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슈프림의 전신은 1992년, 크리스 딜롱(Chris Dillon)과 메기 웰스(Maggie Wells)가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Wellington)에 설립한 ‘레드 카페(Reds café)’다. 다양한 이슈를 몰고 왔던 레드 카페는 당시 웰링턴의 카페들과는 확연히 다른 인테리어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딜롱과 웰스는 다른 카페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공간을 색다르게 연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들은 기울어진 벽과 커브 바(bar)를 설치했고 네온과 붉은 조명 등을 활용하여 카페를 무대처럼 연출했다.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카페가 지닌 분위기와 디자인이 방문객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 이들의 철학은 뉴질랜드와 호주에 새로운 카페 비전을 제시했고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발전시켰다.
레드 카페는 1995년 커피 슈프림으로 재탄생했고 초창기 카페의 이름처럼 붉은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로고를 만들었는데 이는 계속 변화를 거듭하여 현재는 여러 가지 버전으로 사용되고 있다. 커피 슈프림의 로고는 이들이 선보이는 디자인 제품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졌다. 처음에는 커피 원두와 관련 제품들의 패키지를 위한 디자인으로 한정되었지만 깔끔한 디자인 덕분에 제품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의류, 문구류, 기프트 등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었고 다른 브랜드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여 독특한 제품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커피 슈프림 굿즈는 레드 카페의 전설을 이어 가듯 모든 제품의 메인 컬러가 빨간색이다. 머그와 같은 커피 관련 굿즈가 많을 것 같지만 예상외로 의류, 양말, 문구류가 훨씬 많고 다양하며 매 시즌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다. 커피 슈프림의 디자인 성공 사례는 타 카페에도 영향을 주어 호주와 뉴질랜드에 있는 대부분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은 그들의 브랜드를 더욱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디자인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제작하고 있다.
한편 커피 슈프림은 환경을 생각하여 지속 가능한 경영 철학을 앞세우고 있다. “Better Coffee For All”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커피 산업에 있어서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하면서 이전보다 더 나은 일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커피 패키지 분야를 개선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새로운 포장재를 만들 때 커피 슈프림의 주요 목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최근 사용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은 플라스틱 부품을 85% 줄일 뿐만 아니라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포장재로 기존에 사용했던 플라스틱 지퍼락을 제거한 것이다. 커피 슈프림의 새로운 포장재는 ‘ARL(Australasian Recycling Label)’에 의해 공식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브랜드 이름대로 ‘최상의 커피’를 추구하는 커피 슈프림은 뉴질랜드와 호주에 스페셜티 커피 산업을 확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페셜티 커피의 세계는 커피의 복잡 미묘한 맛에 얽힌 지식의 문을 열어준다. 커피는 레스토랑의 좋은 재료와 마찬가지로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이러한 계절의 영향에 따라 커피 맛이 다양하게 나뉜다. 스페셜티 커피는 과일에 비유되곤 하는데 과일이 신선할 때 가장 맛이 좋은 것처럼 커피 슈프림의 완벽한 커피는 각각의 메뉴에 계절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이다. 로스팅 과정은 헌신과 기술이 필요한 매우 섬세하고 정밀한 작업으로서 커피 슈프림은 이 과정에 투자된 노력이 커피 한 잔에 모두 우러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로스터리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커피에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커피 슈프림은 로스터리를 대표하여 그 이야기를 전달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글 김남은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커피슈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