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30

시선에 시선을 더하는 아트 매거진 〈PLUS〉 ②

대중의 호기심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관찰하는 시선
〈PLUS〉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권수빈(Subin Kwon Anderson) 편집장과 김재현(Jae Kim) 디렉터 두 사람이 2020년 1월 창간호 발행을 시작으로 일 년에 두 번 발행하고 있는 아트 매거진이다. 오랜 시간 우러러 바라본 아트 업계에 자신들의 시선을 더하고 때론 빼기도 하며 〈PLUS〉만의 관점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를 만나고 소개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간 만나온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자칫 왜곡되거나 편향된 시각으로 비추어질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하며 아티스트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매거진을 발행한 지 3년이 되어가는 지금, 아직 풀어가고픈 아트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시선에 시선을 더하는 아트 매거진 ①
▼ 1편에서 이어집니다.
Photo by Bora Kim ⓒPlus Magazine ​

— 이번 5호 ‘Korea’ 편은 기존에 펼쳐오던 주제 방향과 다르게 처음으로 한 특정 국가가 주제가 되었어요.

Subin Jae 디렉터와 저는 둘 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주제를 풀어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국 아티스트와 문화를 알리는 데에 집중했기 때문에 주제의 타이틀 또한 기존의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Korea’이어야만 했고요. 한국의 문화는 날로 달로 글로벌로 뻗어 가고 있긴 하지만 한때 ‘예술은 과연?’이라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 상태로 뉴욕에서 예술 관련 매거진을 만들다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 더러 있었죠. 무엇보다 인터뷰이가 역으로 한국의 예술 문화에 대해 물어봤을 때 유익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아차 싶었죠. 나의 근간부터 제대로 잘 알고 있어야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타지의 한국인으로서 아이덴티티를 더욱더 견고하게 쌓고자 함도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Korea’ 편은 어떠한 소모품으로서 인식되는 것이 아닌 작품의 예술성에 집중해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내왔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담고자 했어요. 하여 이번 호에서는 김수자, 권대섭, 이건용, 유지안 작가 등을 만났어요.

Vol.5 'Korea' 신간 팝업 'Sip&Flip' 팝업 전경 photo by Soop Kim ⓒPlus Magazine
photo by Soop Kim ⓒPlus Magazine ​
photo by Soop Kim ⓒPlus Magazine

— ‘Korea’ 편 발행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0월, 공간 ‘안국정화’에서 독자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어요.

Subin 저희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해외 매체이기때문에 한국 독자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이번 호 주제가 ‘Korea’인 만큼 한국에서 먼저 신간을 선보이는 것이 어떻겠냐는 Jae 디렉터의 아이디어가 크게 작용했죠. 팝업을 열기로 결정은 했는데, 막상 기획을 하려하니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아직 한국에서는 〈PLUS〉의 존재감이 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Sip&Flip(마시고 넘기자)’이라는 컨셉을 통해 오설록 티와 복순도가 막걸리 등의 음료 그리고 저희가 오랜 시간 준비한 신간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또 의 무드와 맞닿은 공간을 섭외하는 것 또한 저희에게는 중요했는데요.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게 1순위였던만큼, 안국역 바로 앞에 위치한 ‘안국정화’가 최적의 장소였죠. 남산타워와 창덕궁을 품은 아름다운 뷰에 감탄을 지었던 그날이 떠오르네요. 이번 팝업의 사진 기록을 도맡아 준 스튜디오 덴스(Studio Dense) 김숲 디렉터님,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채워준 카도(Kado), 김보배 디렉터님 덕분에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또 ‘마시고 넘기자’라는 취지에 큰 서포트가 되어 주신 오설록과 복순도가에도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멋진 음악을 알릴 수 있었던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와의 협업도 뜻깊었고요.

Vol.4 John Akomfrah Design by Workbüro ⓒPlus Magazine

— 이번 5호의 크레딧을 보니 여러 컨트리뷰터가 참여를 했더라고요. 소수의 고정멤버를 중심으로 여러 외부 스태프가 함께 제작을 하다 보니 콘텐츠 기획부터 섭외, 취재, 사진, 디자인 등 전반적인 매거진 제작 과정을 어떻게 분담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Jae 창간호를 만들 때는 기획부터 섭외, 취재, 촬영 등 모든 과정을 함께 했지만, 어느 순간 매거진의 기틀이 잡히고 업무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역할을 나누게 되었어요. Subin 편집장님은 굉장히 계획적인 성향이어서 늘 콘텐츠의 중심을 잡고서 기획을 도맡고 있고 인터뷰 취재부터 기사 작성까지 에디터의 역할을 하고 있죠. 저는 주로 비주얼과 사진의 영역을 담당하고요. 하지만 이것도 매거진 초반의 이야기이고, 매 호 발행될 때마다 한걸음 한걸음 퀄리티를 올리자는 목표가 있어서 평소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포토그래퍼와 협업하며 더 나은 에디토리얼을 구축하고 있어요. 

Vol.5 'Korea' 기사 일부 Design by Workbüro ⓒPlus Magazine

— 디자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지난 4호 ‘Change’편부터 김기열 아트 디렉터*가 운영하는 ‘워크뷰로Workbüro’ 스튜디오와 함께 디자인 협업을 해오고 계신다고요. 

Jae 에 변화가 필요하던 때 디렉터님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저희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디자인을 단번에 캐치해주셨어요. 서울과 뉴욕 간의 물리적 거리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요.

Subin 워크뷰로 팀원 분들과 작업하면서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많은 영감을 얻어요. 특히 김기열 디렉터님은 항상 저희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고 피드백을 완벽하게 반영해 저희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세요. 잡지를 완성하는 건 결국 ‘디자인’이잖아요. 매 호마다 저희가 이번 호에서 담고 싶은 뉘앙스와 무드의 요소를 정리해 서로 공유하며 최종적으로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죠.

 

* 김기열 아트 디렉터 : <보그걸>을 거쳐 <GQ>코리아에서 오랜 시간 디자인 영역을 진두지휘하다 최근 독립해 워크뷰로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로 여러 분야의 협업자들과 작업을 전개한다.
5호 커버 이미지 Design by Workbüro ⓒPlus Magazine
2~4호 커버 이미지 ⓒPlus Magazine ​

— 〈PLUS〉  커버 디자인 최초로 그래픽 디자인을 시도하셨죠. 

Jae 저희는 매번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커버 디자인을 작업해왔어요. 이번 5호 또한 김기열 디렉터님의 폰트 작업을 기반으로 작업했고요. 커버 중앙에 ‘Korea’라는 단어 양 옆으로 ‘Korea’라는 단어가 한번 더 회전하며 한국의 전통 문양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에요. 그리고 아이보리 색의 디자인 위에 홀로그램 코팅을 더해 빛과 각도에 따라 보여지는 이미지가 다르죠. 이번엔 에서 처음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사용한 커버를 만든 만큼 애정도 많고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 잡지는 정말 다양한 요소를 통해 그 매력을 배가 시킬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잡지의 판형이나 커버와 내지에 사용하는 종이, 잡지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후가공 등으로요. 이러한 시각에서 는 디자인을 통해 어떤 점을 강조하고자 했나요?

Jae 우선 아트 매거진이기 때문에 작품의 색감과 텍스처가 잘 보여지는 종이를 사용할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또 시각적으로도 작품을 시원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229*295mm 판형으로 만들게 되었죠. 많은 매체가 그렇겠지만, 저희는 퀄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종이의 중량도 세심하게 신경 써요. 그리고 간혹 아티스트로부터 제공받는 이미지를 사용했을 때 해상도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하고요. 그렇다 보니 저희 책이 두껍고 무겁기도 해서 제작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편이에요

 
영국와 프랑스 서점 곳곳에 입점되어있는 매거진 ⓒPlus Magazine

— 〈PLUS〉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현재 매거진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Subin 국내에는 영풍문고와 라니 서울에만 입점되어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 책은 주로 해외에 널리 입점되어있는 상황인데요.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 스페인, 미국 등 각 지역의 유명 서점에서 만날 수 있어요. 해외 각지의 입점 리스트는 저희 공식 홈페이지 STOCKIST에서 확인해보셔도 좋아요. 

 

— 편집장님과 디렉터님 인생에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Subin 책임감이요. 잘 먹고, 잘 쉬고, 열심히 일 하고, 나 자신과 그리고 주변 사람을 챙기는 이 모든 것은 저에게 달려있으니까요. 

Jae 시간. 매 순간 열심히 살아가기보다 쉴 때는 자유롭게 쉬고 열심히 할 때 치열하게 준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Vol.5 Kimsooja photo by Sun Hey Shin ⓒPlus Magazine ​

—  에디터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Subin 인터뷰이의 메시지를 왜곡하지 않고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요. 그리고 대중의 호기심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관찰하는 시선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더 깊이 있게 응시할 수 있는 에디터가 되려 하고요.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내공을 탄탄하게 채우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  2023년 예정된 〈PLUS〉의 계획이 있다면요?

Subin 현재 봄/여름에 출간될 6호 제작중에 있어요. 의 더욱 짙어진 색을 느낄 수 있는 호가 될 예정이에요. 또한 지금껏 그래왔듯 저희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어요. 특히 2023년에는 직접 독자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또 몇가지는 추진중에 있고요. 가장 가깝게는 다가오는 1월 6일부터 8일까지 뉴욕에서 ‘Sip&Flip’ 팝업이 열릴 예정이에요. 한국에서 진행했던 ‘Sip&Flip’ 팝업의 뉴욕 버전이라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외에 내부적으로는 보다 더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만남을 통해 즐겁고 진실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며, 제작자이자 책임자로서 저희의 역할과 과정이 더욱더 빛날 수 있는 2023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하지영 에디터

자료 제공  Plus Magazine

프로젝트
〈PLUS〉
기획자/디렉터
권수빈, 김재현
링크
홈페이지
Art
하지영
에디터가 정의한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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