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3

맥도날드 포장지로 만든 조명

포장지의 멋스러운 변신, 이규한 작가
패키지는 제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제품을 알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그렇기에 패키지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시선을 한 번에 끌 수 있도록 매력적이어야 한다.

멋진 디자인을 가진 패키지는 종종 작가의 작업 모티프가 된다. 나이키 신발 박스로 의자, 테이블, 조명 등 가구와 오브제를 만드는 이규한 작가가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나이키를 좋아한 덕분에 방 안에 나이키 신발 박스가 쌓여갔다. 남들에게는 버려야 할 박스였지만 이규한 작가에게는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미학과 가치를 보여주는 요소로 다가왔다. 원래 일반인의 눈에는 안 보이는 것이 마니아의 눈에는 보이는 법이다.

 

이규한 작가가 나이키 신발 박스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건 대학교 때부터다. 그리고 이는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국내 편집숍과 갤러리에서 전시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Armchair(2019), stool(2019)

쓰레기가 될 수도 있었던 신발 박스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종종 이규한 작가의 작업은 리사이클 또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속성은 이규한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패키지의 심미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브랜드 로고가 어떻게 보일 지를 고민하고, 직육면체의 형태를 강조하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리고 종이라는 소재를 일상생활에서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대중에게 친숙한 브랜드와 소재를 현시대 감성으로 재해석한 이규한 작가의 작품은 국외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고, 이제 나이키, 신발 박스, 가구는 이규한 작가를 설명하는 대표어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이규한 작가는 SNS를 통해 신작을 공개했다. 놀랍게도 나이키도 아니고, 신발 박스를 활용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자주 먹는 맥도날드 햄버거 포장지로 만든 조명이었다. 나이키가 아닌 브랜드에 관심을 돌린 작가의 행보는 의외였지만,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브랜드와 그의 패키지로 오브제를 만든다는 근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배고픔을 채우면 꾸겨서 버리는 포장지가 아름다운 조명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걸까? 이규한 작가의 신작은 SNS를 타고 사람들에게 소개되기 시작했다. 과연 이번 신작에는 어떤 이야기와 의미가 담겨 있는지 이규한 작가에게 맥도날드 조명을 만든 과정에 대해 들었다.

Interview with 이규한 작가

지금까지 작업 소재가 되었던 나이키는 작가님이 좋아하고 추억이 있는 브랜드였어요. 새로 작업한 맥도날드에는 어떤 추억이 있나요?

맥도날드도 나이키처럼 제가 좋아하고 일상에서 애용하는 브랜드예요. 팬데믹 이후, 작업실에서 배달음식을 먹는 비중이 늘어났거든요. 맥도날드 햄버거를 배달시켜 먹으면서 포장지를 한, 두 장 모으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업 재료가 됐어요.

 

 

맥도날드 포장지를 작업 소재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작은 이전 작업과 공통점이 많아요. 브랜드 로고를 작업에 사용한다는 점, 재료가 종이라는 점 등이요. 특히 종이라는 재료적 특성을 흥미롭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햄버거를 먹을 때마다 보던 포장지가 조명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신기하더라고요.

포장지를 모으면서 이 재료의 특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은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인사동에서 우연히 한지 램프를 보고 조명이 떠올랐죠.

 

 

이전 작업 중에서는 도날드 저드, 헤리트 리트펠트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었죠. 이번 신작에 영감이나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있었나요?

첫 작업물은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램프를 오마주했어요. 팝적인 재료의 요소와 종이 갓 램프를 대표하는 디자인의 특징을 함께 표현해보고 싶었거든요.

한지 램프에서 영감 받았다고 했는데, 실제로 맥도날드 조명을 보고 있으면 한지 램프가 떠올라요. 혹 한지 느낌을 내기 위해 포장지를 재가공한 건가요?

맥도날드 로고가 가진 팝적인 이미지와 한지의 전통적 이미지를 섞고 싶었어요. 그래서 맥도날드 포장지에 풀을 바르거나, 얇은 한지를 배접 해서 실제 한지의 질감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포장지는 신발 박스와 똑같은 종이지만, 특징이 달라서 인사동에서 한지의 특성에 대해서 배우고 테스트를 여러 번 거쳐야 했어요. 한지 램프 작업을 하는 작가 분에게 작업 방식을 배우기도 했고요.

 

 

작가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나이키예요. 그런데 신작에서는 맥도날드로 작업에 활용한 브랜드가 달라졌죠. 혹 브랜드를 바꾸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그리고 현재 계획하고 있는 신작이 있다면 살짝 귀띔해 주세요.

바꾼 것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를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어요. 공개한 신작을 시작으로 맥도날드 포장지를 활용한 조명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러면서 한지와 제가 사용하는 재료들을 섞어보면서 한지라는 재료를 연구하고 있고요. 이 결과가 작품에 반영되지 않을까 싶어요.

허영은 객원 필자

취재 협조 이규한 작가

Art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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