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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2022-08-03

자동차 로고가 점점 더 단순해지는 이유는?

제조업 시대의 꽃에서 유무형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도요타는 유럽 시장에 새 로고를 사용하기 위해 반사광을 준 은색 입체였던 로고를 그 형태만 남겨 2D화했다. ‘TOYOTA’란 타이포그래피도 들어냈다. 3D를 넘어 VR과 AR이 등장하는 2020년에 세계 완성차 제조사 중 시가 총액 2위를 달리는 기업이 취한 디자인 전략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4D 시대의 2D 로고

 

자동차를 포함한 제품 디자인에 있어 작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요소인 로고. 도요타뿐만 아니라 멀게는 2015년의 미니를 시작으로 시트로엥, 아우디, BMW, 폭스바겐, 닛산 등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2D 로고를 발표해 왔다.

BMW는 기존 로고에서 반사광을 통한 볼륨감을 없애고 검은색 원을 투명하게 비워 화이트-블루 투 톤의 로고를 완성했다. 이어 폭스바겐이 입체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어두운 푸른색 선으로만 구성된 로고를 내놨다. 기조는 계속 이어진다. 닛산이 원 중앙을 지나는 바를 통째로 삭제하고 모든 요소의 두께를 극적으로 줄인 새 로고를 공개했고 브랜드의 이름마저 날려버린 도요타가 그 뒤를 이었다. 기아자동차의 로고 역시 타이포그래피를 그대로 2D 그래픽화한 형태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소비재 중 하나인 자동차의 로고가 일차원으로 회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 로고를 발표한 이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이유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꽤 거대하게 들리는 이 말의 디자인적 함의란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로고 디자인에 담긴 자동차의 미래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 로고는 3차원 현실 속의 물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디자인 경향인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에 기반해왔다. 실물의 자동차 위에 얹은 금속 엠블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래픽화한 결과 입체감과 금속 표면을 띠게 된 것. 첨단 기술이 집약된 현대 제조업의 꽃인 자동차의 묵직한 존재감이 그것을 그래픽화한 엠블럼에도 그대로 담겨 있는 셈이다.

폭스바겐의 새 로고가 다양한 매체에 적용된 모습
단색화하고 배경을 비워 다양한 색상의 배경에 적용하기가 용이해진 닛산의 로고
BMW 본사와 한국 지사의 페이스북 프로필. 원형 가장자리를 투명하게 비워 때마다 다른 배경을 적용할 수 있다.

그와 대비해 2015년부터 천천히 2D화되고 있는 현재의 로고는 더 이상 물성에 집착하지 않는 자동차 산업의 확장을 반영한다. 오늘의 자동차 로고는 대시보드 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매장 안의 카탈로그를 대신하는 SNS 피드의 프로필부터 스마트폰 위의 터치 몇번으로 자사의 차를 구매하거나 구독할 수 있는 웹사이트 위까지. 자동차 브랜드의 로고란 바로 내일 어떤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와 만나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그래픽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번 로고 개편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순히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최신 경향으로 끌어오는 것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과 내일 브랜드가 지닐 모든 접점에 물 흐르듯 어울리는 브랜드 구조와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 도요타 로고의 리브랜딩을 주도한 The& Partnership’s의 아트디렉터 댄 베켓(Dan Beckett)의 말
BMW의 새 로고가 처음 적용된 모델, i4의 3D 프로모션 필름

로고가 놓여야만 하는, 전에 없었거나 무척 복잡할 배경에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란 이야기로 기존 디자인을 2D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존의 조형 요소를 단순하고 간결하게 리디자인한 로고들에서 그 의도를 더 명확히 볼 수 있다. 원형 테두리를 투명하게 비운 BMW, 배경 전체를 비우고 테두리 한 겹을 없앤 폭스바겐, 로고 중앙의 바를 삭제하고 일부 요소를 삭제하거나 그 두께를 줄인 닛산, 로고에서 문자를 뺀 도요타가 모두 그런 경우다.

BMW의 새 로고가 처음 적용된 모델인 전기차 i4
닛산의 새 로고가 처음 적용된 전기차 SUV '아리야(ARIYA)'
폭스바겐의 새 로고가 적용된 전기차 ID.3

이들 제조사들이 새 로고를 처음 적용하는 모델은 하나같이 자사의 새 전기차 모델이었다. 리브랜딩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않은 이들에게 미래란 거대한 단어를 갈음하는 단적인 메시지. 이 로고가 앞으로 어떻게 적용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방금까지 소개한 로고 리디자인 프로젝트의 핵심일 테다.

유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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