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타이틀은 벌거숭이 파리(Paris à Poil)와 털북숭이 파리(Paris à Poils)라는 중의적인 프렌치 유머를 잘 보여준다. 특히, 계단부에는 머리카락 기호증을 의미하는 대담한 설치물 ‘트리코필리아(Tricophilia)’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독창적인 설치물은 프렌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샤를리 르 망뒤(Charlie Le Mindu)의 손길로 탄생했다. 파리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그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발망, 알렉산더 왕, 레이디 가가, 메건 더 스탤리언, 도자 캣, 유르겐 텔러 등과 협업해왔다. 또, 퐁피두 센터, 팔레 드 도쿄, 까르띠에 재단, 루이비통 재단, V&A 뮤지엄, 오페라 가르니에에서도 작품이 소개된 바 있다. 아티스트의 최애 소재인 머리카락만 있다면 패션, 조각, 공연 등 그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근간에는 헤어 스타일리스트였던 과거가 있었다. “이모가 미용사였어요. 제가 11살 때 이모의 숍에서 바닥을 쓸곤 했지요. 당시 머리카락이 참 아름다워 보였고, 고객들의 반응도 재미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은 사람의 감정을 강력하게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그때부터 털과 관련된 모든 것이 항상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샤를리는 헤어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뷰티, 보디, 젠더 및 표현에 대한 새롭고 현대적인 개념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사마리텐은 샤를리를 믿고 유서 깊은 공간을 기꺼이 내어주었고, 헤어를 이용한 기념비적인 예술 작품은 그렇게 탄생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진화한다. 자연을 닮은 듯 겨울을 막 지난 날 것 그대로의 상태에 이어서 꽃이 피는 개화의 단계가 4월 11일까지 이어진다. 5월 초까지 헤어를 땋거나 커트해 모히칸 스타일을 만드는 등 머리를 길들이는 시기를 갖고, 비로소 마지막 단계인 수확철에 이르게 된다. 5월 9일까지 일주일 간 이어지는 추수의 계절에는 고객들이 작품의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시각적인 경험 외에도 직접 작품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역사적인 계단을 재발견했다면, 이제 시선을 쇼윈도로 돌려보자. 유쾌한 디스플레이가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마저 잡아 이끄니 말이다. 유럽 아마-리넨&헴프 연합(Alliance for European Flax-Linen&Hemp)과의 협업으로 꾸민 공간을 위해 무려 42km가 넘는 섬유를 사용했다는 후문이다. 봄을 맞아 더욱 알록달록 해진 신상품들의 진열과 더불어 마네킹보다 훨씬 큰 가위로 헤어를 커팅하는 순간을 표현한 작품부터 스포티한 차림에 족집게로 대형 선인장의 가시를 뽑고 있는 연출, 그리고 가시마다 걸려있는 미니 사이즈 백도 볼거리다. 강렬한 레드 컬러의 드레시한 스타일을 소개하는 마네킹과 나란히 선 거대한 속눈썹 컬링용 브러시, 사마리텐 로고를 새긴 나무 빗을 가운데에 두고 빗질 전후로 곱슬머리와 생머리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XXL 사이즈의 머리핀으로 고정하거나 커튼처럼 디자인한 모습 등 즐거운 상상 속의 세상이 자유분방하게 펼쳐져 있다.
한편, 사마리텐 파리 퐁네프 0층ground floor에 마련된 마르셰 퐁네프는 초콜릿부터 유니크한 스테이셔너리, 공작새 프레스코 회화가 담긴 엽서와 연필 같은 백화점 기념품을 포함한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소개하는데, 이번에는 역시 털을 주제로 채워졌다. 반려동물용 액세서리, 헤어케어 제품, 선인장과 같이 털이 난 식물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1층에는 레이디 가가와 피치스가 직접 착용한 샤를리 르 망뒤의 드레스를 전시해 두었다. 퐁네프 건물과 이어진 리볼리Rivoli 건물 1층에는 샤를리의 또 다른 설치물인 ‘신나는 다리(Mind blowing bridges)’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브라운, 블랙, 펑키한 오렌지 등 서로 다른 컬러, 형태와 질감을 가진 가발을 직접 착용할 수 있어 포토 스폿으로 각광받는 중이다.
글 유승주 객원 필자
자료 제공 사마리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