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4

의자 컬렉션이 전시된 시카고 복층 집

클라이언트가 의자를 모으는 컬렉터라면?
집에 몇 개의 의자를 가지고 계시나요? 가구 마니아들이 특히 열광하는 가구, 가장 디자인적으로 디자인하기 어렵다는 가구, 또 반대로 가구를 입문할 때 가장 처음 사게 되는 가구는 바로 ‘의자’이다. 제목과 내용 모두 인상 깊었던 책 중에 하나도 제목이 <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이다. 그만큼 의자라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테리어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구 중 하나이다.

만약 당신의 클라이언트가 다양한 의자 컬렉션을 가진 부부라면 과연 집을 어떻게 꾸며주어야 할까? 사실 의자의 개수는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상당히 놓기가 애매한 가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창고에 넣어둘 수도 없고 모두 보여주면서도 아름답게 의자를 배치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이 집은 디자인 스튜디오 노먼 켈리(Norman Kelle)와 건축가 스펜서 맥닐(Spencer McNeil)이 리모델링한 시카고에 복층 아파트의 집이다. 복층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길고 높은 한 벽면을 의자와 예술 작품들, 책장들을 어우러지게 장식하여 마치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무드를 자아냈다. 이쪽 벽만 본다면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생각하긴 어려울 것이다. 너무 의자만 있는 것도 단조롭고 재미없을 텐데 예술 작품들과 어우러지니 가구가 마치 예술 작품 중 하나처럼 느껴지고 너무 과하지 않게 보이게 되었다.

벽에 전시된 의자는 총 8개! 이 외에 이 집의 의자는 모두 몇 개일까? 나머지 의자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게 적절하고 어울리게 배치가 되어 있다. 그럼 이 집의 하이라이트인 거실 벽면을 지나 나머지 공간들을 한 번 둘러보자.

또 하나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바로 ‘복층 계단’이다. 화이트와 우드가 인테리어의 포인트인 만큼 계단 역시 고급스럽게 우드가 덧대어진 화이트 계단에 고급스럽고 클래식하게 블랙 손잡이로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계단의 우드는 바로 이 계단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 2층의 어두운 바닥재와 1층의 밝은 바닥재로 이어지는 컬러의 변화를 그러데이션으로 표현했다. 컬러가 아닌 우드의 그러데이션은 처음이라 너무 색다르면서도 고급스럽게 다가왔다.

2층은 밝고 화이트 한 느낌의 1층 거실과 달리 아늑하면서도 집중이 잘 될 것만 같은 서재가 자리하고 있다. 1층보다 어두운 바닥재를 통해 안정감을 주고 가구들도 어두운 컬러들로 매치되어 있다.

보통 조명이나 소파의 컬러가 공간의 포인트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에는 곳곳에 배치된 의자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의자가 너무 많아 상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중간중간 쉬어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펜던트 형식의 디자인적 요소가 많은 조명보다는 천장에 붙어있는 모던하고 블랙 컬러의 조명을 매치해서 아래 가구가 더욱 돋보인다.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은 깨끗한 화이트 톤에 월넛 우드를 사용한 바 체어가 있다. 콘센트는 모두 눈에 띄지 않게 매입되어 있는데 정말 미니멀하고, 상부장과 하부장 모두 문의 간격이 일정치 않아 단조롭지 않고 세련되게 보인다.

그 뒤로 놓인 식탁은 역시 월넛 우드로 된 테이블이고 Emanuele Rambaldi의 통나무 의자를 매치했다. 내추럴한 소재의 가구가 더욱 돋보이는 건 나머지 장식장 같은 경우 화이트로 빌트인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공간은 조명과 아트웍까지 심플한 느낌이라 식탁과 의자가 더욱 돋보인다.

침실 공간은 문의 프레임이 없이 슬라이딩 도어로 되어 있다. 마치 없는 공간처럼 말이다. 침실 역시 들어가자 마자 두 개의 의자가 마치 예술작품처럼 놓여 있고 아주 심플한 침대 프레임이 낮게 만들어져 있다. 여기에도 콘텐츠가 매입되어 있고 화이트 오크 우드로 만들어져 있어 바닥과 통일감이 있다. 마치 매트리스만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욕실은 석회암으로 꾸며져 있고 통일감 있게 월넛 우드가 같이 쓰였다. 샤워실 안에는 미드 센추리의 플랫폼 벤치에서 영감을 받아 노먼 켈리가 디자인한 ipe 샤워 벤치가 놓여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의자 컬렉션을 이렇게 멋지게 전시하고 있는 집을 둘러보니 그 집에 있는 물건을 보면 그 주인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어떤 취향이 나를 나타내고 있을까? 서문에서도 소개하였던 책 <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을 타면 의자를 살까> 책의 구절을 인용해 보고 싶다. ‘돈을 쓰는 용도가 곧 인생의 방향이다’라는 말처럼 나는 어디에 지출을 하며 무엇으로 집을 채워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집을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의자!’ 라는 것이 드러난다. 나도 이 집의 주인처럼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취향을 전시하는 멋진 집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민경 객원 필자

자료 제공 스튜디오 노먼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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