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9

30년 차 디자이너의 부드러운 시선

이소선의 편집숍 소프트빔.
“요새는 개인전이라고 생각해요. 단체전이 아니고, 다 개인전이야.” 이소선 디자이너가 자신의 새로운 숍에 놓인 그레타 잘 Greta Jalk 티크 소파에 앉아 말했다. 패션 업계를 시작으로 타워팰리스 모델하우스, CJ E&M의 스튜디오 공간 디자인 작업 등으로 잘 알려진 그가 건대 커먼그라운드에 편집숍 ‘소프트빔 SOFTVIM’을 낸 것이다.
이소선 디자이너. © designpress

 

몇해 전 논현동 모스가든 2층에 위치했던 빈티지 가구숍 ‘소선취향’을 마지막으로 호흡을 가다듬던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세상이 빨리 변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속도는 유독 다른 것 같아요. 코로나도 그렇지만, 이런 시류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해요. 나다운 공간을 생각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예쁘게 해두는 것. 이건 나이도,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도 아니지요. 제가 여태까지 쌓았던 것들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품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해요.”

허먼 밀러의 임스 라운지 체어, 르 코르뷔지에의 셰즈 롱그 뒤로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사마르칸트 스티치가 걸렸다. © designpress
© designpress
디자이너 체어 뒤로 김중만 작가의 작품들이 보인다. © designpress

 

국내 라이프스타일 업계의 오랜 선배인 그가 자양동을 찾게 된 뒤엔 커먼그라운드의 운영사인 코오롱의 러브콜이 있다. 강렬한 푸른 색의 컨테이너 박스로 도심형 복합쇼핑몰의 시작을 알렸던 커먼그라운드가 개관 6년만에 현재의 MZ세대를 향해 진영을 재정비하는 것. 오는 7월까지 커먼그라운드에는 제주 지역의 소규모 베이커리 등 젊은 세대가 지지하는 F&B 브랜드와 스니커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의 접수 센터, 언더아머UNDER ARMOUR, 풋락커Foot Locker 매장 등이 차례로 입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 합류할 것을 제안받은 30년 차 디자이너의 선택은?

“처음엔 거절 의사를 밝혔어요. 그러고서 이삼 일을 여기 직접 와서 바깥에 앉아 있는데, 글쎄요. 동네가 거친 듯 하면서도 흥미로운 거예요. 밤이 되면 건대 거리에 젊은 친구들이 북적이고, 유리창 밖으로는 하루 종일 지상철이 지나가고요. 라이프스타일 숍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배경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또 어떤 메시지를 만들어낸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 designpress
© designpress

 

마음을 정한 뒤엔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공간이 제 모습을 갖췄다. 디자이너의 빈티지 가구와 아트피스 컬렉션이 무게 중심을 잡는 사이 ‘챕터원 Chapter1’부터 ‘바이에딧 by.edit’까지 그의 후배이자 손꼽히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은 쇼윈도 가까이에서 가게의 장벽을 기분 좋게 낮춘다. 사진작가 김중만도 좀처럼 만들지 않는 부담 없는 호수의 작품들을 보내 왔다. 마지막으로 의미를 알 듯 말 듯한 이름, 소프트빔은 무슨 뜻인지 물었다.

 

“심플해요. 후배들이 물어보면 언니가 옛날엔 레이저빔이었는데 지금은 소프트빔, 부드러운 광선이라고 하죠. (웃음) 제 철자 대신 매력적인 알파벳 ‘v’를 넣었고요. 지금은 부드러운 게 좋아요. 모든 면에서.”

 

 

유미진

장소
소프트빔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 200 커먼그라운드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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