스 디자이너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회사를 위해 디자인한 미래 가상 공장 , 2023년,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 Iván Flugelman.

이번에 소개하는 메타버스 디자이너인 이반 플루겔만(Iván Flugelman)은 아르헨티나 태생이다. 그는 11년간 베를린에서 생활하며 UX, UI 중에서 가상 현실을 설계하고 구상하는 메타버스 디자이너(Metaverse Designer)로 활동 중이다. 10년간 가상세계를 연구하고 소니와 MTV, 폭스 엔터테인먼트, 프라다, 아디다스, 포르쉐 등의 가상 세계 영상을 디자인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BMW 메타버스 “조이토피아(Joytopia: a Quest to Dee)”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이반 플루겔만의 디자인, 그의 가상 세계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interview with  이반 풀루겔만

이반 플루겔만Iván Flugelman 프로필 사진, 베를린, 2023. © Iván Flugelman.

—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대학교에서도 천재 디자이너로 유명세를 날리며 강의도 하고, 개인 스튜디오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독일로 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부모님을 극복하기 위해 1년간 휴학을 했어요. 1년 동안 부모님이 원했던 경영학을 공부한 저는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퇴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방황하던 제게 아버지는 유럽 여행을 다녀오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래서, 2004년에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떠났죠. 파리, 이탈리아,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암스테르담을 돌아다니면서 저는 도시들의 경관과 예술 세계가 너무나 환상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암스테르담은 예술의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도시 곳곳에 볼 수 있는 벽화와 그곳에서 만났던 아티스트들은 제 인생에서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BMW Vision Dee 메타버스 프로젝트.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전시 모습. © Iván Flugelman.

이후 저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와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한 이후에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여러 국제 회사들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게 됐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계속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 거죠. 그렇게 어느 날 런던행 3개월 편도 티켓을 사서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어차피 저는 스페인 시민권도 있었기 때문에 유럽에서 일을 할 수 있기도 했고, 영어도 나름 잘 하는 편이라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런던으로 갔지요. 그런데 마침 런던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아르헨티나 친구가 디자인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이후에 우루과이 분들과 일을 하는 등 여러 연결망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독일로 오게 되어 러시아 여자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어느새 저희 둘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그렇게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웃음)

이반 플루겔만Iván Flugelman 개인 3D 구성 작품. © Iván Flugelman.

—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국적에 아내는 러시아, 자녀는 독일 국적이라고요. 그야말로 다양한 문화의 가정이군요 (웃음). 독일에는 정확히 언제 어떤 일로 갔어요?

 

런던에서 일 년 정도 머물다가 독일 뮌헨(Münich)의 뉴스 방송사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에서 제 작품을 보고 모션 그래픽스 디자인을 의뢰했어요. 뮌헨에서 2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유능한 독일, 스위스 디자이너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일이 끝나고 난 뒤, 제가 학창 시절에 선망하던 디자인 스튜디오인 <사잇가이스드(Zeitguised)>에 제 포트폴리오를 보냈어요. 그리고 10월부터 일을 시작하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죠. 저는 두말없이 베를린으로 향했지요. 그때부터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었고 현재도 메타버스 익스피리언스(Metaverse Experience)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맡고 있습니다.

이반 플루겔만Iván Flugelman 개인 3D 구성 작품. © Iván Flugelman.

—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1990년대 초에 서구 사회에서 점차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많은 회사가 메타버스에 투자를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메타버스는 디지털 가상 세계입니다. 이 세계에서는 사용자가 아바타를 통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형성한 뒤 세계관을 탐구하고 보고 느끼고 소통하는 반 현실 반 거짓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라고 하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장면을 떠올리곤 하는데, 사실 그것보다 훨씬 현실에 근접한 세계관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반 플루겔만Iván Flugelman 개인 3D 구성 작품. © Iván Flugelman.

인터넷의 확산으로 SNS가 붐을 일으켰는데, 20년 전에 있었던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는 프로젝트도 메타버스였고 SNS도 일종의 메타버스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트위터를 통해서 사용자들은 본인의 아이디를 만들고 불특정 다수와 소통을 하잖아요. 이처럼 텍스트로 형성된 가상 세계가 있는가 하면, 매우 복잡한 게임 플랫폼도 메타버스에 속해 있지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가상 세계가 붐을 일으키게 됩니다. 미술관, 명품 브랜드, 건설 회사, 교육과 같은 분야에서도 메타버스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지요. 예를 들어 <유니티(Unity)>나 <포트나이트(Fortnite)> 게임도 더 복잡한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동기는 코로나 시기에 비대면으로 수업을 수강하던 학생들이 멀티플레이로 할 수 있는 게임에서 만나 조별 과제를 하게 된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 2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엘리아나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Iván Fluge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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