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6

떠오르는 아트퍼니처 디자인 그룹, 슈퍼포지션

지우헌 x 슈퍼포지션, 전시 <한옥 플러스(Hanok Plus)>
투명한 아크릴로 만든 전통 서랍장, 컴퓨터 픽셀로 수놓인 병풍, 스테인리스 소재의 번쩍이는 도자기. 파격적인 소재와 디자인으로 전통 가구를 새롭게 해석하는 아트퍼니처 디자인 그룹 슈퍼 포지션의 작업들이다. 단순히 소재만 바꾼 것이 아니다. 원형은 전통을 따르되 동시대 공간에 어우러지는 형태와 생활 양식에 대한 해석으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냈다.
그래픽 캐비닛 ⓒ superposition

슈퍼포지션은 서울디자인페스티벌(SDF)의 ‘2021 영 앰배서더(Young Ambassador)’로 선정된 이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부산디자인위크, 아줄레주갤러리 개인전에서 활약을 펼치며 단숨에 루키로 떠올랐다. 이들의 활약이 궁금하다면 8월 27일까지 열리는 북촌 지우헌의 개인전 <한옥 플러스>를 놓치지 말자.

서정선 디자이너(왼) 김종민 디자이너(오) | 사진: Seoul Design Festival

두 개의 파동이 만나

슈퍼 포지션(Superposition)은 중첩이라는 뜻도 있지만 물리학 용어로 두 개의 파동이 각각의 고유한 성질을 잃지 않고 합쳐진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는 가구 디자이너 서정선과 그래픽 디자이너 김종민의 결합을 의미한다. 여기에 마케팅과 매니징을 담당하는 서선광이 한 축을 담당하며 그룹은 3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셋의 만남이 궁금했다. “서정선 디자이너는 광주에서 김종민 디자이너는 부산에서 각각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KDM(코리아디자인멤버십)의 광주 지역 모임 때 만나 인연이 되었죠.” 서정선 디자이너의 동생인 서선광 매니저가 둘의 대화를 듣다 지금의 역할을 자처하며 지금의 멤버가 되었는데 셋 모두 광주 출신으로 일 년여 동안 여러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룹의 골격을 잡아나갔다. “목표는 12월에 열리는 2021 SDF(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었습니다. 그때가 슈퍼포지션의 시작이었어요.”

갤러리 지우헌에서 열린 전시 전경 | 사진: 이창화
갤러리 지우헌에서 열린 슈퍼포지션 전시 전경 소반의 형태를 띤 검은 스툴은 '소반' 시리즈, 아크릴로 제작한 투명 서랍장은 '그래픽 캐비닛' | 사진: 이창화

무겁지 않게, 슈퍼 포지션답게

슈퍼포지션은 공예품의 제작 과정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해냈다. 전통 자개를 한 땀씩 수놓는 과정과 마우스로 픽셀을 하나씩 만들어내는 작업이 닿아있다는 것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가구를 보러 박물관과 전시장을 많이 돌아다녔어요. 계속 보다 보니 사각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공통점이더군요.” 이들은 사각형과 자연을 결합한 ‘스퀘어 네이처’ 콘셉트로 2021 SDF에서 영 앰배서더로 선정되었다. 서정선 디자이너는 작업할 때 신경 쓰는 바가 있다면 무거워지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과거에는 과거의 방식이 있었듯 현재의 생활 방식과 기술을 최대한 접목해 지금 시대에 합당한 방식을 취한다는 얘기다. “요즘 사람들은 좌식보다 입식을 선호해요. 바닥에 오래 앉아 있는 자세가 불편한 사람도 많고요. 소반은 좌식 문화의 상징이지만 이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스툴과 테이블로 만들었어요.” 소반뿐 아니라 전통가옥의 비례감과 조형성을 간결하게 표현한 의자 ‘한옥(HANOK)’도 같은 맥락이다. 사각형의 기본인 ‘픽셀’ 이미지와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가구를 전시했지만 부스를 찾은 사람들은 이들에게서 오히려 새로운 한국의 미감을 느꼈다.

슈퍼포지션의 새로운 심볼 ⓒ superposition
'그래픽 캐비닛'의 디테일.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은 슈퍼포지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다. | 사진: 이창화

시선을 사로잡는 그래픽 디자인

슈퍼포지션의 작업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 중 하나는 픽셀 모듈을 기초로 하는 그래픽 디자인. “처음부터 그래픽 디자인을 넣는 방법을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전시 공간에 소반이나 장이 들어갈 때 그곳과 어울리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적용해 본 거죠. 지금은 그래픽이 슈퍼포지션의 여러 요소들을 묶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민 디자이너가 개인 작업으로 진행하던 그래픽 디자인을 슈퍼포지션에 맞게 끊임없이 적용해 보는 중이라고. 까마귀, 풀, 호박, 하트, 꽃과 같은 형태에 최근에는 두 눈이 달려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적용한 디지털 자개 시리즈는 공개와 함께 품절일 만큼 인기다.

그래픽 디자인이 포인트인 접시, 디지털 자개 시리즈와 이를 보관할 수 있는 소반 시리즈의 캐비닛 | 사진: 이창화
왼) 책가도 형태의 그래픽이 돋보이는 '병풍' 시리즈. 오) 전통 다구를 재해석한 '마고' 시리즈. 7년 전, 파리 메종 오브제에서 공예와 디자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장을 목격한 서정선 디자이너는 한국에 돌아와 전통을 표현하는 방법에 몰두했다. 스테인리스 소재의 '마고' 시리즈는 슈퍼포지션의 작업에 처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시리즈다. | 사진: 이창화

“접시부터 장, 병풍까지 제품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포진해 두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더 뻗어갈지 실험 중이거든요. 그건 슈퍼포지션을 찾는 사람들이 정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최근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도자 제품을 구매하는 관람객에게 그에 맞는 NFT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이슈인 NFT를 적극 도입한 시도였는데 결과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작품을 산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던 것. “NFT를 받으려면 전용 계좌와 지갑을 개설해야 하는 데 그것이 까다롭기도하고 귀찮으셨던지 아직까지 안 받으신 분들이 많아요.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요.”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든 '도자' 시리즈.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마감 흔적 없이 매끄럽게 제작하기 쉽지 않아 가장 많이 문의를 받는 작업 중 하나라고. 제작 방식은 서정선 디자이너만의 비결이다. 전통의 미감과 현대 소재의 만남이 독특하다. | 사진: 슈퍼포지션

그래픽과 수공예를 넘나드는 팀워크

슈퍼포지션의 작업은 대화로 시작되고 완성된다. 가구와 오브제 디자인과 제작은 서정선 디자이너가, 그래픽과 브랜딩은 김종민 디자이너가 맡고 있는데 서로의 영역에 어떻게 시너지가 날지 고민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자개장을 기획했을 때 김종민 디자이너의 그래픽이 어떻게 하면 더 잘 드러날지 생각해 봤어요. 투명 아크릴이라면 그 위에 이미지를 얹었을 때 훨씬 잘 보일 뿐 아니라 그림자까지 여러 층에 드리워져 재미있는 오브제가 탄생할 것 같았죠.” 서정선 디자이너는 이번 <한옥 플러스> 전에서 처음 공개한 ‘그래픽 캐비닛’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그래픽 자개 시리즈를 위해 ‘소반’ 스툴 위에 얹을 수 있는 캐비닛을 제작했는데 이 또한 반응이 좋다.

밥상과 찻상으로 쓰임새가 많았던 소반은 이제 스툴이 되었다. '소반' 시리즈는 스툴, 테이블 등 다양한 사이즈로 제작되는데 '세리프 TV'의 거치대용 테이블도 있다. 오늘날 생활양식과 공간에 맞게 제작한 것이다. | 사진: 슈퍼포지션
갤러리 지우헌에서 열린 슈퍼포지션 전시 전경 | 사진: 슈퍼포지션

김종민 디자이너의 그래픽 디자인은 슈퍼포지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서정선 디자이너의 기본 충실한 가구와 오브제는 묵직하게 제 할 일을 한다. 서로 합이 잘 맞는다는 얘기다. 앞으로 슈퍼포지션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앞으로도 전통을 해석한 가구를 계속할 것이냐. 저희도 확실할게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저희가 흥미를 느끼고 해야 할 일들을 하다 보면 정답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의 디자인을 봐주시는 분들의 피드백에 따라 그 키를 어떤 방향으로 돌릴지 결정할 수 있겠죠. 또 둘 다 공간 디자인을 한 경험을 살려 공간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은 바램도 있습니다.”

슈퍼포지션은 전통을 재해석하는 디자이너 그룹으로 알려졌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작업을 전개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어마어마한 잠재력으로 똘똘 뭉친 이 그룹의 다음 행보가 몹시 기대된다. 이들의 SNS 속 한 줄 소개 글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사진 디자인하우스 이창화

자료 제공 슈퍼포지션

프로젝트
<한옥 플러스(Hanok Plus)>
장소
갤러리 지우헌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11라길 13
일자
2022.07.27 - 2022.08.27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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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 20~30 명 갤러리 지우헌 (Gallery Jiwoo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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