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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2

맨하탄 레코즈 서울 상륙! 근데 너 누군데?

레코드 숍 ‘맨하탄 레코즈’가 레전드로 불리는 이유

맨하탄 레코즈(Manhattan Records)가 서울 계정을 개설하자, 정확한 개점일이 알려지기 전부터 음악 애호가들이 들썩였다. 힙합, 레코드 커뮤니티에는 오픈 날짜를 추측하거나 희귀반을 기대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불이 켜지지 않은 매장 앞을 성지 순례하듯 다녀가는 사람도 생겼다. 지난 18일, 맨하탄 레코즈 서울 프리 오픈이 있었다. 개점을 고대하던 이들로 가오픈 기간 내내 매장은 붐볐다. 하지만 음악에 각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 이라면 ‘맨하탄 레코즈’는 생경한 이름이다. 맨하탄 레코즈가 왜 ‘시부야 레전드킹왕짱 레코드 숍’으로 불리는지 45년의 역사를 훑었다.

힙합엘이(HiphopLE) 커뮤니티 게시물 캡처
도쿄로 상경한 음악 애호가

창업주 히라카와 마사오(Hirakawa Masao)는 스무 살부터 악기 판매, 레코드 수입 등을 하며 음악 관련 업을 이어온 사람이다. 도쿄로 갓 상경한 대학생이었던 마사오는 야마하(YAMAHA) 도겐자카점에서 구매한 기타의 잔향 문제를 문의했고, 그의 감각을 달리 본 야마하 부서장이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며 음악과 연이 시작됐다. 당시 시부야 도겐자카 지역에는 유명 디제이들이 운영하는 록카페가 많았다. 자연스레 좋은 음악을 자주 접하게 된 마사오는 아르바이트 봉급을 모두 음반을 구매하는 데에 쓰는 것은 물론 아티스트가 어떤 연주자, 프로듀서, 스튜디오와 일하는지 앨범 크레딧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대형 음반 도매 업체였던 ‘디스크 센터’의 도쿄 지점을 개설하는 일에 함께했다. 도쿄 각지의 클래식, 레게 등 장르 음반을 취급하는 숍들과 친분을 쌓으며 거래를 시작해 높은 판매고를 올렸지만, 급여는 넉넉하지 않았다. 그가 눈길을 돌린 곳은 미국에 있는 중고 음반 가게들이다. 당시 시부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코드점이었던 타워 레코드에서도 절판 음반들은 구하기가 어려웠다. 마사오는 1년에 약 여섯 번 정도 미국을 오가며 독립적으로 절판 음반 판매를 시작했다.

맨하탄 레코즈, 단출하고 담대한 출발

1980년 4월 7일 월요일, 시부야 경찰서 뒤편에 맨하탄 레코즈 첫 매장을 열었다. 평일이라 한적하겠다는 걱정은 들었지만, 좋아하는 레코드를 언제든 들을 수 있겠다는 기쁨도 있었다. 창업하는 데에는 보증금, 월세, 수수료, 인테리어 비용 등을 모두 합쳐 약 70만 엔(한화 650만 원)이 들었다. 매장 면적이 4평 정도로 협소한 편이었고, 박스나 골판지를 잘라 가구를 대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출처:shibutena 인터뷰

초기 매장은 일본 전통식 다다미 형태였다. 손님들은 신발을 벗고 무릎을 꿇은 채로 레코드를 골랐다. 준비된 레코드는 약 3,000장. 넉넉한 양은 아니었지만, 손님들이 원하는 음반을 종이에 적을 수 있도록 했다. 마사오는 그 리스트를 바탕으로 고객의 수요를 파악했고, 열 명이 찾는 레코드는 대략 백 장 정도가 팔린다는 사업감을 터득했다. 맨하탄 레코즈는 점차 희귀 음반을 구할 수 있는 숍으로 명성을 얻었다.

활기와 소란으로 가득했던 날들

맨하탄 레코즈가 현 위치(도쿄 시부야구 우다가와초)로 옮긴 건 1993년이다. 타워 레코드, 시스코(CISCO) 등 유명 레코드점이 근방에 있었기에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이어지리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일본에 힙합 문화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맨하탄 레코즈 매출의 큰 축을 담당하던 절판반의 수요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마사오는 블랙 뮤직 큐레이션을 강화하는 한편, 젊은 세대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른 레코드점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신보를 판매했다.

출처: bombhiphop 인터뷰

일본의 90년대는 힙합 문화와 함께 DJ 붐이 일었던 시기다. 신보를 구하려는 팬들과 출근하기 전에 음악을 찾는 DJ들로 매장은 연일 붐볐다. 인기 음반이 발매되거나 절판 음반을 세일하는 날에는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밤을 지새웠고, 100미터가 넘게 이어진 대기 줄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 공영 방송 NHK에서 찾아오기도 했다. 맨하탄 레코즈는 음반 판매점을 넘어 미국 음악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소개하는 힙합 신의 중심지이자 DJ 문화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해냈다.

위기 상황에서도 한 걸음 전진
ⓒQetic

가장 많은 아날로그 레코드 숍이 모인 거리로 기네스북까지 올랐던 시부야의 음악적 활기는 디지털 음원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꺼진 불처럼 사그라들었다. 시부야를 지키던 레코드 숍은 절반 가까이 폐점했고, 업계를 떠나는 디렉터들이 생겼다. 때마침 세계적인 음반사들에서도 블랙 뮤직 부서를 없애는 등 미국 음악의 인기마저 시들했다. 맨하탄 레코즈는 이를 기회로 삼아,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 가치 있는 아티스트와 음악을 발굴하기로 했다. 자체 레이블 ‘맨하탄 레코딩스Manhattan Recording’를 설립해 음반 제작과 유통, 디지털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고, 〈THE HITS〉라는 이름의 믹스 테잎을 시리즈로 발행했다. 좋은 곡을 엄선해 리스너들의 관심을 아티스트와 음악으로 되돌리기 위함이었다. 〈THE HITS〉 시리즈는 발매할 때마다 iTunes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트렌드를 잃지 않는 아날로그 성지

맨하탄 레코즈는 과거의 영광에 기대지 않았다. 아날로그가 품은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대의 흐름이 가져온 변화를 영민하게 받아들였다. 당시 일본 레코드 숍으로는 드물게 자체 레이블을 개설하고, 패션 브랜드를 도입해 음악 외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했다. 맨하탄 레코즈는 유명한 굿즈 맛집이다. 의류, 러그, 음반 수납함, 인센스 등 리스트도 다양하다. 특히 로고 디자인을 활용한 제품이 인기다. 맨하탄 레코즈의 자체 굿즈는 음반 판매점을 넘어 브랜드로서 가치를 견고히 하는데에 도움을 줬다.

부산 셀렉트 숍 발란사(Balansa)와 협업한 팝업 행사와 제품
콤팩트 레코드 바와 협업한 팝업 행사와 컬래버 티셔츠

트렌디한 아티스트, 브랜드와 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23년에는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셀렉트 숍 발란사(Balansa), 서울의 레코드 바 콤팩트 레코드 바(Kompakt record bar), 힙합 레이블 AOMG 등과 팝업을 진행하고, 컬래버 굿즈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맨하탄 레코즈는 아날로그 성지라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다채로운 팝업 행사와 굿즈를 통해 문화 플랫폼으로서 끊임 없이 생동하고 있다. 맨하탄 레코즈가 서울에서는 어떠한 장면들을 만들어낼지 기다려진다.

 

*해당 기사는 일본 매체 shibuyabunka, Qetic, CINRA, shibutena, bombhiphop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글 김기수 기자

자료 출처 맨하탄 레코즈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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