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일반적인 전시와 다르게 시대순이 아닌 브라질리에 본인이 주로 작품에 즐겨 담은 소재들을 중심으로 나눠 구성했으며, 회화 작품 120점을 전시했다. 첫 번째 홀은 그가 남달리 사랑했던 음악을 필두로 자연과 말, 사랑하는 여인 샹탈(Chantal)의 모습으로 이어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각 소재가 그의 삶에 어떠한 의미였는지 알 수 있다. 또 소재에 따라 변화하는 그의 화풍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주변 친척들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가까이에서 접했던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음악을 주제로 한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이때 그는 인물 하나하나, 사물 하나하나를 묘사하기보다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리듬감을 강렬한 색채로 화폭에 담았다. 때론 붉게, 노랗게, 파랗게 화폭을 물들인 그의 작품을 보면 당시 연주되는 음악의 리듬과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단연 주목하게 되는 것이 바로 ‘말’이다. 그의 그림 속 말들은 그 형태가 세밀하게 묘사된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같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고 놀고 달리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스러움 덕분에,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은 우연히 숲속을 거닐다 야생마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신기하고 신비로운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드러나듯 그에게 말은 많은 의미를 담은 상징이자 뮤즈였다. 아름다움 그 자체이면서 자연과 신성, 힘과 역동성을 상징하는 상징인 것이다.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어린 시절부터 말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나는 말이 지닌 특별한 예술적 아름다움과 더불어 그들이 풍기는 자연스러운 기품, 품위를 사랑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말과 어우러진 자연 풍경은 유화임에도 불구하고 수채화와 같이 묽게 채색되어 맑고 투명하게 빛난다. 이러한 그의 화풍 덕분에 탄생한 청명한 파랑과 초록, 노을이 지는 듯 어스름한 분홍빛은 초현실적이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로 여울진다. 이러한 색채는 보는 이를 압도하고 작품 속으로 빨아들인다.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모든 과정 중 구성을 가장 중시했으며, 이를 기준으로 색채의 균형과 조화를 맞추려 노력했다. 색채 중에서는 파란색을 가장 사랑했는데, 한 인터뷰에서 그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
내게 파란색은 중요해요.
하늘의 옅은 파란색부터, 밤의 짙은 파란색까지.
파란색은 마음과 꿈의 색이죠.
”
그가 그린 커다란 스케일의 푸른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말없이 찾아오는 고요한 평온과 머리가 맑아지고 또렷해지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브라질리에의 푸른색이 전하는 위로와 기쁨을 느껴보길 권한다.
또한 그의 작품 세계에 있어 사랑하는 아내이자 뮤즈인 샹탈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미술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듯, 많은 여성을 뮤즈로 삼고 사생활 역시 복잡했던 다수의 화가들과 그는 달랐다.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평생 한 여성을 사랑하며 그림 속에 담았다.
그의 작품 속 샹탈은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담긴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브라질리에가 샹탈을 보고 처음 사랑에 빠졌던 그 순간은 물론,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그의 마음속에 변함없이 존재하는 사랑이 느껴진다.
자신의 삶에 존재하는 소중한 아름다움을 아름다운 색채와 간결한 구성, 낭만적인 순간에 담아 간결하고 명확히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세련되면서도 맑고 감각적이며 순수하다. 햇살이 눈부신 봄은 살아 있는 전설의 작품을 감상하기에 알맞은 계절이다.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을 따라가면서, 삶 속에 숨겨진 각자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기를 바란다.
글 황지혜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